2009년 12월 31일

더 아트 오브 브레이드, 목차


브레이드”는 조나단 블로우의 비디오게임으로, 데이비드 헬맨이 그래픽을 제작했다. 이 시리즈는 헬맨이 게임의 아트를 제작한 과정과 생각을 설명한 것이다. 그의 포트폴리오에서 게임에 대한 설명을 볼 수도 있다.

1부: 초기 구상
"상쾌하고 선명하며 차갑다. 얼마나 차가운지도 잊어버린 채 재킷도 입지 않고 야생의 아침을 맞이하는 것처럼. 또한 음침하고 무형적이고, 불안정하다. 무성한 오렌지 나무를 떠다니는 잿빛 보라색 구름도 있다. 구름은 재미 보러 나가는 남정네들 같다. 자연은 강력하고, 억제되지 않으며, 한 곳에 머무름이 없다. 이를 보고 있노라면, 자연이 언제나 그대로 남아있기를 바랄 수 없다."
2부: 부끄러울 것 없는 덧그리기
"플레이어가 순수하게 심미적 가치가 있는 것에 퍼즐을 풀 단서가 있을까 끙끙대게 되는 것은 좋지 않을 것이다. 나는 작업을 해나가면서 플레이어를 괴롭히거나 혼란스럽게 할 수 있는 것들을 제거하는 데 익숙해 졌다."
3부: 월드2가 먼저 온다
"응집성이 있으면서 뒤섞이는 인상파적인 배경을 분리된 모양으로 만드는 것은 도전이었다. 나는 지금까지도 내내 분투하고 있다. 프로젝트 마지막 주에라도 결과물을 더 향상시킬 수 있다면, 할 것이다."
4부: 개발자 모드
"새로운 아트를 만들어 내는 힘든 작업이 끝나면, 블럭 조각을 가지고 놀며 실제로 어떻게 보일지 살펴본다. 패미컴용 '로드 런너'(Lode Runner)의 맵 에디터를 가지고 놀았던 때에는 그게 일이 될 거라 생각해본 적도 없다!"
5부: 감정적 경험
"삑삑이를 돌보게 되는 시간이 점점 많아진다. 당신은 친구들과도 연락을 끊고 직장에도 나가지 않게 될 것이다. 여러분의 인생이 송두리째 잊혀질 것이다."
6부: 성과 깃발
"성(城)은 배경막으로 플레이어가 진행하고 있음을 인식시켜주는 시각적 즐거움이다. 또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에 등장하는 유명하고, 상징적이고, 사랑받는 성에 대한 전도[顚倒]이기도 하다."
7부: 타이틀 화면
"브레이드의 타이틀은 일반적인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게임에서는 DVD 메뉴 같은 타이틀 화면을 쓴다. 타이틀과 보통 어떤 콜라주나 스플래시 이미지를 보여주고, 플레이와 챕터 선택, 설정 같은 선택 목록을 제시한다. 브레이드는 어떤 서론도 없이 즉시 게임이 시작된다. 게임을 실행하자마자, 당신은 팀[Tim]이 된다."
8부: 팀의 집
"브레이드의 주인공인 팀은 그의 여정 중에 다양한 상상의 세계를 방문하지만, 여행 중간중간에 항상 집으로 돌아온다. 집은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어서, 복잡하면서도 흥미롭게 디자인된 영역이었다. 집은 서로 다른 세계를 연결시켜주는 ‘허브’이자, 휴식과 숙고의 공간이며, 게임의 진행 정도를 알려주는 ‘상태 화면’이고, 팀의 캐릭터에 대한 투영이다."
9부: 월드와 스토리 화면
"브레이드에서는 철학적 가능성의 세계를 여행한다. 현실이 어떻게 조직되는가에 대한 관념이 비디오게임 퍼즐의 형태로 해석된다. 내가 읽은 책에 따르면, 구름은 지상세계 위를 떠다니는 상상의 세계, 논리에서 해방됨을 암시한다. 그것은 희망적이고, 가능성을 잉태한 광경이다. 또한 구름은 일시적이고, 변화하는 특성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시간의 법칙이 서로 다른 배열을 한 공간 사이를 전환하는 데 있어, 구름의 변덕스러운 성질은 적절한 암시이다."

더 아트 오브 브레이드, 9부: 월드 및 스토리 화면

더 아트 오브 브레이드, 마지막입니다. 원래 오늘 아침에 포스팅되도록 예약 설정을 했었는데, 다른 포스트를 쓰고 올리는 과정에서 내용이 유실되어(=_=) 이렇게 지금 올리게 되었습니다.

2009년 12월 30일

더 아트 오브 브레이드, 8부: 팀의 집


더 아트 오브 브레이드, 8부입니다. 이번에는 게임에서 가장 자주 들리게 되는 팀의 집의 모습을 제작한 이야기입니다. 어떻게 편안하면서도, 게임 전반에 대한 메타포가 가득하고, 게임을 구조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장소로 만들었을까요? 보시죠 :)

2009년 12월 29일

더 아트 오브 브레이드, 7부: 타이틀 화면


더 아트 오브 브레이드, 7부입니다. 이번 글에서 헬맨은 타이틀 화면의 제작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요. 플레이어가 가장 처음 맞이하는 장면으로써, 어떻게 “브레이드”의 세계로 흘러들어오게 만드는가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습니다.

2009년 12월 28일

더 아트 오브 브레이드, 6부: 성과 깃발




데이비드 헬맨
2008년 4월 10일
원문보기 [영어]

더 아트 오브 브레이드, 5부: 감정적 경험


더 아트 오브 브레이드, 5부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브레이드”의 귀여운 마스코트 ‘삑삑이’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브레이드”가 단순히 시각적으로 즐거울 뿐 아니라, 감정적인 경험임을 보여주는데요…혹시 “브레이드”에서 삑삑이를 보신 분 계신가요? …헬맨이 이 글을 올린 날은 4월 1일입니다. 무슨 날인지 알겠죠 :)

2009년 12월 26일

더 아트 오브 브레이드, 3부: 월드 2가 먼저 온다


더 아트 오브 브레이드, 3부입니다. 헬맨은 월드 2의 레벨에 쓰일 아트를 만들며 어떻게 미학적으로도 기여하고 게임플레이를 간섭하지 않을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어떤 해법을 내놓았을까요?

2009년 12월 24일

더 아트 오브 브레이드, 2부: 부끄러울 것 없는 덧그리기


인디게임 《브레이드》의 아트 제작과정을 설명한 더 아트 오브 브레이드 2부입니다. 지난 “1부: 초기 구상”에 이어 이번에는 조나단이 그린 기능적인 프로토타입의 모습이 어떻게 지금의 모습으로 변화했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능성과 심미성의 조화, 어떻게 이루었을까요?
아, 모든 이미지는 클릭하면 겁나 크게 보입니다.

2009년 12월 23일

더 아트 오브 브레이드, 1부: 초기 구상


이 시리즈는 인디게임 《브레이드》(Braid)의 시각적 세계를 창조한 데이비드 헬맨이 쓴 “브레이드”의 아트 제작과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헬맨에게 메일을 보내 번역 및 게시 허락을 받아 연재하게 되었습니다.
혹시라도 게임을 잘 모르는 분을 위해 설명하자면, 《브레이드》는 조나단 블로우가 디자인 및 제작하여 2008년 발매된 인디게임입니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퍼즐/플랫포머 게임이지만, 아름다운 아트윅과 게임 메커닉 속에 담아낸 철학적인 주제로 수익과 비평 모두에서 큰 성공을 이루었습니다. 엑스박스 360(XBLA), 플레이스테이션 3(PSN), 윈도 PC와 맥 버전 모두 출시되어 있고, ‘한글화’되어 있으니 아직 해본 적이 없다면 꼭, 반드시 해보시기 바랍니다.
게임의 디자이너인 블로우는 3년간의 개발기간 동안 이 게임을 위해 약 20만 달러의 사비를 들였는데, 이 중 생활비를 뺀 돈 대부분은 게임의 아티스트인 데이비드 헬맨을 고용한 비용이었습니다. 헬맨은 웹코믹 아티스트로, 그림을 그린 “A Lesson Is Learned But The Damage Is Irreversible”이라는 웹코믹이 제법 유명하다고 합니다.
이 시리즈(‘더 아트 오브 브레이드’)는 헬맨이 자신의 블로그에 “브레이드”의 아트를 구상하고 제작하는 과정을 쓴 것으로, 게임디자인의 철학이 아트와 어떻게 협업하며 서로 변환될 수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글입니다.
총 9부로 되어 있고, 각각의 글이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하루 간격으로 연재할 예정입니다. 자, 먼저 1부, “초기 구상”입니다.

2009년 12월 2일

스크래치웨어 선언 3장: 스크래치웨어란 무엇인가?

드디어 스크래치웨어의 마지막 장입니다. 3장에서는 1장과 2장에서 비판한 게임 산업과 권력 아래서 만들어지는 게임을 대체할 ‘스크래치웨어’(scratchware)를 제안합니다.

“1장: 혁명의 서막” 읽기, “2장: 네 적을 알라” 읽기

그들의 제안에는 스크래치웨어만을 위한 인터넷 배급망을 만들자는 제안이 나오는데, 이 선언문이 쓰여질 당시(2000년)에는 변변한 인터넷 상의 배급 모델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가장 성공적인 스팀을 비롯 다양한 다운로드 게임 배급 사이트들이 등장했습니다. 그러한 다운로드 판매 사이트들이 이들이 원하던 대안일까요? 아니면 인터넷 시대에 출현한 새로운 흡혈귀일까요? 글쎄요. 이 선언문의 저자 중 한 명이었던 그렉 코스티키얀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가능하면 그런 배급망을 통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footnote]그리고 코스티키얀은 이 선언문의 정신을 구현하는 다운로드 유통 사이트인 ‘마니페스토 게임즈’(Manifesto Games)를 만들기도 했다…하지만 1장에서 언급했듯이 2009년 폐업했다.[/footnote] 플랫폼 홀더와 개발자의 분배 비율[footnote]보통 다운로드 사이트에서 개발자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40-50%선(XBLA 같은 콘솔 인디씬에서는 30%선)으로 알려져 있다. 스팀의 경우 “월드 오브 구”를 개발한 2D보이의 론 카멜은 스팀이 어느 플랫폼보다도 개발자에게 많은 이익을 분배한다고 시사하기도 했다.[/footnote], 인디개발자의 생존권마저 위협하는 가격 인하[footnote]다운로드 포털 사이트 측에서 결정하는 저렴한 가격정책이나 세일은 개발자들에게 직격탄이 되어 인디개발자로서의 생존을 위협한다. 또 소비자들은 인하된 가격에 익숙해져 인디게임을 저가에 사는 데 익숙해졌다. 과연 그것으로 생계를 이어갈 수 있을까?[/footnote]가 그들이 바랬던 것이 아닌 건 분명해 보입니다.

3장 시작합니다. 1, 2장과 마찬가지로 모든 주석은 역자에 의한 것이고, 원 저자들의 뜻에 따라 번역문 역시 누구든지 자신의 상황에 맞게 고쳐 쓸 수 있습니다.

2009년 11월 30일

테일 오브 테일즈, 아메리칸 맥기와의 인터뷰

테일 오브 테일즈(Tale of Tales)는 그들의 웹사이트에 게임계 인사들과의 인터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아메리칸 맥기, 씽크 서비스의 시몬 칼리스, 인디게임 디자이너 제노바 첸, 프랑크 란츠, 사토 다카요시 등 게임에 대해 고유의 이론과 사상을 가진 사람들이 대상이었는데요.

실시간 예술 선언”에 이어 그 인터뷰 시리즈 역시 하나씩 번역하기로 했습니다 :) 첫 번째는, 아메리칸 맥기의 앨리스로 유명한 아메리칸 맥기와의 인터뷰입니다. 맥기의 앨리스는 최근 후속작 개발을 발표하기도 했죠. 이 인터뷰는 2007년 “아메리칸 맥기의 그림”의 개발이 발표될 무렵 이루어진 것입니다. 동화가 주는 교훈, 게임의 아트, 업계의 경향에 대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습니다.

즐기세요 :)

2009년 11월 25일

스크래치웨어 선언 2장: 네 적을 알라

안녕하세요, 밝은해입니다. 약 3주만의 번역글이네요.

스크래치웨어 선언 그 두 번째, “네 적을 알라”(Know Your Enemy)[footnote]”Know Your Enemy”는 록밴드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의 곡명이기도 하다. 밴드 이름의 뜻이 “‘기계’에 대한 분노”이듯이, 자본주의와 산업사회라는 기계에 의한 모순, 지배계급에 대한 분노를 노래한다.[/footnote]입니다. (1장: 혁명의 서막 보기 ☞) 1장이 올라온 지 두 달 가까이 되어서 올라오게 되었네요. 스크래치웨어 선언은 2000년 다수의 익명 게임 디자이너가 함께 쓴 선언서로, 대규모/고예산 개발로 경직되어 가는 업계에 대한 개탄과 분노를 담아 소규모/저예산의 예술 형식으로서의 게임을 만들 것을 주장합니다. 1장이 고예산 개발의 폐해와 혁명의 호소를 이야기했다면, 2장은 게임산업을 좀 먹는 권력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1장과 마찬가지로 모든 주석은 역자에 의한 것이고, 원 저자들의 뜻에 따라 번역문 역시 누구든지 자신의 상황에 맞게 고쳐 쓸 수 있습니다.

2009년 11월 4일

실시간 예술 선언

이 글은 “더 패스”(The Path, 피그민 리뷰)라는 충격적인 게임으로 잘 알려진 인디게임 스튜디오 ‘테일 오브 테일즈’(Tale of Tales)가 2006년 발표한 성명입니다. 게임이 사용하고 있는 실시간 기술이 새로운 예술 형식의 가능성이 될 수 있음을 주장하고, 상용게임만이 아니라 인터랙티브 기술을 받아들이는 예술계의 흐름도 비판합니다. 그리고 청중과 작자가 직접 소통하며, 실시간 기술의 능력을 잘 활용해 총체적 경험을 제공하는 작품을 만들자고 제안합니다.

사실 선언을 쓴 당사자들인 테일 오브 테일즈도 (제가 볼 때) 선언의 모든 내용을 완벽하게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그들이 구상한 높은 이상이자, 이를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그들은 인디게임의 흐름 속에서도 누구와도 비견되지 않는 독특한 존재로 인식(그 시선에 찬사와 의심이 교차하는)되고 있기도 합니다. 앞으로 그들의 존재는 게임에 어떤 영향을 어디로 미칠까요? 한 번 그들의 사상이 담긴 선언을 읽어 봅시다!

즐기세요 :)

2009년 11월 2일

게임비평 모음: 그랜드 쎄프트 오토 IV

안녕하세요, 밝은해입니다.

게임 비평을 위한 커뮤니티 블로그를 표방하는 크리티컬 디스턴스(Critical Distance)라는 블로그가 있습니다. 자체적 비평 전달보다는 여기저기 퍼져 있는 게임 비평 텍스트를 연결하고 종합하는 데 집중하는 블로그이니, 해외의 게임 철학과 사상을 전하고 싶어 하는 디자인과 플레이 문서고가 놓칠 수가 없죠!

그래서 크리티컬 디스턴스에서 읽을만한 자료들을 하나씩 차근차근 번역해나갈 생각입니다. 그 중에서도 특정 게임에 대한 비평을 수집하는 “게임비평모음”(Critical Compliation)은 특히 주목할 만 한데요. 읽어보시면 게임에 대한 생각이 이렇게 깊고 다채로울 수 있음에 놀라고 즐거워하시리라 장담합니다. 그 첫 번째로, 논란과 찬사라는 양극단을 동시에 걸으며 게임 세계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는 게임, “그랜드 쎄프트 오토 IV”(Grand Theft Auto IV)의 게임비평모음을 번역했습니다.

글에 들어가기 앞서 한 가지 유념하실 것은, 이 글에 나타난 비평문은 모두 ‘이미 게임을 해봤다’는 전제 하에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게임을 하지 않은 사람에게 어떤 게임인지 알려주는 ‘리뷰’가 아니라 게임을 해석하려는 ‘비평’이기 때문인데요. 그러니 게임을 해보지 못 한 사람들은 스포일러에 노출되거나 해석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번역문에 별도로 게임 속 내용에 대한 역주는 달지 않았습니다. 생각할 수 있는 게 많은 게임이니 아직 안 해보셨다면 먼저 게임을 해보시길 권합니다!

즐기세요 :)

2009년 10월 29일

창업의 실체

이 글은 프로그래머이자 에세이스트인 폴 그레이엄(Paul Graham)의 에세이입니다. 그라함은 주로 젊은 기술 관련 창업회사들에 투자하는 Y 콤비네이터(Y Combinator, YC)라는 벤처 캐피털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약 150여개에 달하는 창업사에 투자를 했는데요. 투자를 받은 회사 중에는 소셜 뉴스 사이트 ‘레딧’(reddit), 휴대전화기반 GPS 공유 시스템을 개발한 ‘룹트’(Loopt)도 있습니다.

YC는 일 년에 두 번 3개월 과정으로 스타트업 학교(Startup School)를 운영하는데요. 이 에세이는 그라함이 2009년 스타트업 학교에서 한 강연에서 비롯된 것으로, 창업을 하기 전에 알아야 할 것,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2009년 10월 16일

일주일 안에 게임 프로토타입 만들기

2D보이의 “월드 오브 구”

“월드 오브 구”(World of Goo, 피그민 리뷰)를 해보신 적이 있나요? 2008년 커다란 화제를 몰고 Wii 버전은 그 해 최고의 Wii 게임(뭔가 미묘하지만…)이라는 칭호까지 얻었던 이 퍼즐게임은 2005년 네 명의 대학원생이 진행했던 실험 프로젝트에서 기인했습니다. 그 프로젝트란 바로 “익스페리멘탈 게임플레이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새로운 형식의 게임플레이를 발굴하기 위해 일주일 안에 민첩하게 프로토타입 게임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약 50여개가 넘는 게임이 탄생해 인터넷으로 공개되었고, 그 중 대중적으로 가장 호응이 좋았던 “타워 오브 구”(Tower of Goo)라는 게임이 바로 “월드 오브 구”의 전신입니다. 이 게임의 제작사인 2D보이가 바로 프로젝트를 진행한 대학원생 중 한 명이던 카일 가블러가 창립한 인디 게임 스튜디오입니다.

굳이 “월드 오브 구”가 큰 인기를 끌었다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아도 2005년 당시 그들의 프로젝트는 게임 산업에도 나름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빠른 시일 내에 프로토타입을 만들 수 있었느냐는 거죠. 다음 글은 네 명의 대학원생들이 가마수트라를 통해 밝힌 그 비결입니다.

다 함께 가치 있는 실패의 세계, ‘민첩한 프로토타이핑’의 세계로 들어가봅시다!

2009년 10월 15일

크로포드, “게임 디자이너로 살아간다는 것.”

잠시 환기하는 마음으로 번역해두었던 글을 하나 꺼내봅니다. 원제는 “게임 디자이너의 삶에 대한 간밤의 반추”(Late Night Ruminations on the Game Designer's Life)로, 1987년 크리스 크로포드가 쓴 글입니다. 당시 아타리가 무너지고 게임산업 전체가 길을 잃어버렸을 때, 크로포드는 ‘프리랜서’로 활동했는데요. 거기서 오는 고독과 부담이 장난이 아니었나 봅니다. 그럼에도 그는 게임 디자이너로서 살아간다는 것이 가치가 있다고 술회합니다. 자, 소개는 이만 줄이고, 1987년 한여름 밤 고뇌하는 크로포드의 말을 들어봅시다.

2009년 10월 11일

게임 디자인의 10가지 트렌드

옙, 다시 한 번 막간(일요일)을 이용해 재탕, 미처 여기 옮겨오지 못 한 번역글 하나를 이리로 옮겨와 봅니다. 2008년 11월 18일 데이비드 맥클러라는 사람이 쓴 “게임 디자인의 10가지 트렌드”(10 Trends in Game Design)이라는 글입니다. 작년 12월즈음에 몇몇 게임 커뮤니티에 번역해 올린 적이 있었죠.

이 글은 원래 영어사이트 GameCareerGuide.com에 실렸던 글로 저자의 허락을 받아 번역하여 게시합니다. 트렌드의 근간을 분석하거나 꿰뚫는 글은 아니지만, 근래 게임에 나타난 다양한 경향을 개략적으로 잘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한 번 읽어 볼만한 글입니다.

2009년 10월 10일

“슈퍼 콜럼바인 대학살 RPG!” 리뷰 – 제이슨 로러

이 글은 제이슨 로러가 쓴 2005년 공개된 게임 “슈퍼 콜럼바인 대학살 RPG!”(Super Columbine Massacre RPG!)의 리뷰입니다…요 며칠 업데이트가 없다가, 갑자기 왠 옛날 번역글 재탕이냐고 황당하실지도 모르겠는데요. 예전 번역글을 여기로 옮기는 과정에서 이 리뷰를 깜빡 빼먹고 옮기지 못 했었네요…게다가 번역에 오역이 꽤 있어서, 다시 한 번 다듬고 고쳤으니 음미하면서 다음을 기다려 주세요! (예, 스크래치웨어 선언 2장이나 게임 디자인 강의 레벨 03이요!)

이 게임은 대니 레돈(Danny Ledonne)이라는 독립영화 감독이 1999년 미국의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총격사건[footnote]두 학생이 12명의 학생과 1명의 교사를 총으로 살해하고, 23명을 다치게 한 사건. 범인은 현장에서 자살했다. 사건 이후 범인들이 즐겼던 록음악(마릴린 맨슨)이나 비디오게임(“둠”)이 미디어의 맹포화를 맞았다.[/footnote]을 주제로 만든 게임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파란이 일고, 여러 가지 고난을 겪고, 또 후폭풍을 양산했습니다. 게임계 내부에서도 찬반의견이 엇갈렸습니다.

아래 리뷰는 제이슨 로러가 운영하는 블로그 아트하우스게임즈에 올라온 것입니다. 같은 사이트에 올라온작자 제작자 인터뷰도 번역한 게 있으니, 흥미가 가면 참고해보세요.

제이슨 로러는 자신의 글을 퍼블릭 도메인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누구든지 자유롭게 어떤 목적으로든 복제, 개작, 전송, 배포할 수 있습니다. 번역문 역시 로러의 뜻을 따라 자유롭게 복제, 개작, 전송, 배포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기왕이면이 블로그로의 링크도 포함해주시면 감사해요 :)

2009년 10월 6일

스크래치웨어 선언 1장: 혁명의 서막

스크래치웨어 선언”(Scratchware Manifesto)은 2000년 다수의 익명 게임 디자이너가 함께 쓴 선언서이다. 대규모, 고예산 개발로 경직되어 가는 업계를 개탄하며, 게임에 대해 무지한 경영진과 프로듀서, 마케터들에 대한 분노를 담아 소규모, 저예산으로 예술 형식으로서의 게임을 만들 것을 제안한다. 몇몇 골수 독립주의자들은 이것을 인디게임의 정신이 시작된 곳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선언문의 저자들은 이 선언문을 각자의 상황이나 필요에 맞게 자유롭게 고쳐 쓸 수 있도록 해서, 일종의 퍼블릭 도메인처럼 제공된다. 선언문은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고, 여기선 한 부분씩 나누어서 번역할 생각이다. 다음은 디자이너 X가 주도한 1장, “혁명의 서막”이다. 디자이너 X는 이후에 자신이 그렉 코스티키안임을 밝히고, 이 선언의 정신을 구현하고자 2005년 ‘마니페스토 게임즈’라는 다운로드 게임 배급 사이트를 창립한다. 하지만, 이 사이트는 2009년 경제불황 등을 이유로 폐업하게 된다.

번역문의 모든 주석은 역자에 의해 달린 것이며, 번역문 역시 원문의 정신을 받들어 각자의 상황이나 필요에 맞게 자유롭게 고쳐 써도 좋다.

2009년 10월 2일

레벨 01: 개관 / 게임이란 무엇인가?

게임 디자인의 개념 강의 시리즈 (목차보기)

저자: 이안 슈라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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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ive Commons License

 

☜ 강의개요 바로가기

게임 디자인의 개념 강좌 시리즈!

현재 이 강좌의 번역은 중단된 상태입니다. 좋은 번역을 위해 새롭게 준비중입니다 :)

"게임 디자인의 개념"(Game Design Concepts)은 2009년 여름 게임 디자이너이자 교육자인 이안 슈라이버(Ian Schreiber)가 블로그를 통해 진행한 게임 디자인 강의입니다. 이 시리즈는 그 강의의 텍스트 자료를 번역한 것입니다. 게임디자인에 입문하는 학생과 현업 디자이너 모두에게 게임 디자인의 이론적 토대와 개념을 학습할 수 있는 좋은 안내서가 될 수 있을 겁니다. 특히 이 자료를 활용하여 친구나 동료들과 함께 강의를 진행해보면 더욱 즐겁고 얻을 게 많은 학습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원문의 저작권은 저자인 이안 슈라이버 씨에게 있으며,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Attribution 3.0 United States"(간단히 말하면, 저자를 명시하는 한 어떤 목적으로든 자유롭게 복제/개작 가능)로 제공됩니다. 번역문 역시 동일한 라이센스로 제공됩니다. 즉, 저작권자와 번역자의 이름을 명시하는 한 이 번역문을 어디에든 어떤 목적으로든 자유롭게 복제, 수정, 배포할 수 있습니다.

번역문에 대해 문의할 점이 있으면 덧글 적어주시고, 길거나 개인적인 사항은 메일로 보내주셔도 됩니다. 트랙백을 통해 글에 대한 소감이나 피드백을 남겨주시는 것도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아무쪼록 즐겁게 배우시기 바랍니다 :)

강의 목차

  • 강의 개요
  • 레벨 01: 개관 / 게임이란 무엇인가? Level 1: Overview / What is a Game?
  • 레벨 02: 게임 디자인 / 반복과 민첩한 프로토타이핑 Level 2: Game Design / Iteration and Rapid Prototyping
  • 레벨 03: 게임의 형식적 요소들 Level 3: Formal Elements of Games
  • 레벨 04: 디자인의 초기 과정 Level 4: The Early Stages of the Design Process
  • 레벨 05: 메커닉과 역학 Level 5: Mechanics and Dynamics
  • 레벨 06: 게임과 예술 Level 6: Games and Art
  • 레벨 07: 의사결정과 몰입이론 Level 7: Decision-Making and Flow Theory
  • 레벨 08: 재미의 종류, 플레이어의 종류 Level 8: Kinds of Fun, Kinds of Players
  • 레벨 09: 이야기와 게임 Level 9: Stories and Games
  • 레벨 10: 비선형적 스토리텔링 Level 10: Nonlinear Storytelling
  • 레벨 11: 디자인 프로젝트 개관 Level 11: Design Project Overview
  • 레벨 12: 솔로 테스팅 Level 12: Solo Testing
  • 레벨 13: 디자이너들과 플레이하기 Level 13: Playing With Designers
  • 레벨 14: 디자이너가 아닌 이들과 플레이하기 Level 14: Playing with Non-Designers
  • 레벨 15: 블라인드테스팅 Level 15: Blindtesting
  • 레벨 16: 게임 밸런스 Level 16: Game Balance
  • 레벨 17: 유저 인터페이스 Level 17: User Interfaces
  • 레벨 18: 마지막 반복 Level 18: The Final Iteration
  • 레벨 19: 게임 비평과 분석 Level 19: Game Criticism and Analysis
  • 레벨 20: 강의 종합 그리고 다음을 향해 Level 20: Course Summary and Next Steps

게임 디자인의 개념: 강좌 개요

저자: 이안 슈라이버

Creative Commons License

 

교재

  이 강의에는 필수교재가 하나, 권장교재가 둘 있습니다.

  필수교재는 브렌다 브래스웨이트와 이안 슈라이버가 쓴 "Challenges for Game Designers"(게임 디자이너의 도전)입니다. 이 책은 게임 디자인의 실전과 이론 양면 모두의 기본적인 정보를 다수 다루고 있습니다. 이 강의는 이 책을 중심으로 다루면서 나머지는 온라인 상에서 볼 수 있는 자료들로 보충할 겁니다. 예, 제가 책의 저자 중 한 명입니다. 브렌다와 이 책을 쓴 이유가 저희 교실에서 쓸 교재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는 그런 게 없었고, 그래서 직접 만들었죠.

권장교재:

  "만화의 이해", 스콧 맥클라우드 저. 만화에 대한 책이긴 하지만, 책에 담긴 많은 교훈이 게임 디자인과 다른 형태의 예술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책 자체도 만화책이라 읽기도 재밌구요.

  "라프 코스터의 재미이론", 라프 코스터 저. 게임 디자인과 교육 간의 유사성, 몰입의 개념에 대해 좋은 논의를 보여줍니다. 절반은 글이고, 절반은 만화이고 흐름도 좋아 하루이틀 안에 다 읽을 수 있습니다.

 

강의 설명

  실전적인 게임 만들기 과정과 함께 게임 디자인 분야에 대해 이론적이고 개념적인 이해를 제공합니다. 이 강의가 다루는 화제에는 반복, 민첩한 프로토타이핑, 메커닉, 역학, 몰입 이론, 재미의 본질, 게임 밸런스, 유저 인터페이스 디자인이 있습니다. 주로 디지털이 아닌 게임에 집중합니다.

 

강의 목표

  우리는 이 강의에서 게임과 게임 디자인을 논할 겁니다. 게임의 구성요소가 무엇인지 밝히고, 디자인이 게임의 어떤 부분에 영향을 받는지 알아볼 겁니다. 또 게임을 디자인하는 여러 방법과 프로토타이핑의 과정과 예시, 디자인 후의 플레이테스팅과 밸런스 맞추기도 배울 겁니다.

 

기대하는 학습결과

  이 강의가 끝나면, 여러분은 조금이나마 게임 업계에서 받아들여지는 이론적 토대에 친숙해질 겁니다. 또한 여러분만의 게임 디자인을 시작하는 일과 다른 사람의 게임을 비평적으로 분석하는 데도 익숙해질 겁니다.

 

레벨 01: 개관 / 게임이란 무엇인가? 바로가기 ☞

2009년 8월 13일

크로포드, “자유의지와 결정론과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크리스 크로포드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디자인 8권 (1994-1995) 수록

원제: Interactivity, Plot, Free Will, Determinism, Quantum Mechanics, and Temporal Irreversibility (원문보기 [영어])

2009년 1월 27일

크로포드, “청중 엔지니어링”

크리스 크로포드

저널 오브 컴퓨터 게임 디자인 6권(1992-1993) 수록

원제: Audience Engineering (원문보기 [영어])

2009년 1월 20일

크로포드, "취향의 진화"

저널 오브 컴퓨터 게임 디자인 4권(1990-1991) 수록

원제: The Evolution of Taste (원문보기 [영어])

 

캔디

캔디를 생각해보자. 캔디는 재미있는 음식이다. 캔디는 다른 음식과 무엇이 구분될까? 나는 그 강렬한 유쾌함이라고 생각한다. 캔디가 주는 경험이 얼마나 강렬한지 아는가? 아주 좋은 맛이라곤 할 수 없다. 하지만 당신의 혀를 놀려 즐거움에 소리지르게 만들기는 한다. 그건 강렬한 경험이다. 다른 강렬한 미각적 경험인 칠리 고추를 생각해보자. 강렬하지만 유쾌하지는 않다. 칠리 고추는 웃음이 아니라 비명을 지르게 만든다.

캔디의 강렬함은 무엇을 의미할까? 먼저, 캔디는 소량을 먹어야 한다. 세끼 식사를 모두 캔디로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렸을 적의 나는 캔디를 좋아했다. 그게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하지만 나는 자라면서 캔디 맛에 질리기 시작했다. 좀 더 미묘하고 다양한 ‘먹는 경험’을 원했다. 십대가 되고부터 내 취향은 햄버거나 피자, 핫도그 같은 더 정교한 맛으로 성숙해졌다. 더 나이가 들면서, 미묘하고 다양함을 찾는 여정은 나를 중국 음식, 갖가지 빵, 바비큐 소스, 이탈리아 음식, 치즈, 해산물, 샐러드 등 모든 양식의 음식들로 인도했다.

수백만의 사람들이 유사한 과정을 거쳐왔고, 그 결과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요리의 기쁨이 가득한 미각의 거대한 우주가 탄생했다. 태국 음식, 피넛 버터, 와인, 티본 스테이크, 베어네이즈 소스, 태운 음식, 캐비어, 딜 브레드 등등. 그리고 그 우주의 한 부분을 이루는 것이 바로 캔디의 세계이다. 이 세계는 몇 가지 특성이 있다. 재미있고, 강렬하게 유쾌한 음식이며, 소량을 취해야 하고, 무엇보다 어린이들이 좋아한다는 것이다.

카툰

이제 카툰을 보자. 카툰은 영상의 가장 재미있는 형식이다. 물론 나는 많은 형식의 영상을 즐기지만 카툰이 나를 가장 웃게 만든다. 무엇이 카툰을 그렇게 재미있게 만드는가? 나는 그것들이 강렬하게 유쾌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카툰의 색상을 보라. 모두 밝고 화려하다. 부드러운 파스텔이나 섬세한 그림자는 없다. 카툰의 페이스는 어떤가. 모든 일이 순식간에 벌어진다. 등장인물들은 미친 듯이 질주하며 시청자들이 숨쉬는 걸 포착할 틈조차도 주지 않는다. 또 카툰 속에서는 위험에 대해 미묘한 점이 없다. 등장인물들은 날아가는 나이프나 다이너마이트 뭉치, 굉장한 높이에서의 추락 같은 맹렬한 위험에 처한다.

여기에 카툰의 유쾌한 면이 숨어있다. 등장인물들이 그런 재난 때문에 심하게 다치지 않는 것이다. 폭발 정도야 그들의 얼굴을 검게 칠할 뿐이다. 엄청난 높이에서 떨어져도 바닥에 신체 모양의 구멍이 만들어질 뿐이지 다치지는 않는다. 추락한 등장인물은 납작해지고, 스스로 바닥에서 일어나 몸을 풍선처럼 다시 부풀게 만든다. 이 끔찍한 위험과 진지함의 부재 간의 분열이야말로 카툰의 유쾌함이며, 재미다.

카툰의 강렬함은 짧아야 한다. 딱 몇 분 길이다. 이 점은 영화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에서 실증된다. 영화는 3분 30초짜리 카툰으로 시작한다. 카툰이 영화로 변형되고 밝은 색상이 부드러워지면, 페이스는 실제 세계와 같이 늦춰지며 그 강렬함은 두 시간에 어울리도록 낮추어진다.

내가 어렸을 때, 카툰은 가장 좋아하는 영상 형식이었다. 나는 가능하면 하루 종일 카툰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자라가면서 카툰의 단조로움이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등장인물들이 귀엽고 작은 동물 이상이기를 고대했다. 머리를 망치로 때리는 것보다 더 미묘하게 분쟁이 해결되는 것을 원했다. 그래서 나는 《질리언의 섬》이나 《로스트 인 스페이스》같은 더 복잡한 프로그램을 보기 시작했다. 이후에는 더욱 더 심각한 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이제 나는 심야 뉴스나 《코넥션스》를 시청하고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아웃 오브 아프리카》, 《코야니스카시》같은 영화들을 관람한다.

우리 대부분이 이와 매우 유사한 길을 걸어왔고, 그런 우리의 취향들이 합해져 영상적 즐거움의 거대한 우주가 만들어졌다. 그 우주에는 코미디, 강좌, 미스터리, 게임쇼, 연속극, 아동 프로그램 등 많은 형식의 영상이 있다. 카툰은 그 거대한 우주의 작은 부분을 구성하고 있다. 그 우주의 특징은, 재미있고, 강렬하게 유쾌하며, 소량만을 취하고, 무엇보다도 어린이들이 좋아한다는 것이다.

코믹스

코믹스를 생각해보자. (이 논의의 목적을 위해 나는 《쥐》처럼 최근의 진지한 코믹스들은 제외하고, 주류를 이루는 코믹스만을 논할 것이다.) 코믹스는 재미있고 자극적이다. 코믹스가 재미있는 것은 강렬한 유쾌함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코믹스의 그림 스타일을 보라. 두껍고 깔끔한 선에는 어떤 미묘함의 단서도 없다. 색상은 밝고 순수하다. 코믹스의 등장인물들과 대립, 사건들은 항상 강렬하다. 착한 사람들은 착하고, 나쁜 사람들은 추하고 일그러졌으며 진정으로 악하다. 착한 사람들은 언제나 승리한다. 그것이 코믹스를 재미있게 만드는 점 중 하나다.

코믹스는 언제나 소량만이 제공된다. 그 강렬함을 오랜 시간 유지할 수 없다는 이유가 크다. 내가 어렸을 때, 나는 항상 코믹스를 읽곤 했다. 하지만 얼마 안 있어 코믹스의 단조로움에 질리기 시작했다. 독서에 있어 좀 더 다양하고, 좀 더 미묘한 것을 원했다. 그래서 나는 쥘 베른과 마크 트웨인이 쓴 더 성숙한 작품들을 읽기 시작했다. 이후에 나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와 헤밍웨이, 셰익스피어를 졸업하고, 이제 토인비, 브로델, 클라우제비츠를 읽는다.

우리 모두 유사한 진화를 추구해 코믹스에서 시작해 좀 더 미묘한 문학으로 나아갔다. 그 과정들은 뉴스잡지와 과학책, 요리책, 과학 소설, 내셔널 엔콰이어러, 플레이보이, 사전, 자동차 수리 책, 경제서적, 순수문학,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싣는 저널 오브 컴퓨터 게임 디자인까지 존재하는 거대한 문학의 세계를 만들어냈다. 이 우주에 코믹스라고 알려진 문학은 구석에 작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 특징은, 재미있고, 강렬하게 유쾌하며, 소량만을 취하며, 특히 어린이들이 좋아한다는 점이다.

컴퓨터 게임

캔디, 카툰, 코믹스가 컴퓨터 게임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재미있다는 것이 하나 있다. 우리 모두 컴퓨터 게임이 재미를 주려고 하는 것인지 알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사실 컴퓨터 게임은 강렬하게 유쾌한 경험이다. 컴퓨터 게임에 사용되는 비주얼을 보라. 밝은 색상들이다. 미묘한 그림자나 우아한 붓선은 컴퓨터 게임 플레이어들에게 환영 받지 못 한다. 그 애니메이션을 생각해보라. 그 크고 밝은 폭발을.

그래픽만 그런 것이 아니다. 게임 속 대립의 본질을 보라. 플레이어는 항상 착하고, 착하며, 착한 사람으로, 나쁘고, 나쁘며, 나쁜 사람으로부터 세계를 구하려 한다. 그게 사악한 마법사든, 비열한 깡패든 아니면 순전히 우주 지배를 노리는 표준적인 악의 우주제국이든지 간에, 등장인물 간의 기본적인 관계는 단순하고 강렬하다.

등장인물 사이의 대립은 항상 가능한 가장 강렬한 방법, 그러니까 폭력을 통해 해결된다. 컴퓨터 게임에서 폭력은 플레이어와 디자이너에게 있어 도덕적 악이 아니다. 그것은 단순히 대립의 가장 강렬한 표현일 뿐이다.

이 설정으로 플레이어는 이길 것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유쾌하게 강렬하다. 플레이어는 자신이 이기리라는 것, 선이 악을 극복하리라는 것, 그리고 게임은 해피엔딩일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런 컴퓨터 게임과 캔디, 코믹스, 카툰 간의 유사성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아직 몇 가지 다른 게 있다. 예를 들어, 컴퓨터 게임이 캔디나 카툰, 코믹스처럼 아이들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가?

나이와 경험은 다르다. 내가 더 미묘한 음식을 추구했던 것은 나이가 들었기 때문이 아니라 음식에 대해 더 많은 경험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몇 톤의 설탕을 먹고 나서야 덜 강렬한 맛의 팔레트를 알게 되었다. 그처럼 수천 시간 동안 컴퓨터 게임을 플레이 하는 행위는 내 취향을 미묘하게 만들었다. 물론, 나도 특별한 경우다. 수백만의 어른들이 아직 컴퓨터 게임을 경험해보지도 못 했다. 그들이 새로 진입한 플레이어 층을 구성하며 높은 판매량을 유지시켜준다. 생각해야 할 것은 이것이 영원하지 않을 거라는 점이다. 나중에 더 이상 순진한 어른 플레이어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우리는 그들에게 우리가 캔디, 카툰, 코믹스로 걸어온 것과 똑같은 진화의 길을 걷도록 해야 한다. 특히 우리는 그들이 좀 더 미묘하고 좀 더 다양한 게임 경험을 추구하길 기대해야 한다. 그들이 컴퓨터 게임의 더 큰 우주로 나가길 기대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플레이어들이 나아간 곳에는 뭐가 있을까? 아무 것도 없다. 텅 빈 우주를 발견한다. 우리의 플레이어는 크고 어두컴컴한 우주에 홀로 떠다니는 우주비행사다. 별도, 은하도, 아무 것도 없다. 그들의 더 성숙한 취향에 부응하는 게임들은 어디에 있을까? 시저 샐러드, 심야 뉴스, 혹은 역사 로망 소설에 비견할만한 게임들은 어디에 있을까? 크림 치즈 베이글 게임은, 아치 벙커 게임은, 재클린 수잔 게임은? 소년과 개에 대한 게임이나 황금빛 마음을 가진 창녀에 대한 게임은 어디에 있을까?

나는 우리 매체의 미래가 걱정된다. 우리는 모두 이 우주의 한 모퉁이에만 움츠리고 앉아 있다. 재미라는 이름의 모퉁이, 땀이 흘러내릴 정도로 습한 곳이다. 우리는 롤플레잉 게임이나 비행 시뮬레이터, 전쟁게임, 그래픽 어드벤처를 만드는 법은 안다. 그게 우리가 하는 일의 전부다. 개척하지 않은 곳으로 모험을 떠나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우리는 잘 개간된 지역에서 모여 함께 살아간다.

우리가 빈둥거리는 동안, 우리의 수용자(플레이어)들은 진화를 계속하고 있다. 그들의 취향은 변한다. 그들의 새로운 취향을 만족시켜줄 우주에는 아무 것도 없음을 알게 되면, 그들은 컴퓨터 게임을 어린이들의 오락이라 치부할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컴퓨터 게임이 주는 문화적 인상은 아이들을 위한 값싼 스릴 이상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이미지가 굳어질 것이다. 그 뒤에서야 우리가 더 큰 우주로 나가고자 해도 우리는 대중의 기대라는 장벽에 막혀 영원히 이 재미라는 작은 모퉁이에서 나오지 못 할 것이다. 우리는 얼굴에 칠한 페인트를 지우는 게 허락되지 않은 광대가 되어버린 모습을 발견하고 영원히 엉덩방아를 찧으며 웃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내일의 지옥에 비하면 오늘은 천국이다.

어쩌면 우리의 미래가 그리 황량하지 않을 수도 있다. 텔레비전이나 영화, 문학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에도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에 흥미를 가진 이들이 있다. 그들은 우리처럼 우둔하지 않고, 우리가 기피하는 더 큰 우주로 나갈 의사가 있는 사람들이다. 아마 그들이 신세계를 식민지화할 것이다. 상호작용성에 대한 우리의 엄청난 경험은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의 수단이 될 것이다. 아마 스탭롤이 나가면 우리의 이름은 소도구 담당과 조명 담당 사이의 어디쯤 있지 않을까 싶다.

하나만은 분명하다. 취향은 진화한다. 그 진화는 어느 누구도 잡아놓을 수 없을 만큼 무자비하게 앞을 향해 전진한다.

 

취향의 장기적인 진화

취향의 진화가 오랜 시간에 걸쳐 일어난 가장 좋은 예로 아서왕 전설이 있다. 이 전설은 문명의 밑바닥인 암흑시대에 시작되었다. 가장 초기에 구체화된 것은 캔디나 코믹스, 카툰처럼 강렬하게 유쾌했다. 테마는 단순했다. 좋은 사람 아서는 모든 종류의 나쁜 사람들을 상대하고 가장 직접적이고 편리한 수단인 폭력을 통해 대립을 해결했다. 그 전설의 초기 버전은 아서가 죽인 사람들 천지였다. 몬머스의 제프리가 쓴 《영국왕의 역사》와 현대 비디오게임은 그런 면에서 유사하다. 오직 다른 점이라면 전설에서는 다 썰어버리는데 게임은 다 쏴버린다는 것이다. 캔디나 카툰, 코믹스처럼 그들은 소량을 섭취하게 된다. 여행하는 이야기꾼이 전하는 전설은 하룻밤에 하나다. 이야기 전체를 몇 주간에 걸쳐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 사람들도 돈을 벌어야 했기 때문이다.

12세기에 들어, 프랑스의 음유시인들이 그 전설을 듣고 변화를 주시 시작한다. 이야기에서 싸우는 부분(강렬함)은 줄이고 더 다양하고 미묘한 것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더 많은 등장인물이 나타났고 여성이 전설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여성은 학살을 정당화하기 위한 구실이었지만 이후에는 로맨스의 근원이 되었고, 곧 더 나아가 그들의 권리를 가진 등장인물이 되었다. 15세기에 멀로리는 전설에 낭만적인 기사도와 정신적인 요소들 조합한다. 하지만 현대의 기준에서 보면 여전히 싸우는 내용이 최우선이었다.

빅토리아 시대에 와서 아서왕 전설은 르네상스를 맞았다. 빅토리아 시대의 가치인 명예와 의무, 로맨스가 표현되었고, 마크 트웨인은 동일한 소재를 사회적 풍자를 위해 사용하기도 했다. 지금 이 세기에 우리는 이 전설이 전형적인 브로드웨이 로맨스(《카멜롯》)에서 디즈니다운 가족적 재미(《아더왕의 전설》), 심지어는 페미니스트의 자기주장(《아발론의 여인들》)에까지 사용되는 것을 보았다. 강렬한 유쾌함(착한 사람이 나쁜 사람을 죽인다)이 1,200년에 걸친 확장을 통해 다양함과 미묘함으로 진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