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2일

레벨 01: 개관 / 게임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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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디자인의 개념 강의 시리즈 (목차보기)

저자: 이안 슈라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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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합니다! 저는 이안 슈라이버구요, 이 모든 실험을 안내해줄 사람입니다. 지난 몇 달간 등록과정에서 흥에 겨워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요. 사실 저도 다른 분들처럼 신났답니다. 시간 내주셔서 감사하구요. 그 시간이 가치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강의 개관

대부분의 학문 분야에는 수천년의 역사가 있습니다. 게임 디자인 연구는 10년도 채 안 되었죠. 다른 예술이나 과학에 비해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거대한 지식의 보고는 없습니다.

또 한 편으로는, 운이 좋습니다. 마침내 지난 몇 년간 개념적 글쓰기와 형식적 분석, 이론적이고 실용적인 이해가 한 대학의 커리큘럼을 채워넣을 만한 임계질량에 도달했습니다. 최소한 10주 과정은 되죠.

예, 게임 디자인 분야에서 엄청나게 많은 자료와 책(놀라운 속도로 출판되죠)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중 대다수는 쓸모가 없거나 이 분야에 있는 사람 누구도 읽지 않는 것들입니다. 이 강의에서 제시하는 읽기자료는 어떤 이유에서든 업계에 널리 퍼진 것들이고, 많은 전문 디자이너들에게 친숙한 것입니다.

이 강의는 대략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전반부에서는 게임 디자인의 이론과 개념에 집중합니다. 게임이 무엇인지, 게임의 개념을 어떤 구성요소로 나눌 수 있는지, 무엇이 좋은 게임을 만들고, 무엇이 나쁜 게임을 만드는지 알아볼 겁니다. 그리고 후반부에서는 실용적인 측면에 집중해서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좋은 게임을 만드는 방법과 여러분만의 게임을 만드는 데 필요한 과정을 알아볼 겁니다.강의를 진행하면서 여러분만의 게임을 만들어 볼 기회가 몇 번 있을 테니(모두 디지털이 아닌 게임이고, 컴퓨터 프로그래밍은 필요 없습니다), 이론이 어떻게 실전에서 쓸모가 있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게임이란 무엇인가?

교재("게임 디자이너의 도전")[footnote]Challenges for Game Designers: 이 강의의 교재인 이 책은 안타깝게도 아직 번역 출간되지 않았다.[/footnote]을 읽어본 분들은 명확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제시하는정의는 대립을 수반하며 규칙이 있는 놀이 활동입니다. 그런데 "게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사실 그보다 더 복잡합니다.

  • 그 이유 중 하나가, 제 정의는 제 정의라는 겁니다. 물론 그게 IGDA[footnote]International Game Developers Association(국제게임개발자협회): 게임 개발자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 (역주)[/footnote] 교육 SIG[footnote]Special Interest Group: IGDA에서 특정한 흥미를 공유하는 회원들간의 그룹. 교육 SIG는 게임의 교육을 흥미로 하는 개발자들의 모임이다. (역주)[/footnote]에 채용되긴 했습니다(가장 큰 이유는 저와 논쟁하는 사람이 없어서). 저와 다른 정의는 많이 있습니다. 그 중 대부분은 저보다 게임 디자인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제안한 것입니다. 그러니, 이 정의(혹은 어떤 정의든)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그냥 이안이 그렇게 말했다고 하세요.

  • 또 다른 이유는, 게임을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지를 정의가 말해주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게임을 그 구성요소(규칙, 자원, 액션, 이야기 등) 측면에서 논의할 겁니다. 저는 이것들을 게임의 "형식적 요소"라고 부릅니다. 그 이유는 나중에 논하도록 하죠.

서로 다른 게임을 서로 다른 게임으로 구분하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세 가지로 15"라는 게임을 생각해 보죠. 여러분 대부분은 이 게임을 들어본 적도 해본 적도 없을 겁니다. 규칙은 아주 간단합니다.

  • 플레이어 수: 2

  • 목표: 합해서 15가 되는 숫자를 세 개 수집한다.

  • 설정: 1에서 9까지의 숫자를 종이에 쓰고 시작한다. 먼저 할 플레이어를 선택한다.

  • 플레이의 진행: 당신 차례가 되면 두 플레이어 모두 선택하지 않은 숫자를 선택한다. 이제 당신이 그 숫자를 제어한다. 선택한 숫자를 목록에서 제외하고, 당신 쪽의 종이에 그 숫자를 써서 당신의 것임을 보여준다.

  • 결과: 한 플레이어가 합해서 정확히 15가 되는 숫자 세 개를 수집하면, 게임은 끝나고 그 플레이어가 이긴다. 아홉 개의 숫자가 모두 수집되고 어떤 플레이어도 이기지 않았다면, 게임은 무승부가 된다.

혼자 스스로를 상대하든, 다른 사람이랑 하든 이 게임을 플레이해보세요. 이제 뭔지 알아볼 수 있나요?

1부터 9까지의 숫자는 가로 세칸, 세로 세칸의 격자로 정렬할 수 있습니다. 즉, 가로, 세로 그리고 대각선 숫자의 합이 모두 정확히 15인 "마방진"입니다.

6 7 2
1 5 9
8 3 4

이제 이게 뭔지 알아볼 수 있을 겁니다. 이 게임은 "틱택토"(지역에 따라서 삼목놓기 등 여러가지 이름이 있죠)입니다. "틱택토"는 "세 가지로 15"와 같은 게임일까요, 아니면 다른 게임일까요? (그 답은, 여러분의 생각에 달렸습니다. 이게 바로 "게임"이 무엇인가를 정의하는 게 중요한 이유입니다!)

비평적 어휘 사용하기

제가 "어휘"라고 말하는 건, 게임에 대해 말할 때 사용되는 단어들을 뜻하는 겁니다. "비평적"이라는 말은 비판적(게임의 흠을 집어내는)인 태도가 되자는 게 아니라, 게임을 비평적으로 분석할 수 있어야(게임의 모든 부분을 고려하고 그것이 얼마나 잘 들어맞는지, 장점과 단점 모두를 보며 세심하게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어휘라는 게 로봇 레이저 닌자 게임을 디자인하고 싶은 분께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 할지도 모르겠지만, 아주 중요합니다. 왜냐면 그게 있어야 게임을 말할 수 있으니까요. 아니면 우리는 몸짓발짓을 하며 짜증만 내다 끝날 거고, 소통할 수 없다면 뭔가 배우는 건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게임을 이야기하는 가장 일상적인 방법은 다른 게임을 들어 이야기하는 겁니다. "<그랜드 테프트 오토>(Grand Theft Auto)가 <심즈>를 만나고, <심즈>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만났을 때"처럼요. 하지만 여기에는 두 가지 한계가 있습니다. 먼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해보지 않은 사람은 알아들을 수가 없습니다. 양쪽 다 같은 게임을 해봤어야 하죠. 둘째로, 가장 중요한데, 아주 색다른 게임은 다룰 수 없다는 겁니다. <괴혼>을 다른 게임을 들어 설명할 수 있을까요?

또 다른 방법은 게임 디자인에 대한 책을 쓰는 사람들이 흔히 선택하는 건데요. 필요할 때 용어를 발명해서 책 속에서 쓰는 겁니다. 저도 이렇게 한다면 할 수 있고, 그러면 우리끼리 기본적인 게임 디자인의 개념에 대해 소통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강의가 끝난 뒤에 문제가 생깁니다. 이 강의에서만 쓰이는 용어는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때는 쓸모가 없게 되어버립니다. 게임 업계에 제 용어를 쓰라고 강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렇게 게임을 논할 말이 중요하다면, 왜 이미 마련되지 않았는지 의아해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왜 게임 업계는 용어를 정리해놓지 않았을까요? 지금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 과정이 느릴 뿐이죠. 이 강의의 읽기자료를 통해 그 과정을 보게 될 겁니다. 강의 전반부를 진행하는 동안 몇 번이고 다시 언급해야할 주제이기도 합니다.

게임과 놀이

놀이에는 많은 종류가 있습니다. 공 던지기, 가장 놀이, 그리고 물론 게임도 있죠. 게임을 놀이의 한 유형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게임은 규칙, 이야기, 물리적 구성요소 등 많은 요소로 이루어집니다. 놀이는 게임의 한 측면입니다. 따라서, 놀이를 게임의 한 요소로 생각해볼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서로가 서로를 '하위분류'로 둘 수 있을까요? 역설로 보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스스로 생각해보기 바랍니다. 우리 강의의 목적에는 이게 그리 중요한 게 아닙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게임'과 '놀이'의 개념이 연관되어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게임이란 무엇인가?

아직도 게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게 아주 정의하기 어려운 개념이라 그렇습니다. 최소한 확실히 게임인 것만 남겨놓거나(그러면 정의가 너무 좁아진다), 분명 게임이 아닌 것들을 받아들이거나(그러면 정의가 너무 넓어진다), 혹은 둘 다 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여기 여러 사람이 내려놓은 정의 몇 가지를 보죠.

  • 게임은 "결말과 수단"(목표, 결과와 그에 도달하기 위한 규칙모음)을 가진다. (데이비드 팔렛)

  • 게임은 플레이어의 결정을 수반하여 "제한된 정황"(즉, 규칙) 속에서 목표를 추구하는 활동이다. (클락 C. 앱트)

  • 게임에는 여섯가지 속성이 있다. "자유"롭고(플레이하는 것은 선택이고 강제되지 않는다), "분리"되며(시간과 공간이 고정된다), 불확실한 결과를 가지며, "비생산적"이며(상품이나 부를 창출한다는 관점에서. 내기는 플레이어간에 부를 이전하는 것이지 창출하는 것이 아니다), 규칙에 지배받으며, "가상"(게임이 실제 세계가 아니라는 인식과 동반하지만, 일종의 분리되어 공유하는 "현실"이다)이다. (로제 카이와)

  • 게임은 "불필요한 장애물을 극복하려는 자발적인 노력"이다. 이건 제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겁니다. 좀 색다르게 들리면서도 이전의 정의들이 가진 개념을 많이 포함하고 있습니다. 자발적이고, 목표와 규칙을 가진다는 점이요. "불필요한 장애물"이라는 것은 목적에 도달하기 위한 규칙이 존재함에 따라 야기되는 비효율성을 내포합니다. 예를 들어, "틱택토"의 목표는 가로, 세로 혹은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도형을 만드는 것인데, 가장 쉬운 방법은 그저 상대로부터 종이를 떼어놓고 자기만 도형을 주욱 그리면 되는 겁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죠. 규칙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플레이는 규칙에서 나타납니다. (버나드 슈츠)

  • 게임은 네 가지 속성을 가진다. "닫힌, 형식적 시스템"(이건 규칙을 가진다는 것의 가장 매혹적인 표현입니다. "형식적"이란 말은 한정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정장과 넥타이를 갖춰 입는다는 그런 의미가 아닙니다)이고, 상호작용을 수반하며, 대립을 수반하고, 안전하게 이루어진다(적어도 그것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에 비하면요. 예를 들어, 미식축구는 그리 안전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부상이 흔하죠. 하지만 그것은 전쟁의 추상적 표현이고, 전장 한 가운데 있는 병사보다는 훨씬 더 안전합니다). (크리스 크로포드)

  • 게임은 "플레이어라는 참가자가, 목표를 추구하는 가운데 게임 토큰을 통해 자원을 관리하고자 의사결정을 하는 예술의 한 형식." 이 정의는 이전의 정의에서 보이지 않는 몇 가지 개념(게임은 예술이다, 의사결정과 자원관리를 수반한다, "토큰"[게임 상의 객체]를 가진다)이 포함되어 있는데요. 또한 친숙한 목표의 개념도 있습니다. (그렉 코스티키얀)

  • 게임은 "규칙으로 한정되며 플레이어가 인공적인 대립에 참가하여 수량화("수량화"라는 것은, 예를 들면, "승리"와 "패배"의 개념이 있다는 것)할 수 있는 결과로 끝나는 시스템"이다. 이 정의는 케이티 살렌과 에릭 짐머만의 책 "Rules of Play"(놀이의 규칙)에서 따온 것인데요. 그 책에는 또 앞서 본 여러 정의들도 수록하고 있어서 감사하다는 말을 해야 겠네요.

이 정의들을 살펴봤으면, 이제 게임에 대해 논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몇 가지 요소들 중에는 많은 게임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것이 있는데요.

  • 게임은 활동이다.

  • 게임에는 규칙이 있다.

  • 게임에는 대립이 있다.

  • 게임에는 목표가 있다.

  • 게임은 의사결정을 수반한다.

  • 게임은 인공적이고, 안전하며, 일상 바깥에 있다. 이는 때로는 플레이어가 "마술의 동그라미" [footnote]magic circle: 가상의 세계와 현실 세계를 구분짓는 가상의 막. 네덜란드 역사가 요한 호이징가가 그의 저서 "호모 루덴스"에서 처음 사용한 단어이고, 케이티 살렌과 앨런 짐머만의 저서 "Rules of Play"(놀이의 규칙)에서 언급해 디지털 게임에 적용되었다. (역주)[/footnote]안에 들어왔다거나 "유희적 태도"[footnote]lusory attitude: 플레이어가 게임의 플레이로 들어가는 데 필요한 심리적 태도를 의미하는 말로, 버나드 슈츠가 1978년 저서 "The Grasshopper: Games, Life and Utopia"(그래스호퍼: 게임, 인생 유토피아)에서 처음 사용했다. 번역은 한국어로 된 사례를 찾지 못 하여 유희적 태도로 번역하였으나 이는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역주)[/footnote]를 공유했다는 표현으로 쓰이기도 한다.

  • 게임은 플레이어 측에 물리적 이득이 없다.

  • 게임은 자발적이다.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총을 겨누고 보통은 게임으로 생각하는 활동을 하도록 강제한다면, 누군가는 그게 더 이상 '당신을 위한' 게임은 아니라고 합니다. (생각해보죠. 이걸 받아들인다면, 어떤 플레이어에게는 자발적이지만 어떤 플레이어에게는 강제적인 활동은 게임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이 어떤 관점에 있느냐에 따라 다르죠.)

  • 게임은 불확실한 결과를 가진다.

  • 게임은 어떤 현실의 표현 혹은 시뮬레이션이지만, 그 자체로는 가상이다.

  • 게임은 비효율적이다. 규칙은 플레이어가 목표에 가장 효율적인 수단으로 도달할 수 없게 하는 장애물을 부과합니다.

  • 게임은 시스템을 가진다. 보통 그것은 닫힌 시스템입니다. 닫힌 시스템이란 그 자원과 정보가 게임 간이나 바깥 세계에는 흐르지 않는다는 겁니다.

  • 게임의 예술의 한 형식이다.

 

정의의 약점

어떤 정의가 맞을까요?

어느 것도 완벽하지 않습니다. 만약 여러분만의 정의를 만들어낸다면, 그것도 완전하지 않을 겁니다. 정의를 어렵게 만드는 것들이 여기 있습니다.

  • 스도쿠, 루빅스큐브, 로직 퍼즐 등의 퍼즐. 퍼즐은 게임일까요? 정의에 달렸습니다. 살렌과 짐머만은 그것이 정답을 모아놓은 게임의 하위분류의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코스티키얀은 퍼즐은 게임이 아니지만, 게임 속에 포함될 수는 있다고 했죠.

  • 던전 앤 드래곤즈 같은 롤플레잉 게임. 단어 자체에 "게임"이 들어가긴 해도, 게임으로 간주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예를 들어, 최종적인 결과와 승리 혹은 패배가 없을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 어드벤처 북. 이것은 보통 게임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책을 "읽는" 것이지,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게 대부분의 게임에 대한 정의가 가진 기준에 잘 들어맞습니다. 상황을 더 혼란스럽게 하는 건, 책을 살펴보면 수치로 된 능력치가 있는 "캐릭터 시트"를 찢어서 쓸 수 있고, 어떤 페이지에서는 능력치에 대해 주사위를 굴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드벤처 북"이 아니라 "어드벤처 모듈"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젠 게임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네요!

  • 이야기. 이야기가 게임일까요? 대부분의 이야기는 선형적인 반면, 게임은 좀 더 역동적인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대부분의 게임은 일종의 이야기나 서사를 그 안에 담고 있죠. 심지어는 수백만 달러 게임 프로젝트에서 일하는 전문 스토리 작가도 있습니다. 게다가 플레이어는 자신의 게임 경험에 대해 이야기("어제 했던 체스 말인데, 대단했어!")를 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이야기게임이 여러 방식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점만 마음에 담아두지요.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자세히 살펴볼 겁니다.

게임을 만들자.

이게 다 게임을 만드는 데 무슨 도움이 될까 궁금할 겁니다. 직접적으로는 도움이 안 됩니다. 하지만 적어도 어휘를 공유하는 데 도움이 되었고, 이제 게임에 대해 의미있는 논의를 해볼 수 잇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게임을 만들 수 없을까 두려워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자신에게 창의성이나, 기술, 혹은 뭔가가 없다는 겁니다. 이건 말도 안 됩니다. 지금이 그 강박에서 벗어날 때입니다.

게임을 만들어 본 적이 없다면, 이제 그 공포를 극복해봅시다. 지금 게임을 하나 만들 겁니다. 펜과 종이를 준비하세요(아니면 그림판 같은 프로그램을 띄우세요). 총 15분 정도 걸릴 거고, 어려운 것 없이 재미있을 겁니다. 약속해요.

진심입니다. 준비됐나요?

경주형(race-to-the-end) 보드 게임이라는 걸 만들 겁니다. 아마 많이 해봤을 겁니다. 목표는 여러분의 말을 게임판의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옮겨 놓는 겁니다. 예로는 <캔디랜드>, <미끄럼틀과 사다리>, <파치지>[footnote]한국에서 익숙한 예로는 <인생게임>이 있습니다. (역주)[/footnote] 있습니다. 가장 디자인하기 쉬운 종류의 게임으로, 여러분이 지금 하나 만들어 볼 겁니다.

먼저, 길을 그려봅니다. 직선이어도 되고 곡선이어도 됩니다. 선을 그리기만 하면 됩니다. 그리고 길을 여러 개의 공간으로 나눕니다. 이제 총 네 단계 중에서 첫번째를 끝냈습니다. 이 얼마나 쉬운가요.

다음으로, 테마 혹은 목표를 꾸며봅시다. 플레이어는 길의 한 쪽 끝에서 다른 한 쪽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왜? 무엇인가를 향해 달려가거나, 무언가를 피해 도망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는 무엇으로 표현되나요? 목표는 뭔가요? 대부분 게임의 디자인에서 목표가 뭔지 묻고 시작하는 게 자주 도움이 됩니다. 많은 규칙이 거기서부터 자리를 잡습니다. 몇 분 안에 뭔가를 꾸며낼 수 있어야 합니다(그게 바보같은 것이라고 해도요). 자, 이제 절반이 지났습니다.

세번째 단계로, 플레이어가 공간 사이를 이동할 수 있게 하는 규칙모음이 필요합니다. 가장 단순한 방법은, 아마 친숙한 방법일텐데요. 차례가 되면 주사위를 던지고 그만큼 앞으로 나가는 겁니다. 그리고 나서 게임이 어떻게 끝나는지 결정해야 합니다. 마지막 공간에 정확한 값으로 도착해야 하나요, 아니면 그저 도달하거나 지나가기만 해도 게임이 끝나나요?

이제 게임의 모든 요소가 갖춰진 것 같지만, 딱 하나 많은 게임에서 흔한 것이 빠졌네요. 대립입니다. 상대방을 돕든 해치든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게임이 흥미로워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상대와 상호작용하는 방법을 생각해보세요. 상대와 같은 공간에 있으면 어떤 일이 일어나나요? 어떤 공간에 도착하면 상대를 앞으로 가게 하거나 뒤로 가게 하는 등 무언가를 할 수 있나요? 다른 수단(주사위를 굴려 특정한 값이 나온다던가)으로 상대를 움직일 방법이 있나요? 차례가 되었을 때 상대방의 입지를 변화시킬 방법을 적어도 하나라도 추가해보세요.

축하합니다! 게임 하나를 만들었네요. 딱히 '좋은' 게임(이에 대해서는 이후에 다룰 겁니다)은 아닐지 모르겠지만, 기능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고, 여러분은 단 몇 분만에 만들어냈습니다. 펜과 종이만 가지고요.

이 연습은 제 친구이자 공동저자인 브렌드 브래스웨이트가 개발했습니다. 그는 많은 학생들에게 게임 디자인과의 보이지 않는 장벽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고, 아무 것도 디자인할 수 없을 거라는 공포를 극복하는 방법을 고안해 냈습니다.

교훈

이 활동에서 얻은 것이 있다면, 몇 분안에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는 겁니다. 프로그래밍 기술이 필요 없습니다. 대단한 창의성이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돈이나 자원, 특별한 재료도 필요 없습니다. 몇 달 혹은 몇 년의 시간이 걸리는 것도 아니구요. '좋은' 게임을 만드려면 그 중 몇가지나 전부를 필요로 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저 단순한 아이디어로 시작하는 건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종이 몇 장으로도 할 수 있습니다.

기억하세요. 이 강의는 앞으로 전진할 겁니다. 반복과 민첩한 프로토타이핑을 말할 때, 많은 사람들이 디자인이나 아이디어의 구현을 두려워 합니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까봐 두려워하고, 아이디어가 생각보다 좋게 나오지 않을까 걱정합니다. 약한 아이디어를 죽여야 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게임을 만들고 플레이하면서요. 빠르게 무언가를 내고 만들 수록, 그것을 더 많이 플레이할 수록, 여러분이 만드는 게임은 더 좋아질 겁니다. 첫 프로토타입에서 새 아이디어를 내는 데 몇 분 이상 걸린다면, 너무 오래 붙잡고 있는 겁니다.

집놀이

어떤 강의는 "숙제"나 "과제"를 줍니다. 숙제나 과제 중 뭐가 더 재미없는지 모르겠더군요. 그래서 저는 "집놀이"라고 하기로 했습니다. 그게 더 재미있고 흥미로울 것 같으니까요.

이번 목요일 전까지, 다음을 읽으세요.

  • 게임 디자이너의 도전, 1장. 교재의 짧은 서문입니다.
  • 말이 아닌 디자인만이 게임을 말해 준다 (I Have No Words and I Must Design, 한국어 번역판/영어원문), 그렉 코스티키얀 저. 적어도 제게(다른 많은 사람도 동의할 겁니다), 이 에세이는 게임 디자인이 자기만의 연구분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전환점입니다. 모든 것이 여기서 시작했으니, 저는 강의의 시작으로 이것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버전[PDF, 영어]이 있으니 관심이 있으면 보세요. 하지만 저는 역사적 중요성을 보아 원본을 선호합니다.)
  • 게임의 이해 에피소드 1, 게임의 이해 에피소드 2, 게임의 이해 에피소드 3, 게임의 이해 에피소드 4 [영어]. 읽기자료는 아니고, 하기자료입니다. 이 플래시게임 시리즈는 게임의 기본적인 개념을 게임의 형식으로 설명하려고 합니다. 이름은 만화책으로 만화를 설명했던 <만화의 이해>에서 따온 것입니다. 각각 5분 정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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