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6일

스크래치웨어 선언 1장: 혁명의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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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래치웨어 선언”(Scratchware Manifesto)은 2000년 다수의 익명 게임 디자이너가 함께 쓴 선언서이다. 대규모, 고예산 개발로 경직되어 가는 업계를 개탄하며, 게임에 대해 무지한 경영진과 프로듀서, 마케터들에 대한 분노를 담아 소규모, 저예산으로 예술 형식으로서의 게임을 만들 것을 제안한다. 몇몇 골수 독립주의자들은 이것을 인디게임의 정신이 시작된 곳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선언문의 저자들은 이 선언문을 각자의 상황이나 필요에 맞게 자유롭게 고쳐 쓸 수 있도록 해서, 일종의 퍼블릭 도메인처럼 제공된다. 선언문은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고, 여기선 한 부분씩 나누어서 번역할 생각이다. 다음은 디자이너 X가 주도한 1장, “혁명의 서막”이다. 디자이너 X는 이후에 자신이 그렉 코스티키안임을 밝히고, 이 선언의 정신을 구현하고자 2005년 ‘마니페스토 게임즈’라는 다운로드 게임 배급 사이트를 창립한다. 하지만, 이 사이트는 2009년 경제불황 등을 이유로 폐업하게 된다.

번역문의 모든 주석은 역자에 의해 달린 것이며, 번역문 역시 원문의 정신을 받들어 각자의 상황이나 필요에 맞게 자유롭게 고쳐 써도 좋다.




혁명의 서막

게임이라는 기계가 멋대로 날뛴다.

창조적 비전을 받들진 못할 망정, 억압한다. 혁신을 격려하지는 않고, 억제한다. 우리의 풍부한 정신에서 단서를 얻지 않고, 지난 달 차트에서 단서를 얻으려 한다. 성공한 이들을 보상하기는 커녕, 개발예산은 크게 높이고 로열티는 낮춰 창작자에게는 돌아가는 것이 없게 한다. 당연히 공을 인정받아야 할 사람이 받지 않고, 상업 기계[footnote]선언문에는 '기계'라는 표현이 간혹 등장하는데, 이는 마르크스가 자본주의의 횡포를 상징했던 기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읽을 수 있다.[/footnote] 는 자기를 성공과 이을 접점을 찾는다.

혁명의 시간이다.

서점에 들어가 보라. 수만 권의 책을 볼 수 있다. 음반 가게로 들어가 보라. 수천 개의 앨범을 볼 수 있다. 지역 소프트웨어 가게로 들어가 보라. 게임은 아마 40개 정도다.

한 해에 수천 개의 게임이 발매되는데도 말이다.

그 40칸의 자리를 채우는 게임은 오직 퍼블리셔가 자릿세와 홍보, 광고, 마케팅으로 수백만을 퍼부은 게임 뿐이다. 선반까지 갈 수 있는 게임은 오직 개발 투자에 수백만을 치른 게임 뿐이다. 왜냐면 그들이 아주 소수의 게임만이 성공해서 개발과 런칭에 쏟은 수백 혹은 수천만을 복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고, 성공하려면 바늘구멍을 통과해 선반에 놓이거나 게임잡지의 표지를 장식하는 소수 중 하나가 되어야 함을 알기 때문이다.

수백만이 걸려 있으면 퍼블리셔는 겁에 질린다. 임원들 모두가 뭔가 독특한 것은 실패로, 실패는 자신의 실직을 의미한다는 것을 안다. 따라서 그들은 똑같은 오래된 똥을 받들고, 이 달에 뭐가 잘 팔리는지 보고 모방한다. 단지 자기 엉덩이를 붙일 수 있는 자리를 보전하려고 말이다.

한 때는 지구 상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흥미로운 예술의 영역이었던 곳이 노역과 모방의 수렁이 되었다.

수백만이 들어가는 프로젝트에는 그만한 개발팀이 있어야 한다. 열 사람, 스무 사람, 서른 사람, 혹은 그 이상. 프로젝트를 시작해서 끝낼 때까지 몇 년이 걸린다. 프로젝트에는 너무 많은 인재, 그리고 너무 많은 노동이 들어가고, 어떤 창조적 비전도 살아남지 못 한다. 분명, 누구도 마케팅 여우의 무지한 지시와 포장되는 상품 업계에서 온 무지한 임원, 불필요하고 비생산적인 지시가 상사에게 잘 보이는 길이라 생각하는 경험 없는 외부 프로듀서 속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우리는 말한다. 그만! 충분해! 그럴 필요는 없잖아.

게임 하나 개발하는 데 서른 명의 인재가 필요할까? 헛소리. 리차드 게리엇은 혼자서 “울티마”(Ultima)를 프로그래밍하는 데 몇 주면 됐다. 크리스 크로포드는 “밸런스 오브 파워”(Balance of Power)를 혼자 맥 앞에 앉아서 개발했다. 크리스 소이어는 작년에 가장 잘 팔린 게임인 “롤러코스터 타이쿤”(RollerCoaster Tycoon)을 거의 혼자서 만들어 냈다.

게임을 만드는 데 뭐가 필요한가? 사람 둘이랑 “코드 워리어”(CodeWarrior)[footnote]메트로웍스 사에서 개발한 통합개발환경(IDE).[/footnote] 하나면 된다.

위대한 게임을 만드는 데는 수백만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허풍이다! 1991년까지만 해도 보통 컴퓨터 게임 개발하는 데는 20만 달러도 안 들었다. 여전히 최고의 컴퓨터 게임 중 하나로 기억되는 “넷핵”(NetHack)은 돈도 안 들었다. 노동을 사랑하는 개발팀이 남는 시간에 만든 거다. 올해 인디 게임 페스티벌(IGF) 결선에 오른 “트레드마크스”(TreadMarks)는 아무 것도 받지 않고 일하는 팀이 웹사이트에 올려놓은 작은 다운로드 게임으로 근근히 식비를 벌면서 개발되었다.

게임에 투자할 것이 뭐가 있는가? 식권과 전기세를 낼 만큼 충분한 쩐이다.

퍼블리싱의 위험을 줄이려고 이미 나온 제품을 모방할 필요가 있을까? 순전히 미친 짓이다. 우리 역사가 말하는 진실에 정면으로 대항하는 것이다. 대히트를 친 제품은 놀랄 정도로 거의 항상 혁신적이고 이전의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인 것이었다. “심즈”(The Sims), “심시티”(SimCity), “둠”(Doom), “커맨드 앤 컨커”(Command & Conquer), “파퓰러스”(Populous), “문명”(Civillaization) 등등. 진짜 위험은 대세를 타는 제품, 형편없는 모방작, 다른 작품에서 뭔가 늘어나기만 한 것을 개발하는 데 있다.

비좁은 유통 채널이 홍보비용으로 수백만을 쓰게 하는가? 그럼 죽여라. 인터넷에는 선반이 없다.

비용을 충당하려면 수십만 개를 팔아야 한다고? 맞다. 오늘날의 장애가 있는 사업 모델로는 그렇다. 하지만 당신이 게임을 정당한 방법으로, 겁 없는 방법으로, 독립적인 방법으로 개발하고자 한다면, 비용은 현격하게 줄어든다. 수천 장만 팔려도 충분하다.

게임스탑[footnote]원문에서는 게임스탑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Software, Etc.”로 표기되어 있다. “Software, Etc.”와 여러 소매상이 합병인 것이 현재 가장 거대한 소매상 중 하나인 게임스탑이다.[/footnote]에게 죽음을! 미국 내 거의 모든 PC는 비트를 전송할 수 있는 관으로 연결되어 있다. 왜 우리가 비트를 납작한 플라스틱 접시로 복사해서 공기로 가득 찬 상자에 넣어 전국으로 배송해야 하는가? 더 쉽고, 저렴한 환경이 갖춰져 있는데?

EA와 비벤디에게 죽음을! 소매상에 빌빌 기는 너희들의 모습, 게임에 대한 너희들의 이해 부족, 너희들의 미학적 감각에서의 완전한 실패, 너희들의 소극적인 투자, 경쟁자를 죽여 성장하려는 너희들의 태도, 개발자와 마케터가 서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들지 못 한 너희들의 무능함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다. 너희들은 공룡이고, 너희들의 나태함은 독창성의 영역이어야 할 곳을 지루하게 만들었다.

소니와 세가, 닌텐도에게 죽음을! 개발의 모든 단계를 통제하려는 너희들의 고집은 그 어떤 제품도 너희들만의 비틀어진 게임 미학에서 멀리 벗어날 수 없게 만들었고, 너희들의 그 터무니 없는 플랫폼 로열티, 너희들의 개발 스테이션과 SDK 가격 착취, 너희들의 상자와 컨트롤러는 어떤 게임과도 맞지 않아 지속성이 있는 게임을 개발하려는 자들을 모두 무시했지.

게임 업계에 죽음을! 게임이여, 영원하라.

우리에게는 영웅이 있다. 그들은 락 스타도 아니고, 사실은 영화를 감독하고 싶어하는 게임 개발자들도 아니고, 가슴에 플레이보이를 품은 디자이너들도 아니다[footnote]’락스타’는 스타 디자이너 지상주의, ‘영화를 감독하고 싶어하는 개발자’ 상호작용보다는 멋진 그래픽과 영상에 치중하는 개발행태, ‘플레이보이를 품은 디자이너’는 노출이 심한 여성 캐릭터의 표현을 꼬집은 표현으로 읽어볼 수 있다.[/footnote] 그들은 이 업계를 창조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상상력 넘치는 비전은 업계의 성장을 야기했다. 그들은 우리가 바라는 게임을 개발했다. 바로 이들이다.

크리스 크로포드 (Chris Crawford), 한때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게임 디자이너로 명망이 높았던 그는, 이제 자기 범주에 맞지 않으면 파는 법을 모르는 마케팅 기계에 질려 떠났다.

대니 번튼 (Dani Bunten), 소비자 적대정책을 가진 베란트[footnote]Verant: 지금은 소니 온라인 엔터테인먼트(Sony Online Entertainment)에 완전히 흡수된 “에버퀘스트”의 개발사.[/footnote]나 오리진[footnote]Origin: 울티마 온라인의 개발사[/footnote]보다 게임에 있어 사회화의 중요성을 더 잘 이해했던 그는, 성전환자라는 이유로 업계에서 쫓겨났다.

리차드 게리엇 (Richard Garriott), 사실상 컴퓨터 RPG의 창시자인 그는, 그에게서 찾을 수 있는 유용한 가치가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기계에 의해 다 쓴 콘돔처럼 버려졌다.

줄리언 갈롭 (Julian Gollop), 재능보다 상표를 더 높게 쳐주는 업계 속에서 그가 노동하여 얻은 결실이 그를 배반했다.

월 라이트 (Will Wright), 그는 그의 길을 가로막는 기계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떻게든 자신의 비전을 밀어 붙이고 있다.

그들이 그랬듯이, 우리도 그럴 것이다.

우리는 독점적인 콘솔이 아니라, 열린 플랫폼으로 개발할 것이다.우리는 우리만의 열렬한 상상 속에서 작업할 것이고, 지속적인 가치가 있는 게임을 제작하려 분투할 것이며, 앞으로의 세대가 가리켜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게임으로 아는 위대한 예술 형식의 창조에 있어 중요한 것이었노라고 할 게임을 만들 것이다.

우리는 모방을 넘어 혁신을 위해, 이미 증명된 것보다 독창성을 위해 분투할 것이다.

우리는 “게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막대한 유연성을, 코드에 있어서는 환상적인 융통성을 탐구하여, 새로운 게임 양식을 찾고 새로운 형태로 접근할 것이다.

우리는 게이머들이 플레이하고 싶어할 것임을 알기에 게임을 만든다. 왜냐면 우리 자신이 게이머기 때문이다. 경영학 석사도 아니고 할리우드에서 온 머저리도 아니고 어제는 세탁세제를 팔았던 마케팅 멍청이도 아니다.

우리는 소규모로, 헌신적인 팀으로, 통일된 비전을 공유하고, 공포도 호의도 간섭도 없이 그 비전을 완성하고자 분투할 것이다.

우리는 뇌물을 받고 제품을 진열해주는 소매상들이 아니라, 공공의 인터넷에서 우리의 시장을 찾을 것이며, 우리 제품이 가진 매력 그 자체로만, 게릴라 마케팅과 민중을 선동하는 선언을 통해, 게임에 열정을 가지고 헌신할 수 있는 이들의 커뮤니티를 육성함으로써 청중에게 다가갈 것이다.

우리는 더없이 의지의 힘만으로 인디 게임 혁명을 일으킬 것이다. 청중과 시장과 작품이 궁극적으로 전 분야의 이익에 이바지하고, 창조적 작업의 장을 마련할 것이다. 독립영화가 영화에게 하듯이, 인디 레이블이 음악에게 하듯이.

우리는 기계를 거부할 것이다. 우리는 소매상을 거부할 것이다. 우리는 큰 예산과 큰 팀을 거부할 것이다. 우리는 공기로 가득한 50달러 상자를 거부할 것이다. 우리는 가게 구석자리를, 선반의 자릿세를 거부할 것이다. 우리는 자기들이 뭘 팔고 있는지도 모르는 임원과 프로듀서를 거부할 것이다. 우리는 “뭐가 통하는 지 다 알아”라는 관념을 거부하고, 새로운 것을 찾는 데 우리를 바칠 것이다.

우리는 업계를 근본부터 뒤집을 것이다.

떨어라, 레드우드 시티![footnote]캘리포니아 주의 레드우드 시티(Redwood City). 매년 대규모로 독립기념일을 기념하는 행진이 벌어진다.[/footnote] 혁명의 군대가 행진한다.


디자이너 X


“처음에는 그들이 당신을 무시하고, 그 다음에는 당신을 비웃고, 그 다음에는 당신과 싸우려 들지만, 결국 당신이 승리한다.”

간디


우리는 게이머이며, 게임 제작자이며, 컴퓨터 미디어의 작자이자 독자이다.

우리는 게임 산업이 뭔가 굉장히 엿 같다고 생각한다. 다른 모든 산업이 얼마나 엿 같은지 보면, 놀랄 건 없다. 알지 않는가. 주주, 기업, 관리자는 게임이 얼마나 잘 만들어졌는지는 신경 쓰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자기들의 투자가 인간적으로 불가능한 수준으로 되돌아 오리라 기대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좋은 게임을 플레이하고 싶고, 게임을 전자 노동착취공장이 아니라 예술로 만들길 원한다. 이 문제 역시 게임 산업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어서, 마르크스의 “자본론”만큼이나 오래되었고 “매트릭스” 만큼이나 새롭다.

추하다.

만연하다.

바뀔 수 있고, 바뀔 것이다.


디자이너 J1


“마케팅은 개발자들이 만든 게임을 파는 것이어야지 경영의 확장으로 이용되선 안 된다. 게임 개발자여, 그들이 당신을 위해 일하는 것이지, 당신이 그들을 위해 일하는 게 아니다. 만약 그들이 원하는 특징을 갖춘 게임을 원한다면, 자기들보고 직접 프로그래밍하라 그래라. 그들이 당신의 게임을 잘 팔지 못 한다면 해고하고 누군가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라.”

디자이너 J2


우리는 크런치 타임[footnote]정해진 일을 기한 안에 빠듯하게 처리해야 하는 시간[/footnote]을 거부한다.

우리가 원하는 품질의 원칙에 대한 배반이다. 누구도 하루에 12시간 일하며 최선의 작업을 할 수는 없다. 일이 제대로 안 된다면, 뭘 그렇게 붙잡고 있는 건기? 집에 가라. 좀 자라. 아이들과 놀아줘라. 잔디도 깎고, 텔레비전도 좀 보라. 그리고, 다시 창조적 에너지가 생겼다면, 와서 일하라.

우리는 게임이 완성되었을 때 완성되었다고 선언할 것이다. 마케팅에서 완성되었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완성되지 않으면, 형편없다. 형편 없으면, 누구도 사려하지 않으며 (그게 공짜 다운로드라고 해도) 누구도 다음 게임을 발매할 때 신경 쓰지 않는다.

결론: 누구도 베타 테스터에게 돈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 들어라, 모두들. 이드 소프트웨어 당신이라도. 우리는 게임이 제대로 완성될 때까지 최선을 다 할 것이다. 되지 않았다면, 그게 베타다. 그리고 그건 공짜다. 뭔가 잘못 되었다는 걸 알게 되면, 고칠 것이다.

또 다른 결론: 우리의 게임은 우리의 책임이다. (듣고 있나, 제이슨 홀[footnote]Jason Hall: 모노리스 프로덕션을 창립한 프로듀서[/footnote], 괴물의 왕?) 뭔가 잘못 된다면, 우리가 고친다. 다른 사람을 탓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표준도 안 맞춰놓은 컴퓨터나 비디오카드 제조사도 탓하지 않는다. 우리가 고칠 수 없다면, 왜 할 수 없는지 사람들에게 알리고, 요구한다면 돈을 다시 되돌려 준다.

우리는 근본적인 신뢰성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는 게임을 플레이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플레이하고 싶어할 게임을 만드는 책임이 뒤따르는 것이고, 당연히 완성되지 않아 버그가 가득하고 시스템에 손상을 입히는 게임을 하고 싶진 않다.


디자이너 K


“원작 “인크레더블 머신”(Incredible Machine)[footnote]국내에는 ”요절복통 기계”로 들어온 퍼즐게임. 1992년 처음 발매되었다. 이후로 다수의 시리즈가 발매되었다.[/footnote]은 3만5천 달러로 개발되었고, 80만장이 넘게 팔렸다.”

 

다이나믹스[footnote]Dynamix: 제프 터넬 등이 속했던 게임 개발사. 1984년 창립하여, 1990년 시에라 온라인에 인수되었다. 2001년 시에라에 의해 폐쇄되었다. 여기서 몇몇 핵심 멤버들이 ‘인디 친화적인 엔진’인 “토크 게임 엔진”을 개발한 개러지 게임즈를 창립했다.[/footnote]


R의 인용

누군가는 돈을 너무 많이 긁어 모은다. 자포드 비블브락스[footnote]“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등장인물. 은하계 대통령이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지만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성격으로 그려진다.[/footnote], 아니면 존 로메로[footnote]“둠”을 개발한 ‘이드 소프트웨어’의 공동 창립자 중 한 명. “둠”과 “울펜슈타인 3D”, “퀘이크” 등의 개발에 큰 역할을 했다. 이후 다른 창립자인 존 카멕과 갈라선 후, 워렌 스펙터 등과 함께 ‘이온 스톰즈’를 창립했다가, 결별한 뒤 이렇다 할 활동은 보이지 않고 있다.[/footnote].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게임 개발의 상황을 말해보자면…좀 더 불안한 은유를 써야겠다. 도너대의 비극[footnote]1847년, 미국 동부에 거주하던 도너 형제와 그 가족, 동료들이 산맥을 건너 ‘약속의 땅’ 캘리포니아를 향하려다, 도중에 조난을 당해 식량 부족으로 서로를 먹게 된 비극적인 사건.[/footnote]…그들의 여정은 실패로 돌아갔을 뿐만 아니라,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최악으로 치달았다. 경험미숙, 과도한 자신감, 나쁜 판단, 자원의 낭비, 내분, 지름길, 나쁜 충고 때문이었다…게임 개발이 그렇게 맹목적으로 돌진한다면, 도너대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상기시킬 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그러면 어떤 암울한 운명이 기다려도 마땅하다…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업계 전반에 실패에 대한 거부가 퍼져 있다. 상식에 대한 도전이다. 위험을 받아들이고 실패하는 것은 창조적 과정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다. 이 경험을 거부한다는 것은 2류의 길로 들어선다는 것이다.


나는 게임 디자이너와, 예술가, 작가, 음악가의 유토피아를 보았다. 나는 자유와 생활양식, 창조력이 목표나 예외가 아니라 기본으로 완벽한 균형을 이루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이 유토피아는 경영과 마케팅, 제품 개발이라는, 창조적이지 못 하고, 구식에, 쓸모 없고, 비효과적인 개념을 바탕으로 한 시스템 속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


아케이드 기반의, 슈팅에, 인형극과 토요일 아침 만화식 미학 원칙이 업계를 지배하길 원하는가? 여피[footnote]여피족(yuppie): 2차대전 이후(40년대 말-50년대 초)에 미국에서 태어나 대도시 근교에 거주하는 젊고 부유한 엘리트 층[/footnote]의 호화로운 노동착취공장의 조립 라인에서 쓰레기 같은 게임들이 만들어지길 원하는가?


기억하라. “존 로메로는 당신을 그의 암캐로 만들고 싶어 한다.”[footnote]John Romero wants to make you his bitch: 존 로메로가 참여한 게임 <다이카타나>의 악명 높은 광고문구 “존 로메로가 당신을 암캐로 만들려고 한다…삼켜라”(John Romero's About To Make You His Bitch…Suck it down)를 따온 것이다. (Suck it down은 직역하면 ‘삼켜라’지만, FPS 등에서 결정적인 총격을 하기 전에 하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즉 총알을 삼키라는 말.)[/footnote] 사실, 내가 아는 열댓명의 게임 개발자들이 그렇다…

디자이너 R

창작자의 권리장전

창작자의 권리장전 전문은 1987년 스콧 맥클라우드가 만들었고, 여기서 읽을 수 있다. 컴퓨터 게임 산업에도 충분이 적용할 수 있다.


  우리들의 권리는:

  1. 우리가 만든 것을 전적으로 소유할 권리.
  2. 우리가 완전히 소유한 것의 창작적 결정에 대해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권리.
  3. 우리의 창작물 재생산과 형식에 대해 승인할 권리.
  4. 우리의 창작물이 배급되는 방식을 승인할 권리.
  5. 우리와 우리의 창작물이 퍼블리셔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권리.
  6. 모든 사업 거래에 대해 법률 고문을 고용할 권리.
  7. 한 번에 하나 이상의 퍼블리셔에 제안할 수 있는 권리.
  8. 우리의 창작으로부터 나오는 모든 수익을 정당한 양으로 신속하게 지불받을 수 있는 권리.
  9. 우리의 작품에 관련된 모든 수입과 지출을 정확하고 빠짐없이 알 수 있는 권리.
  10. 우리 창작물의 원본을 신속하고 완전한 상태로 돌려받을 수 있는 권리.
  11. 우리 창작물의 이용허가에 대해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권리.
  12. 우리와 우리의 창작물을 홍보할 권리와 홍보를 승인할 권리.

 

☞ 2장: 네 적을 알라



댓글 3개:

아이삼 :

요절복통 기계쪽의 footnote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 같지 않네요.

밝은해 :

@아이삼 - 2009/10/07 05:46
고쳤습니다. 지적 감사합니다. :)

허밤 :

사업, 마케팅 부서에서 게임트랜드를 공유해주면서 방향을 제시한다던가 하는게 지나친 간섭을 하는 것이었나...게임에 트렌드를 따라간다는거 자체가 이상한걸까? 곰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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