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2일

스크래치웨어 선언 3장: 스크래치웨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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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스크래치웨어의 마지막 장입니다. 3장에서는 1장과 2장에서 비판한 게임 산업과 권력 아래서 만들어지는 게임을 대체할 ‘스크래치웨어’(scratchware)를 제안합니다.

“1장: 혁명의 서막” 읽기, “2장: 네 적을 알라” 읽기

그들의 제안에는 스크래치웨어만을 위한 인터넷 배급망을 만들자는 제안이 나오는데, 이 선언문이 쓰여질 당시(2000년)에는 변변한 인터넷 상의 배급 모델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가장 성공적인 스팀을 비롯 다양한 다운로드 게임 배급 사이트들이 등장했습니다. 그러한 다운로드 판매 사이트들이 이들이 원하던 대안일까요? 아니면 인터넷 시대에 출현한 새로운 흡혈귀일까요? 글쎄요. 이 선언문의 저자 중 한 명이었던 그렉 코스티키얀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가능하면 그런 배급망을 통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footnote]그리고 코스티키얀은 이 선언문의 정신을 구현하는 다운로드 유통 사이트인 ‘마니페스토 게임즈’(Manifesto Games)를 만들기도 했다…하지만 1장에서 언급했듯이 2009년 폐업했다.[/footnote] 플랫폼 홀더와 개발자의 분배 비율[footnote]보통 다운로드 사이트에서 개발자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40-50%선(XBLA 같은 콘솔 인디씬에서는 30%선)으로 알려져 있다. 스팀의 경우 “월드 오브 구”를 개발한 2D보이의 론 카멜은 스팀이 어느 플랫폼보다도 개발자에게 많은 이익을 분배한다고 시사하기도 했다.[/footnote], 인디개발자의 생존권마저 위협하는 가격 인하[footnote]다운로드 포털 사이트 측에서 결정하는 저렴한 가격정책이나 세일은 개발자들에게 직격탄이 되어 인디개발자로서의 생존을 위협한다. 또 소비자들은 인하된 가격에 익숙해져 인디게임을 저가에 사는 데 익숙해졌다. 과연 그것으로 생계를 이어갈 수 있을까?[/footnote]가 그들이 바랬던 것이 아닌 건 분명해 보입니다.

3장 시작합니다. 1, 2장과 마찬가지로 모든 주석은 역자에 의한 것이고, 원 저자들의 뜻에 따라 번역문 역시 누구든지 자신의 상황에 맞게 고쳐 쓸 수 있습니다.


 

스크래치웨어 FAQ

여러분이 스크래치웨어에 대해 알고 싶지만 두려워 차마 묻지 못 했던 것들을 모았다.

스크래치웨어란 무엇인가?

‘스크래치웨어 게임’(scratchware game)이란 기본적으로 소규모 팀이 프로 수준의 아트와 게임 디자인, 프로그래밍, 사운드로 제작하여 페이퍼백 서적 가격으로 파는 컴퓨터 게임을 말한다.

스크래치웨어 게임은 키보드를 만지고 글을 읽을 수 있는 누구라도 플레이할 수 있다. 스크래치웨어 게임은 간결하고(가능한 15분에서 1시간 정도), 리플레이 가치가 아주 높고, 만족스럽고, 도전적이고, 즐겁다.

왜 스크래치웨어라고 하는가?

스크래치(scratch): 적은 돈, 알뜰살뜰.

웨어(ware): 웨어즈, 소프트웨어.

왜 우리에겐 스크래치웨어가 필요한가?

왜냐면 게임 프로그램이 대부분의 사람에게 너무 많은 돈을 지불하게 하기 때문이다. 작년에 팔린 게임이 35달러에 달하고, 소매상에서 파는 최신 타이틀은 55달러를 상회한다. 대부분이 제 값을 못 하는 것들이다.

일회성에, 리플레이 가치도 부족하고, 파생적인 게임플레이를 가진 게임들이 생각해 보자. 그리고 그 게임들의 퍼블리셔가 자꾸 자꾸 요구하는 가격을 생각해 보자.

칩패스 게임즈(Cheapass Games)는 보드게임 회사로 수상경력이 있는 보드 및 카드게임을 3달러에서 7달러에 팔고 있고, 아주 성공적이다.[footnote]칩패스 게임즈는 비싸고 다 거기서 거기인 [보드]게임들에 반대하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불필요하게 비싼 컴포넌트가 필요하지 않게 하며 단가를 낮추어, 작고 저렴하면서 품질이 높은 게임을 만들어 왔다. 2007년 이후 “겨울잠”을 선언하며 활동이 없다가, 2009년 “버튼멘”이란 게임을 아이폰으로 내놓았다.[/footnote] 칩패스 게임즈가 상업용 보드 게임이듯이 스크래치웨어도 상업용 컴퓨터 게임일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칩패스 게임즈처럼 스크래치웨어의 철학은 아이디어의 가치, 그 진가를 받아들인다. 이 철학은 생각이 깊은 아이디어와 이성적인 디자인 목표, 세심하고 헌신적인 장인정신의 새 지평을 제시한다.

* * *

우리에게 스크래치웨어가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지금의 개발팀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10명의 사람과 함께 노래나 시를 쓴다고 생각해 보라. 스무 명의 사람과 함께 태피스트리를 짜거나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거나, 소설을 쓴다고 생각해 보라.

이제 고예산 컴퓨터 엔터테인먼트를 만든다고 생각해 보라. 언리얼 엔진을 쓰는 3D 슈터 게임의 디자인 팀을 예로 들면, 50에서 100명의 사람으로 구성된다.

반면, 다양한 기술을 가진 한두 명의 사람이 게임을 만든다고 생각해 보라. 친구와 함께할 수도 있고, 가족과 함께할 수도 있다. 이런 것을 데드라인이나 관료에 의한 구속 없이 한다고 상상해 보라. 콘텐트와 게임플레이, 아트, 디자인이 다른 이의 손아귀에 들어가지 않고 스스로 제어할 수 있다고 생각해 보라. 진짜로 게임을 만든다고 생각해 보라.

스크래치웨어를 상상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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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컴퓨터 게임을 개발하는 방법이 한 가지가 아니기 때문에 스크래치웨어가 필요하다. 기업의 컴퓨터 게임 제작은 지금 공황에 빠져 있다. 게임 퍼블리셔는 무지하고 부정적이다. 그들은 그들이 경영능력이나 개발자의 성숙함, 청중의 지적 능력, 디자인의 독창성을 판단하는 데 부적절한 사람이란 걸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

반면 스크래치웨어 게임 디자이너들은, 거대한 컴퓨터 게임 산업에 대한 순수한 무관심으로, 이 모든 넌센스를 무시하고 그저 훌륭한 게임을 만들 수 있다…

스크래치웨어는 게임 외의 어플리케이션에도 적용될 수 있는가?

당연하다. 스크래치웨어 어플리케이션이나 도구는 아마 이미 존재한다.

스크래치웨어 게임은 어떻게 만들어 지는가?

한 명에서 세 명의 사람이 디자인하고 빌드하고, 테스트하고, 출시한다. 보통의 컴퓨터 시스템에서 사용되는 평범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도구로 만들어 진다. 밤이고, 주말이고, 휴가 중이고 간에 가능한 어느 때라도 만들 수 있다.

업무는 위임하고 공유한다. 참여하는 누구든 글쓰기, 프로그래밍, 아트, 게임 디자인, 사운드 디자인이나 음악 제작 중에서 최소한 두 가지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스크래치웨어 게임은 그 외관과 디자인에 있어 우선적으로 2D 아트에 의존한다. 여러분 대부분이 이것의 장점을 잘 알 것이다. 3D 게임은 복잡하고 돈이 든다. [한 사람이 스스로 엔진을 프로그래밍할 수 있으면서 3D 툴과 모델 제작 및 텍스처에 익숙한 아티스트와 함께 한다면 할 만하겠다.][footnote]물론 2009년 현재는 어느 정도 3D 기술에 유연한 접근이 가능해졌지만, 모델링은 여전히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또 이미 많은 인디게임이 2D 아트의 미학을 잘 보여주면서 시험하고 있다.[/footnote] 2D 게임 아트는 빨리 만들어 구현할 수 있고, 분명 헤아릴 수 없는 미학적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누가 스크래치웨어를 만드는가?

아직 누구도 스크래치웨어를 의도하고 만들지 않는다. 이 개념은 제법 새로운 것이다.

저가격에 좋은 셰어웨어 게임 중 몇몇은 이 범주에 들어갈지도 모른다. 선반에 올라가는 게임 중에서도 저가격 게임이 해당될 수도 있다.

게임이 독창적인 콘텐트를 가지고, 훌륭한 게임플레이와 재플레이 가치를 제공하며, 프로페셔널한 외양에, 버그에 자유롭고, 25달러 이하에 완전한 프로그램을 얻을 수 있으며, 세 사람 정도가 만든 것이라면, 스크래치웨어다.

스크래치웨어를 만드는 비용은 얼마나 들어가는가?

참여하는 개인이 자신의 재능과 도구를 쏟아 붓는다. 그렇다면 대체 어떤 아이디어가 우리가 가진 기술과 자원[asset], 도구만으로 만들어 질 수 있을까?

본질적으로 스크래치웨어 게임을 만드는 데는 자금이 전혀 들지 않거나 들어도 소량이다. 특별한 도구나 자원[asset] 라이브러리가 필요하다면, 개인이 취득하기 어려운 선반제품보다는 프리웨어 프로그램이나 소스를 권장한다.

스크래치웨어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돈이 있다면, 골프나 사진, 산악 자전거 같은 일반적인 취미생활에 들어가는 만큼일 것이다.

스크래치웨어에 적합한 장르는 무엇인가?

무엇이든, 범주(어드벤처, 전략, 퍼즐 등)나 설정(사이언스 픽션, 역사, 판타지 등) 모두에 있어 무엇이든 된다. 정말 어떤 장르나 범주도 괜찮다.

스크래치웨어 게임은 얼마에 팔아야 할까?

10달러에서 25달러. 다운로드 판매든 CD 롬이든.

고객은 그 돈으로 뭘 얻을 수 있는가?

전문적인 수준의 아트와 프로그래밍, 글, 디자인, 사운드, 음악이 담긴, 합리적이고 지불할 만한 가격의 좋은 게임.

누가 스크래치웨어를 배급하는가?

아직 아무도 하지 않는다. 현재 셰어웨어 모델 말고는 배급 모델이나 시스템이 없다. 셰어웨어는 읽어줘웨어[readmeware]다. 고객이 그 가격을 제대로 인지하도록 하지 못 한다면 프리웨어나 마찬가지다. 조금 더 공격적인 접근법이 필요하다.

스크래치웨어에는 아주 독창적인 배급 기법이 필요하다. 이 문제의 해법은 다양하겠지만, 우리가 인터넷 상에서의 소통과 상업의 혁신을 보면 이 시점에서 최선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 같다.

인디 게임과 스크래치웨어를 위한 배급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우리 중에서 더 사업적인 마인드를 가진 기업가에게 흥미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아주 큰 수익을 낼 수도 있다.

적절한 종류의 독창적인 온라인 배치와 게임 웹사이트에서의 스포트라이트와 리뷰, 어느 정도의 게릴라 마케팅이 있다면 장애물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다…스크래치웨어 배급망이 나타난다면.

디자이너 R


R E V O L U T I O N[footnote]원문에서는 이 부분에 “Revolution”의 가사가 들어갔지만, 문서고의 성격 상 뺐다.[/footnote]

존 레논, 폴 맥카트니
1968년 8월 30일


스크래치웨어 선언

스크래치웨어 선언은 2000년 여름에 시작되었다. 공동으로 쓰여졌고, 일정부분 사이버펑크 선언의 영향을 받았다. 이 선언을 읽고서 행동으로 옮긴다면, 당신의 생각과 폭로, 경험, 아이디어를 공개적으로 논하기를 바란다. 제대로 굴려보길 바란다.

또한 이 선언문을 당신이 처한 특정한 상황, 전망, 필요에 따라 당신만의 버전으로 만드는 것도 좋다. 사실 이것이 이 문서의 주된 목표이다.

2000년 9월 5일

 

The Scratchware Manifes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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