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25일

스크래치웨어 선언 2장: 네 적을 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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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밝은해입니다. 약 3주만의 번역글이네요.

스크래치웨어 선언 그 두 번째, “네 적을 알라”(Know Your Enemy)[footnote]”Know Your Enemy”는 록밴드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의 곡명이기도 하다. 밴드 이름의 뜻이 “‘기계’에 대한 분노”이듯이, 자본주의와 산업사회라는 기계에 의한 모순, 지배계급에 대한 분노를 노래한다.[/footnote]입니다. (1장: 혁명의 서막 보기 ☞) 1장이 올라온 지 두 달 가까이 되어서 올라오게 되었네요. 스크래치웨어 선언은 2000년 다수의 익명 게임 디자이너가 함께 쓴 선언서로, 대규모/고예산 개발로 경직되어 가는 업계에 대한 개탄과 분노를 담아 소규모/저예산의 예술 형식으로서의 게임을 만들 것을 주장합니다. 1장이 고예산 개발의 폐해와 혁명의 호소를 이야기했다면, 2장은 게임산업을 좀 먹는 권력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1장과 마찬가지로 모든 주석은 역자에 의한 것이고, 원 저자들의 뜻에 따라 번역문 역시 누구든지 자신의 상황에 맞게 고쳐 쓸 수 있습니다.


 

게임 산업의 돈과 권력

게임 산업이 뭐가 잘못 된 걸까? 왜 게임이 버그가 가득한 채 출시되며, 왜 좋은 게임 회사가 가라앉으며, 왜 오늘날 우리가 하는 게임이 5년 전에 했던 것과 똑같은 채 그래픽만 나아졌을까? 왜 그런가를 이해하려면, 그리고 변화를 위해 뭘 할 수 있는지 이해하려면, 게임 산업의 돈과 권력의 흐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게임 산업은 먼저 무엇보다도 세상의 다른 많은 산업과 똑같다. 바로 신경제(新經濟, new economy)라고 하는 것이다…만약 그게 지금까지 해왔던 것보다 근본적으로 새롭다면 말이다. 그런가? 염병, 아니다.[footnote]원문은 “Hell, no.” 저자의 분노를 살리기 위해 거친 표현으로 옮겼다.[/footnote] 똑바로 보자. 산업이란 건 자기 돈 늘릴 수 있는 건 뭐든 하는 사람들이 우두머리인 경제주체(기업)와 소비자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만큼 돈을 뜯으면서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에겐 가능한 적은 돈을 지불하는 사람들(주주)로 구성되어 있다.

월 스트리트의 흡혈귀들

만약 경제/정치계가 일인칭 슈팅 게임이었다면, 언데드로 득실거렸을 것이다. 맞다. 세계는 흡혈귀 무리가 통제하고 있다. 엑손과 마이크로소프트, 몬산토[footnote]식물 종자, 제초제 등을 제조하는 세계적인 농업회사. 유전자 조작 씨앗 시장을 지배하고 있기도 하다.[/footnote] 같은 기업들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그렇게 많은 광고를 운영하는지 궁금한 적이 없나? 그 이유는 그들이 우리에게 진실을 숨겨야 하기 때문이다. 흡혈귀는 기업이라는 형태로 우리 세계를 지배한다.

흡혈귀의 특징이 무엇인가? 불멸이고, 힘이 세다. 기업도 영원히 살 수 있다. 모건 은행, 포드 자동차, 제네럴 일렉트릭은 영원히 계속 갈 수 있다. 흡혈귀의 또 다른 특징이 뭔가? 피를 빨아먹고 산다. 새 게임을 켰는데 처음 15분 동안 다섯 번이나 다운이 되면 어떤 기분인지 아는가? 그게 피를 빨리는 기분이다. 기업은 단 하나의 이유로 존재한다. 그들의 변명은 듣지 마라. 그들의 존재이유는 가능한 벌 수 있는 많은 돈을 버는 것이다. 우리는 가축이고, 탐욕스러운 흡혈귀들이 우리에게서 가능한 많은 이익을 빨아내기 위해 살려 두고 있다. (그들은 지구도 같은 식으로 대한다. 깔끔하게 잘린 숲을 본 적이 있나. 기업이 활동 중이다!) 흡혈귀들은 죽이기 힘들기로 유명하다. 기업도 그렇다. 엑손은 알래스카 전역에 기름을 흘리고 다녔지만 여전히 잘 산다.[footnote]1989년 원유 20만 톤을 싣고 항해하던 엑손 발데즈호가 알래스카 해안에서 좌초된 사건. 참고기사.[/footnote] 유니온 카바이드는 인도 보팔에서 수천 명을 죽였지만[footnote]1984년, 미국계 화학회사인 유니온 카바이드의 인도 보팔 공장에서 유독가스가 새어 나와 수천의 인명이 희생된 사건. 가스 노출 이후 관련질병으로 인한 사망자까지 포함하여 희생자가 2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기도 한다. 참고기사.[/footnote], 여전히 장사를 한다. 기업에 소송을 걸고 재판을 할 수도 있지만, 수백만 달러를 받는 변호사 수천 명이 그들의 사악한 언데드 마스터를 지키고 있다. 브리지스톤/파이어스톤은 다량의 불량 타이어를 만들어 다수의 사람을 죽였다[footnote]포드 익스플로러 SUV에 장착된 파이어스톤 타이어 결함으로 사고가 잇따랐고, 271명의 사망자를 냈다. 참고기사[/footnote]. 문제에 휘말릴 수는 있겠지만, 기업은 계속 될 것이라고 확신해도 된다. (흥미로운 사실: 불량 타이어의 대다수는 정규직 근로자들이 파업을 했던 일리노이주 디케이터 공장에서 만들어 졌다. 그 타이어들은 대체 근로자들, 그러니까 비조합원들이 만들었다. 흡혈귀와 비조합원? 왠 우연.) 흡혈귀는 또 소굴을 가지고 있다. 보통 먼지 쌓인 성 지하다. 미국을 운영하는 흡혈귀들도 소굴을 가지고 있는데, 그들의 성은 월 스트리트라고 부른다. 흡혈귀는 어둠의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고, 기업은 광고에 수억을 쓴다.

흡혈귀 사냥꾼 벤자민 프랭클린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footnote]1776년,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하여 미국을 건국하는 데 일조한 정치 지도자들을 일컫는다.[/footnote]은 흥미로운 이들이었다. 그 중 몇몇은 기묘한 것에 빠져 있었다. 그 중 많은 이들이 숨겨진 지식과 의식을 가진 비밀 단체의 단원이었다. 달러 지폐 뒷면에 있는 피라미드의 눈에 숨겨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가?[footnote]미국 1달러 지폐 뒷면에 있는 피라미드의 눈, 전시안(모든 것을 본다는 눈)을 말한다. 음모론자들은 그것을 건국의 아버지들이 가입해 있던 프리메이슨이 미국, 더 나아가 세계를 뒤에서 조종한다는 음모론과 연관 짓는다.[/footnote] 건국의 구성원이었던 그들은 흡혈귀 기업의 비밀스런 사악한 힘을 알고 있었다. 대영제국이 소수의 거대한 권력 기업으로 식민지를 관리했었기 때문이다. 혁명 후 그들은 기업이 그대로 존재하게 놔두었지만, 언제라도 그 심장에 말뚝을 박을 수 있는 권한을 남겨 놓았다. 미국의 첫 100년 동안은 기업활동이 극히 제한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해방을 계획했다. 내전(남북전쟁)이 기회였다. 흑인들이 노예로부터 해방됨과 동시에, 월 스트리트의 흡혈귀들도 노예들을 풀어주었고, 우리 모두를 노예로 하는 체제를 구축했다. 1872년, 그들은 기업이 한 인간으로서의 모든 권리를 갖게 해달라고 대법원을 설득했다. 그리고 오늘 이렇게 된 것이다. 글로벌 자본가® 소유의 미국주식회사.

우리 모두 렌필드다[footnote]Renfield: 브람 스토커의 소설 “드라큘라”의 등장인물. 드라큘라 백작의 영향을 받아 벌레나 쥐를 잡아먹는 정신병 환자로 등장한다. 백작은 렌필드에게 자신에 복종할 것을 강요한다.[/footnote]

그들, 언데드 왕자들은 교활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봉급을 위해 그들에게 의존한다. 그들은 하부의 좀비들과 상부의 욕망을 채우는 소수라는 노예계층을 만들어 냈다. 지금 당장은 게임 산업에 당근이 많아 보인다. 당신도 닷컴 백만장자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와 동시에, 숙련된 컴퓨터 노동자가 부족해 취업비자를 통해 바깥에서 사람들을 데려오고 있다. 인도나 태국, 핀란드, 독일에서 오는 게 나쁜 건 아니다. 기억하라, 그들도 흡혈귀의 양식이다. 노동자들을 비자 때문에 고용한 회사에 묶이게 되고, 결국 회사가 그들을 통제한다. 그리고 전체 컴퓨터 노동자의 임금률은 떨어진다.

흡혈귀들은 교활하면서도, 한 편으론 멍청하다. 불멸이라서 널리 내다본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들 소굴, 월 스트리트의 규칙은 점점 더 분기의 실적에 집중한다. 왜 버그 가득한 게임이 크리스마스에 맞춰 쏟아져 나오는 줄 아는가? 4분기 수익 때문이라네, 친구!

실리콘 노동착취공장

컴퓨터 게임 산업은 피를 빨아먹는 사기꾼들이 점점 더 망쳐가고 있다. 벤처 (뱀파이어?) 캐피탈리스트는 자신이 모두의 명줄을 쥐고 있다는 걸 인식시킨다. 요즘 게임을 만들려면 대량의 피-자본-이 들고 소규모 개발사들은 사라지거나 대기업의 파트너십에 따라 끌어들여지거나 쫓겨난다. 동시에, 근로 조건은 더 나빠진다. 크런치 타임(크런치, 렌필드의 이빨이 맛난 벌레의 등껍질을 파고드는 소리 같지 않은가?[footnote]크런치(crunch)는 우두둑 부서지는 소리를 나타내는 의성이 이기도 하다.[/footnote])은 더욱 더 흔해지고, 더욱 더 길어진다. 크런치는 남부로 갈 수록 더 흔한 것 같다. 여기 살론(Salon)에 제보된 이온 스톰(Ion Storm)[footnote]“다이카나타”, “씨프”, “데이어스 엑스”, “아나크록스” 같은 게임을 제작한 회사. 이드 소프트웨어의 공동창립자이기도 했던 존 로메로와 톰 홀 등이 1996년 공동창립 했다. “데이어스 엑스”의 디자이너로 유명한 워렌 스펙터는 오스틴 지부를 창립했다. 댈러스 지부는 2001년, 오스틴 지부는 2005년 폐쇄되었다.[/footnote] 댈러스 지부의 사례를 보자.

밤샘, 일 18시간 근무, 사무실 취침. 존 로메로 집단은 “다이카타나”(Daikatana)를 완성시키기 위해 “살인 스케줄”을 강행한다.

“다이카타나”가 시작되면서, 열성적인 엘리트 게이머들이 그들의 영웅 로메로와 일하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모여들었다. 학교도 그만 두고, 친구관계도 끊고, 말 그대로 책상 아래 침대를 만들어 놓고 살며, 모든 숨은 로메로의 집에서 쉬었다. 말 그대로 “살인 스케줄”, 게임을 완성하기 위한 궁극적이고 끝없는 러쉬는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다지는 각오 따위가 아니라, 삶의 방식이었다.

멕시코 마킬라도라[footnote]멕시코의 기계조립공장을 일컫는 말로, 멕시코 정부에서 해외기업의 공장을 유치하기 가혹한 노동환경과 낮은 임금, 환경오염 문제를 용인했다. 관련기사 1, 관련기사 2[/footnote] 노동자가 ‘살인 스케줄’을 감당했던 건 선택이 아니었다. 가난한 나라가 어쩔 수 없이 내린 경제적 결정이었다.

첫 14시간은 항상 쉽다.

“아아아아아그아아아아아가!” 숀 그린이 컴퓨터 키보드를 바닥에 내던지며 소리지른다. 한밤중, 이온 스톰의 코더 은신처, 날이 어두워진 만큼 칸막이[cube][footnote]미국 사무실 풍경으로 흔히 볼 수 있는 칸막이로 구분된 정육각형[cube] 형태의 개인 공간.[/footnote] 속도 어두워 졌다. 땅딸막하고 배가 불뚝 나온 검은 티셔츠의 긴 머리의 프로그래머 그린은 “2001년”의 시작에 원숭이처럼 등을 구부리고 키보드 키를 이빨이 빠진 것처럼 내던졌다.

근처 칸막이 속에 있던 한 깡마른 프로그래머는 그 짜증을 관조하다가 곧 태연하게 자기 작업을 계속 했다. 그린은 머리를 빗어 넘기자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이런 스트레스 해소법도 없을 거야.” 그는 그렇게 말하곤 박살 난 키보드를 복도로 내던졌다.

정신 나간 일정이 유발하는 작은 폭력적 행동 만한 것도 없을 거다. 여기는 텍사스다. 다음에는 권총을 들고 총알을 먹으려다 빠진 이빨들을 바닥에 늘어놓게 되지 않을까?

“다이카타나”의 리드 코더이자 이드 소프트웨어의 베테랑인 28살의 그린은, 하루 18시간 근무에 14시간째였다. 몇 분 안 되서 그는 처음이자 유일한 휴식을 가졌다. 버려진 낙태 시술 병원으로 가 그의 둠메탈 밴드인 “라스트 챕터”와 합주 연습을 했다…

대단한 건, 업계 사람들이 시급으로 돈을 받았다면 크런치 타임은 그나마 빈약하기 그지 없는 미국 노동법을 침해한 것이었을 것이다. 으으으으으음, 나는 18시간 근무에 휴식 한 번이어도 좋아요. 나랑 계약해요, 자본주의의 암흑군주시여!

크런치 타임에는 모두가 자멸의 벼랑 앞에서 휘청거리고, 무자비한 살인 스케줄이 이 프로덕션의 마지막 몇 달 동안 이어졌다.

팔팔해지는군!

로메로 주장하길, 크런치 모드의 순수한 냉혹함은 그것이 모든 것에 대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노동착취공장 관리자 주장하길, 글로벌 경쟁의 순수한 냉혹함은 그것이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가서 일해, 게으른 양들아!

자세히 보면, 그린 같은 생존자는 크런치를 하이테크 집단에서의 갈굼 같은 것으로 생각한다. 지배세력이 상급생이고, 하수인들이 그들을 따르는 것이다. 별명인 다람쥐로 통하는 털이 덥수룩한 29세 코더 브라이언 아이서로는 90일에서 85일을 집에 가지 않고 일하며 사무실 기록을 세웠다. 그는 이메일로 열변을 토했다. “엄청난 양의 작업이 되어 있을 거에요. 짧은 폭발적 압력이 날 이렇게 만들죠.” 실로, “다이카타나”는 긴 폭발이었다.

그건 점점 길어진다. 그리고 곧 그건 아무 것도 아니게 된다. 이것을 ‘감소된 기대’, 매애와 음매[footnote]양 울음소리와 소 울음소리[/footnote]라고 부르는 흡혈귀가 좋아하는 도구 중 하나이다.

그리고 이건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다. 미국은 세계 다른 나라보다 사정이 훨씬 나은 거다. 그 곳에서는 불도 안 들어오고 환기도 안 되는 작업장에서 하루 18시간을 일하게 강요한다. 여기서는 그걸 자발적으로 하고 있다고 믿게 만들어 준다. 훨씬 우월하지 않은가?

이온 스톰의 31세 게임 개발자는 그림자가 아니라 암흑 속에서 일한다. 각자의 칸막이로 들어가려면, 천막을 갈라야 한다…지난 10월에 거닐었던 유리 돔으로 된 게이머들의 안식처 만큼이나 멋지고 역설적인 광경이다. 내게 보이는 건 그저 일렬로 늘어선 동굴. 이 동굴 중에서, 위즐의 것이 가장 어두웠다.

“저는 버섯입니다.” 자리에 앉자 위즐이 말했다. “항상 어둠 속에서 일하니까요.” 별도로 몇 장의 천막을 더 덮은 그의 칸막이에는, 단 한 줄기의 빛은 물론, 신선한 공기가 들어갈 새도 없었다. 하지만 위즐…[footnote]위즐(Weasl)이란 별명은 사실 족제비를 의미하는 ‘weasel’(위젤)의 변형으로 보인다. 족제비는…굴에서 산다.[/footnote]은 괘념치 않는 것 같았다. “어둠은 바깥으로부터의 영향을 차단하는 데 정말 도움이 되요.” 그는 화면 속 용암 애니메이션을 만지작거리며 설명했다. “여기서 충분히 지내다 보면, 인격이 적응해요.”

아이를 쉼 없이 두들겨 패고 나서라도, 인격이 적응할 거다.

루크 “위즐” 화이트사이드는 다이카나타 팀 레벨 디자이너 중 가장 신입으로, 어떻게 보면 가장 불가사의하다. 그는 내가 회사를 방문하기 불과 몇 개월 전에 입사했으니, 이온 스톰의 폭풍 같은 뒷이야기를 놓친 것이다. 그는 여전히 이 곳에서 일하는 데 경외심을 가지고 있었고, 때로는 회사를 떠나지 않았다. 그의 책상 밑에는 베개가 있다. 어떤 날 밤에 그는 컴퓨터 아래 쭈그리고 앉아 M&M’s를 씹어먹으며 잠이 든다. 자신만큼이나 열렬한 게이머로 회사를 가득 채우고 싶어 했던 로메로에게는, 위즐 만큼 하드코어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불쌍한 위즐은 뱀파이어의 지배로부터 고통 받는 것 같다. 강제 수용소 희생자들도 그들의 압제자와 자신들을 동일시했다. 제법 (그리고 아마 분명히) 악의로 가득한 이온 스톰에서만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하진 말자. 전혀, 전혀 아니다. 만연해 있다. 앞으로 게임을 사면서 기분이 더 좋아질 것 같지 않아요? CD에는 핏자국이 잘 묻지 않는다는 게 다행이랄까.

베고 불태우는 개발[footnote]slash and burn development. 기업이 산림을 베고 불태워 개발하는 것을 비유한 것으로 보인다.[/footnote]

회사는 사람들을 점점 더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게 해놓고는, 그것을 좋아하게 만든다. 동시에, 근로자들의 노동으로 얻은 과실에 대한 지배력을 높여가고 있다. 그걸 ‘지적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 Rights)이라고 한다. 말은 좋다. 누가 자기의 작품에 대해 지배권을 행사하는 데 불평할 수 있는가? 예, 형제자매여, 근로자가 지배권을 가지는 게 아닙니다. 언데드죠. 고용계약은 창조적 근로자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권리를 가지지 못 하게 하고 있다. 나아가, 보장된 수익을 미친 듯이 긁어 모으느라 정신을 놓은 게임들이 많다. 업계에는 어느 샌가 자금줄이 끊긴 게임들의 사체가 널려 있다. 그리고 그걸 누가 소유하는가? 기업이다. 수천 시간의 노동에 대한 수천의 돈이 악의 왕자의 비밀 금고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불순한 동맹[footnote]unholy alliance. 신성동맹(Holy Alliance)에 반대로, 불순하고 사악한 의미를 가진 동맹을 의미하는데, 실제로 종교와 정치의 연합 등 정당하지 못한 동맹관계를 비판하는 데 쓰이는 말이기도 하다.[/footnote]

어떻게 이 파괴적이고 사악한 경영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 방법 중 하나가 낡아빠진 반경쟁 마케팅 전략이다. 왜 세계 모든 게임이 소매상에서 55달러에 팔리는 줄 아는가? 게임 산업의 흡혈귀 제왕들께서 배급망의 거물 흡혈귀들과 그렇게 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컴퓨터게임 언론이라는 하수인들은 온라인과 출판 양방으로 거짓을 꾸며낸다. 컴퓨터 하드웨어의 주인들도 게임이 하드웨어 판매를 촉진시키고 있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는다. 그리고 컴퓨터 세계의 대마왕인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한 몫을 한다.

음매! 매애!

그리고 ‘가축은 일렬로 놓으라’는 전략을 잊지 말라. 우리 업계의 어둠의 군주들은 일터에서나 게이머 커뮤니티에서나 자기들이 수적으로 밀린다는 걸 잘 알고 경계하고 있다. 그들은 역사가 증명한 분열과 정복, 허풍과 거짓으로 당혹하게 만들기, 어둠 속에 밀어 넣어 똥을 먹여 기르기 같은 기법을 사용했다. 사람들이 노동자로서 자신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가장 흔한 방법은 스스로 조직하여, 때로 조합으로 만드는 것이다. 뭐, 조합은 1930년대 이래로 전개해 온 나쁜 홍보 캠페인으로 바닥을 기어 왔다. 분명 이 신경제의 전사들은 조합처럼 성가신 것에는 참여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자동차 제조 노동자가 아니라 게임 전문가다!

태양이 떠오른다

우리의 흡혈귀 군주는 잘 교육받은 노동자와 게이머들에 의해 진실의 햇빛이 그들 위로 떠오르게 되면 제대로 활동하지 못 한다. 태양이 떠오를 징조는 사방에서 볼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영체제 독점은 리눅스 운동이 성장할 수 있게 도운 한 요인이었다. 리눅스는 지배의 주된 근원인 소프트웨어의 저작권에 직접적으로 대항하기 때문에 흡혈귀에게 치명적이다. 저작권이 없다면, 가축들은 목장에서 빠져 나와, 뿔을 기르고, 온갖 위험한 짓을 다 할 수 있게 된다. 오픈소스 운동은 기업이 하는 짓에 지친 사람들을 끌어 모았다. 또 다른 훌륭한 반 흡혈귀의 예가 냅스터(Napster) 같은 MP3 교환체계이다. 사람들은 흡혈귀 라디오, 흡혈귀 음악회사, 흡혈귀 CD 매장에 정말로 질렸다. 인디미디어 운동[footnote]1999년 시애틀에서 일어난  WTO에 대한 시위를 기점으로 일어난, 미디어 독립 운동. 한국에도 센터가 있다(http://korea.indymedia.org/).[/footnote] 또한 언데드의 세력, 특히 미디어의 통제(허풍으로 당혹하게 만들고, 어둠 속에 밀어넣기)에 저항하는 예이다. 인터넷 상에서 인터넷 공동체(www.tao.ca)부터 퀘이크 클랜까지 대안적인 형태의 조직이 널려 있다. 이 중 일부는 그들의 어둠의 속박을 인식하고 있다.

게임산업의 심장에 말뚝을 박기

우리의 흡혈귀 군주는 그들의 규율이 위태롭다는 걸 알고 있다. WTO에 대항한 시애틀 봉기[footnote]1999년 11월 미국 시애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WTO 정상회담에 반대한 대규모 시위. 보통은 ‘시애틀 시위’, 혹은 ‘시애틀 전투’라고 불린다. (관련기사)[/footnote]에서부터 이 선언문까지, 저항은 계속 된다. 기업의 ‘민주적’ 정치에 대한 압제는 약해진다. 이들을 끌어내릴 단순한 계획이 있다. 세 가지만 하면 된다.

첫째, 우리 눈 앞의 눈가리개를 걷어 치워야 한다. 게임이 조악하고 버그투성이일 필요 없고, 게임을 만드는 것이 노예 같은 일이어야 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미쳐야 하고, 일어나야 한다.

둘째, 우리 업계에서 일어나는 진짜 이야기로 우리 스스로를 교육시켜야 한다. 대체할 매체를 찾아라. 뉴스 기사를 읽고 있을 때 누군가 당신에게 헛소리를 지껄이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당신이 옳을 것이다. 진실을 찾아라.

셋째, 우리는 조직해야 한다. 소와 양이 한데 뭉쳐야만이 그들을 벌벌 떨게 할 수 있다. 무언가를 변화시키려면 직접적인 행동을 취해야 한다. 우리는 스스로를 새로운 산업으로 조직하고, 새로운 채널을 찾아, 구매자로서는 우리의 경제력을, 노동자로서는 우리의 노동력을 이용해야 한다. 기업의 엄지손가락 밑에서 빠져 나와, 그들을 해체시키거나 고립시켜야 한다.

새로운 모델의 유토피아

만약 우리가 게임 제작에 있어 흡혈귀 군주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때가 온다면 어떨까? 소규모의 게임 개발팀이 그들의 작품에서 얻은 수익을 모두 공유하고, 작품에 대한 지배권과 소유권을 가진다. 게임은 대형 소매점에서 사지 않고, 인터넷이나 지역의 독립된 게임 다운로드 매장에서 구입한다. 게임은 50달러나 할 필요 없다. 어떤 것은 30달러, 어떤 것은 10달러, 어떤 것은 첫 챕터가 무료이고 한 챕터를 다운로드할 때마다 50센트씩 받는다. 우리는 게임으로 모든 것을 이야기할 것이다. 노동자의 혁명에 대한 게임, 여성의 권리에 대한 게임, 이교도 게임, 슈팅, 도시건설 등. 진정한 경쟁에 직면하여, 더 이상 작년의 히트작을 베낀 버그 가득한 제품을 내놓고서 내빼는 일은 없다. 우리는 할 수 있다. 우리가 충분히 미치고, 충분히 교육받고, 충분히 조직된다면.

오늘 무엇을 뒤엎고 싶은가?

 

디자이너 J1

 


☞ 3장: 스크래치웨어란 무엇인가?


댓글 3개:

azurenote.com :

trackback from: 어디나 마찬가지구나...
해외는 좀 나은 환경이 아닐까 하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실상은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 유감이다. 언젠가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왜 조합이 결성되지 않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적이 있다. 게임에 사용되는 기술은 급변하기 때문에 평생동안 공부해야 따라갈 수 있는 어려운 분야임에도, 사회적으로 낮은 대우-물론 이공계열 대부분이 한국에서는 개차반 대접이지만-를 받는다. 그런데 왜 환경개선을 요구하는 조직체가 결성되지 않는 것일까. 여러가지 의견들이..

azurenote :

밀린 포스트를 차근차근 읽어야 하는데, 요즘 여유가 없이 살고 있어서 난감합니다.

감상문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을 때는 쓸 말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쓰다보니 별 게 없더군요. 굳은 머리가 풀리질 않습니다..

밝은해 :

@azurenote - 2009/12/02 01:30
새싹 틔워주셔서 감사합니다 :)

좋은 글 많이 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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