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27일

우린 뭐든 할 수 있어요 (2008년 G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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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주의 주간 3일차입니다. 게임 개발자 회의(GDC)에는 Rant(야단)이라는 세션이 있습니다. 게임 개발자들이 각각 짧은 시간을 받아 게임계의 상황에 대해 말 그대로 야단치듯 강력하게 발언하는 자리입니다. 2008년 GDC에서는 클린트 호킹과 제인 맥고니걸, 존 마크, 크리스 헤커, 제노바 첸, 다니엘 제임스가 힘껏 야단을 쳐줬습니다.

다음 글은 그 중 클린트 호킹의 게임계의 창조적 침체에 대한 야단입니다. 옙, 어제 올라온 바이오쇼크 비평을 쓴 그 호킹 맞습니다. 문서고에 그 동안 올라온 글에 비해 편안하게 읽을 수 있도록 번역했고, 당시 호킹이 썼던 슬라이드도 중간중간에 넣었습니다. 야단 한 번 들어보실래요?



원문은 클린트 호킹의 블로그에서 슬라이드와 함께 다운로드받을 수 있습니다.


클린트 호킹

2008년 2월 22일

2008년 GDC


에릭이 제게 올해 야단을 치라고 하니, 제 마음 속에 먼저 떠오른 것이 게임업계의 창조적 침체였습니다.

저 쫌 화났습니다. 그런데 5초 정도 생각을 해보니, 짜증도 못 낼 만큼 케케묵은 주제더군요. 게다가, 게임 산업에 전반적인 창조적 침체가 있긴 한 건지 확신도 못 하겠어요.

그렇게 세심하게 살펴보진 않았지만, 우리는 다른 어떤 산업보다 훨씬 넓은 범위로 뻗어 있는 것 같아요. 심지어 표준에도 못 미치는 걸 개발한대도 우리는 세계 역사에서 가장 창조적인 산업입니다.

한 번은 좀 까다로운 타이틀 디자인 문제를 두고 잠시 머릿 속을 긁어대던 중이었어요. 그러다 게임플레이 프로그래머 중 한 사람한테 가서, 제 생각을 말해주고 우리가 그걸 구현할 수 있느냐고 물어봤어요. 그가 날 마약이라도 하는 사람처럼 보더니, 이렇게 말하는 거였습니다. "코드잖아요. 우린 뭐든 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우리가 창조적 침체로 고통을 받고 있단 생각은 안 해요. 사실, 창조적인 것은 쉽다고 생각해요. 사람에게 도전하는 무언가를 만들 용기를 가지는 것, 그게 망할, 어려운 거죠.

왜 우리는 사람에 도전하는 게임을 만들지 않을까요? 모든 종류의 영화와 책과 그림과 노래가 사람에 도전하죠. 왜 우리는 무언가 의미를 가진 게임을 만들 수 없을까요? 중요한 게임 말이죠. 우리는 항상 게임이 예술인가, 컴퓨터가 우리를 울릴 수 있는가 고민하죠. 고민은 그만 하세요. 그 두 가지 질문의 답 모두, 예스입니다.

이게 바로 저를 울게 만든 게임입니다. (역주: 제이슨 로러의 게임 "여정". 사소한 모딩 기억나시는지?)

이게 무언가를 의미를 가진 게임입니다. (역주: 로드 험블의 게임 "결혼")

둘 다 예술이죠. 둘 다 올해에 나왔습니다. 그리고 둘 다 독립제작자들이 남는 시간에 제로의 예산으로 만들었습니다.

그에 비해, 게임 산업은 열 편 정도의 대작 슈팅 게임을 만들어 냈죠. 기본적으로 픽셀을 보고 버튼을 누르는 것 빼곤 아무 것도 안 하는 걸요.

왜 우리는 이 작은 게임들로부터 아무 것도 못 배웠을까요? 그들이 게임을 풍부하게 해준 것과 똑같은 도구와 기법을 쓰면서요. 왜 우리는 이 게임들이 의미를 표현하는 데 사용했던 시스템을 가져와 우리의 다음 대작 게임에 쓰지 않을까요?

이런 대작 서바이벌 호러 게임은 어떨까요? 게임 속 배우자와 진정 메커닉적 관계를 가지면서 그를 거대한 방사능 괴물로부터 지키는 겁니다. 게임 속에서 취하는 행동이 그들과의 관계를 발전시키고(망할 컷씬이 아니라, 시스템 상으로), 게임의 가장 큰 동기인 배우자를 지키며 거대 방사능 괴물과 싸우는 것이, 사실은 게임이 말하고자 하는 것의 은유일 뿐이라면 어떨까요?

콜 오브 듀티는 그렇게 완벽하게 조율된 메커닉과 역학을 가지고도 진짜 의무에 대한 게임이 아닐까요?

아니면 왜 메달 오브 아너는 명예에 대한 게임이 아닐까요?

아, 진짜, 상자 속에 명예를 넣어서 팔 수 있다면 얼마나 가치가 있을지 상상해봐요. 톰 크루즈의 미소에 명예를 안겨주고 보게 하란 건 아닙니다...제 말은 명예롭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임을 알고, 명예로움의 대가를 아는 경험을 포장하라는 겁니다. 이 지구 인구의 90%가 그걸 느껴보지 못 했습니다. 그들이 이런 게임을 좋아할 거라는 데 제 왼 팔을 걸죠.

그리고 신이 버린 플레이어는 전문가 난이도에서 별 다섯 개의 명예 등급을 얻으려면 계속 연습하고 연습해야 할 겁니다. 항상 "Through the Fire and the Flame"을 전문가 난이도로 플레이할 수 있으면, 진짜 기타도 칠 수 있을 거란 농담을 하죠.(역주: "Through the Fire and the Flame"은 "기타 히어로 3"에 나오는 가장 어려운 곡. 보통 난이도로 플레이해도 부담스러울 정도.) 명예롭기를 요구하는 게임에서 명예훈장을 수여할 수 있다고 상상해 봐요. 물론 세계에서 가장 명예로운 사람들처럼 명예로웠던 플레이어가 1000만명 돌아다닌다고 생각하면 토 나오겠지만요.

그런데 현실은, 3000만 달러의 예산에 2년 동안 200명의 사람들이 일하고, 2/3가 완성 즈음에는 죽어 있는 게임을 만들죠. 반면, 결혼여정은 1주일 안에 코딩해서 무료로 배포하고 있죠.

10만 명이 1주일에 50시간씩 일하는 우리보다, 두 사람이 남는 시간에 만지작 거린 것이 이 업계를 더 진보시켰다는 건 죽을 맛입니다.

한 가지는 분명히 하죠. 제가 인디나 실험 게임계에 진출하고 싶다는 건 아닙니다. 우리에게 그런 게임들이 있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죠. 그런데 전 200명과 함께 대작 타이틀을 만드는 걸 좋아합니다. 제 말은 우리 모두 일을 그만 두고 멋부린 추상적 예술게임을 만들어야 된다는 게 아니에요. 제 말은 헤일로에서 액션을 빼버리자는 것도 아닙니다. 제 말은 매력적인 정서적 대입을 세우는 증명된 기법을 사용해서, 인간적으로 관심을 가질 만한 것을 만들어 헤일로가 진짜 청중에 닿을 수 있게 하자는 겁니다.

한 장에 50달러인 헤일로가 3억 달러를 벌었단 말은 상관 없어요. 여전히 그건 영화 반지의 제왕을 본 관객의 10분의 1일 뿐입니다.

영화든 원작이든, 반지의 제왕이 사람들을 움직였던 이유가, 오크가 가까이 올 때 빛나는 단검이었다고 생각하나요? 아니면 망할 +5짜리 밧줄?

아닙니다.

정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 건 샘이 밧줄의 다른 한 쪽 끝을 잡고 있을 것이고, 그가 반지에 욕심이 나 자신을 떨어트리지 않을 거라고 프로도가 믿어야 한다는 겁니다.

믿음의 메커닉은 로프의 메커닉을 모델하는 것보다 더 어렵진 않아요. 그런데도 여전히 우리가 만드는 게임들은 단검반지망토지팡이포션오브밧줄갑옷으로 가득 해요.

이 망할 페티쉬를 보노라면, 올해 대작 게임들 중에서 가장 의미 있는 관계가 망할 정육면체라는 게 전혀 놀랄 일이 아닙니다. (역주: 밸브 코퍼레이션의 게임 "포탈"에 나오는 큐브를 말함.)

창조적이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혹은 아무 것도 아니면서 창조적일 수도 있구요.

왜냐, 슬프게도, 우리가 다음으로 나아가 게임을 21세기를 대변하는 문화 매체로 올려놓는 데 방해가 되는 건 창조력이 아닙니다. 우리에게 부족한 건 창조력이 아니에요. 우리에게 부족한 건, 우리를 비추는 물건 말고 우리 안에 있는 무언가에 도전할 게임을 만들어 우리의 창조력을 다 할 용기입니다. 우리에게 부족한 건 우리가 진정한 것에 신경 쓰고 있다는 걸 보여줄 용기입니다. 우리에게 부족한 건 프로도가 샘에게 고맙다고 했을 때 극장에서 눈물 짓는 사람들을 볼 용기입니다. 우리에게 부족한 건 우리의 예술을 위해 우리 스스로를 희생할 용기입니다. 그리고 사실 그건 기본적으로, 우리가 지금 미숙한 매체인 것과, 앞으로 다가올 성숙한 매체가 되는 것의 차이일 뿐입니다.

우리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게임을 만드는 데 실패할 때마다, 우리는 스스로 낙심하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늦춰집니다. 우리 손에는 망할 퍼즐 조각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창조력이 있어요. 돈도 있습니다. 수요도 저기 있어요.

그리고 젠장할, 코드잖아요. 우린 뭐든 할 수 있어요.

댓글 4개:

azurenote :

쉬워 보이지만 절대로 쉽지 않습니다.

요즘 일종의 절망감을 맛보고 있습니다.

KiBe :

뭔가 울컥하게 되는 내용이네요. 주눅들기도 하고 고취되기도 하는 이야기였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밝은해 :

@azurenote - 2010/01/31 23:35
쉽지 않아도,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면 극복할 가치가 있을 거에요.

밝은해 :

@KiBe - 2010/02/01 15:17
옙, 저도 번역하면서 그랬는데, 한 편으론 신났습니다. 미래가 기대되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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