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주의 주간 4일차입니다! 목요일은 예정대로 밸런스 오브 파워 계속 진행합니다.
이 포스트는 2장 "이 멋진 반란의 세계"의 시작입니다. 크로포드가 서문에 썼듯이 이 책의 각 장은 게임에 등장하는 주된 지정학적 요소를 하나씩 설명하고, 그걸 게임에 구현한 방법에 대해 설명합니다. 2장은 반란과 반란의게임 시스템에서의 구현에 대해 설명하지요. 먼저 크로포드가 설명하는 반란에 대해 들어봅시다. 2장은 세 개의 포스트로 나뉘어 포스팅됩니다.
제가 정치/역사 전문가가 아니라 용어나 문맥이 잘못 되었을 수 있습니다. 잘못된 것 발견하시면 댓글로 지적해주면 감사하겠습니다.
반란[反亂, insurgency]이란 어떤 국가의 내부 집단이 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나 무력을 사용하여 정부를 전복시키거나 정부의 어떤 지역에 대한 통제를 거부하기 위한 시도이다. 정부군과 반군이 장기간 대치하는 것이 특징이다. 반란은 쿠데타와는 구분되는데, 쿠데타는 반란과 달리 아주 급작스럽게 발생하며, 정부 내부에 있던 사람들이 관계된다.
반란의 역사는 정부의 수립 만큼이나 오래 되었다. 생각컨데, 어떤 집단에 대해 통치권을 행사하는 행동이 그 권력에 폭력적으로 대항할 가능성을 낳는 것 같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에는 반란의 새로운 가능성이 발견되었다. 반란은 이제 초권력 국가들이 그들의 지정학적 이익을 높이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세계가 급변하면서 대놓고 제국주의적인 행세를 하는 것이 어려워지자 초권력 국가들은 이제 그 제국주의를 뒤로 숨기고 그것을 좀 더 '존경스러운' 모습으로 꾸민다. 국내 세력에 의한 반란은 초권력 국가들이 침략자가 아닌 은인이자 보호자 행세를 취해 그들의 이익을 높일 수 있는 이상적인 기회이다. <밸런스 오브 파워>에서 반란은 플레이어의 경쟁에 있어 가장 먼저 사용하는 수단이다.
1. 반란의 구성요소
반란을 요리할 때 필요한 재료는 세 가지이다. 첫째, 반군들이 상대로 할 정부나 다른 적법한 권한을 지닌 단체가 있어야 한다. 상대도 없이 반란을 일으킬 수는 없지 않은가. 두 번째로, 정부를 상대로 반란을 일으킬 반란자들이 있어야 한다. 세 번째로, 반군들이 무력을 사용해 대항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무력의 사용이 성공을 보증하는 건 아니지만(마하트마 간디가 증거다), 무력이 없으면 반란이 아니라 쿠데타나 시민불복종이 된다.
정부
이 괴악한 요리에 가장 먼저 넣을 재료는 바로 정부이다. 정부가 모든 패를 가진 것처럼 보인다. 정부에게는 정기적으로 훈련받아 각지에 배치된 상당량의 군사력이 있다. 보통 생각하는 것과 달리, 대부분의 제3세계가 지닌 군부대는 외부의 적은 막을 수 없을지라도 그 국민을 통제 하에 유지하는 역할은 할 수 있다.
역사를 통틀어 대체로 그런 국가들에게 질서 유지를 위한 군사력은 많이 필요하지 않았다. 소총으로 무장한 수천 명의 장병이면 거의 모든 상황에 대비할 수 있었다. 평범한 농민이 빈약한 무기를 들고 있는 것을 떠올린다면 열악한 제3세계 군대도 그럴 듯 하다. 하지만 제2차세계대전 이후, 제3세계 군대의 규모와 그들이 사용하는 무기에 극적인 변화가 생겼다. 물론 인구가 증가한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초권력 국가들이 제3세계 국가들의 무장에 큰 역할을 했다. 그 국가들이 초권력 국가들이 경쟁하는 각축의 장이 되었기 때문에, 스스로 강하게 무장할 수 밖에 없었다. 압도적인 군사력이 있어야만 지대공 미사일과 반자동 돌격소총으로 무장한 게릴라들을 상대할 수 있다. 불행하게도 이러한 화력의 증강은 수많은 무고한 희생자를 낳고 있고, 그 희생자 대부분은 농민들이다.
정부의 두 번째 이점은 합법성이다. 그것이 부패했든 압제적이든간에, 어떤 정부라도 그것을 뒤엎으려는 이에 대해 도덕적 우위에 있다. 정부는 법과 질서, 문명, 안정성을 대변한다. 성가신 일을 원하지 않는 수동적인 시민들이라면 정부를 지지할 것이다.
정부의 세 번째 이점은 국가의 기반 시설을 제어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송과 통신, 의료 같은 기본적인 서비스망은 장기적인 대립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그에 비해 반군들은 상호간의 통신과 부대와 무기의 이동, 부상자의 치료, 대중에 대한 선전에 어려움을 겪는다.
반군
정부를 상대하는 것이 바로 반군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의문은 "왜 그런 일을 하는가? 무엇이 사람들을 그런 가망 없어 보이는 일을 하게 만드는가?"이다.
반란에는 이유가 있다. 현대에 와서는 주로 "사회혁명"(social revolution)이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되는데, 압제적인 사회질서를 더 계몽된 것으로 바꾸려는 시도이다. 많은 좌익 반란이 이러한 기치를 내걸고 있다.
하지만 반란에는 다른 동기도 있다. 가장 흔한 것은 분리주의로, 한 사회집단이 국가의 정치적 구속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이다. 그 집단이 충분히 크고, 그 부모국가와 문화적 혹은 지리적으로 큰 차이가 난다면, 그러한 분리주의 정서는 '민족주의'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영국에 대한 아일랜드의 반란은 그 과정 대부분이 민족주의적인 색채를 띄고 있었다. 영국의 아일랜드에 대한 초기의 경제적 약탈은 점점 완화되고 있었고, 상호간의 단절이 있기 전까지는 영국과의 단절이 아일랜드의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그럴듯한 주장이 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의 민족주의는 꺾이지 않았다. 아일랜드와 영국의 단절은 문화적이자 지리적인 것이었다. 아일랜드의 종교와 언어, 역사, 문화, 지리는 영국과 구분되었다. 이것은 분명 민족주의적인 단절이다.
반면 스페인의 일부인 카탈로니아는 어떤가. 카탈로니아인들은 그들 스스로를 스페인과 구분 짓는다. 하지만 그 언어와 문화의 차이는 아일랜드와 영국의 차이처럼 대단하지는 않다. 무엇보다도 카탈로니아의 경제는 스페인에 독립될 수 없다. 카탈로니아의 경제는 스페인 전체의 경제와 아주 밀접하게 얽혀 있다. 따라서, 카탈로니아의 자치를 위한 노력은 민족주의보다는 분리주의이다.
종교적인 요소들 역시 반란에서 역할을 한다. 서구에서는 종교적 반란이라면 최근의 이슬람 극단주의를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종교적 요인은 종교 개혁에 있어서도 큰 역할을 했고 로마시대에는 반란의 주된 표현 수단이었다. 당대의 사회에서 종교가 사람들의 마음에 죽느냐 사느냐 하는 영향을 미칠 정도였기 때문은 아니었다. 단지 교회가 당시 사교적 활동의 중심지였을 뿐이다. 미국에서 반란을 조직한다고 한다면, 아마 쇼핑몰이 근거지가 될 것이다.
반란의 마지막 동기는 반식민지주의 정서이다. 이는 대개 민족주의의 전개와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더 경제적인 색채를 띄고 있다. 미대륙 식민지 국가들의 영국에 대한 반란은 민족주의보다는 반식민지주의이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Founding Fathers)은 스스로를 충성스러운 영국인으로 생각했었지만, 모국으로부터의 경제적 착취를 더 이상 견뎌낼 수 없었다.
실제 반란에서는 이러한 동기들이 여럿 섞여서 나타난다. 예를 들어, 1945년에서 1960년에 있었던 베트남 반란은 처음에는 베트남 민족의 정체성을 주장하는 민족주의적인 반란으로 시작했다. 제2차세계대전 동안 일본인들은 그들이 서구에 대항하는 아시아의 십자군이라고 선전했고, 그 선전의 흔적이 베트남에 남아 있었다. 그 반란에는 또 프랑스의 제국주의적 탄압에 대항하는 반식민지주의도 상당 부분 섞여 있었다. 이후, 호치민이 해외에서의 지원을 찾기 시작했을 때, 그는 반란에 진지한 사회적 아젠다를 추가했다. 그의 공산주의로의 이동은 중국과 소련의 비위를 맞추고자 한 이유가 컸다.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니다. 반군 지도자들이 그 이념적 근간을 바꾸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모호한 제안에 죽음의 위험을 무릅쓰고 반란을 지속할 사람들을 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것으로 반란을 양념하는 것이 좋은 것이다.
무력
병력의 보충은 어떤 반군에게든 가장 큰 강점이자 가장 큰 약점이다. 정부는 비록 그 질과 동기는 애매하긴 하나 필요한 만큼 병사들을 징병할 수 있다. 반군은 그리 운이 없다. 사람들을 납치할 수도 있고, 실제로 시도되기도 하지만, 그렇게 모인 사람들은 언제든지 기회가 되면 얼마 없는 무기와 탄약을 가지고 도망쳐 버린다. 그래서 대체로 반군은 자발적인 힘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걸 위해 목숨을 바칠 사람은 그리 많지 않기에 어려운 일이다. 반면, 반군 병사들은 보통 그들이 상대하는 정부군보다 더 큰 동기를 가지고 있다. 보통 정부의 징집병은 나가서 싸우기 보다는 막사 주변에 박혀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반군 전사들은 싸우기 위해서 왔다.
반군은 또 하나 아주 큰 이점을 가지고 있다.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반군들은 언제 어떻게 어디를 공격할지 결정할 수 있고, 정부는 그들이 행동하기 전까지는 별 다른 결정을 내리지 못 한다. 반군들은 숨어서 약점을 찾고 지역적 우위를 가지고 있을 때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적은 숫자의 반군이라도 더 큰 정부군에 승리를 거둘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반란을 많은 상황에서 아주 효과적으로 만드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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