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16일

자신을 게임 디자이너라고 부르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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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디자이너 코버스 엘로드(Corvus Elrod)가 게임 디자이너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진정 자신을 게임 디자이너라고 부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예, 바로 보드 게임 프로토타입 디자인입니다. 누구든 흥미가 있는 분들은 한 단계씩 따라 해보면 재미있을 겁니다 :~)

 

코버스 엘로드 | 2011년 8월 12일 | 원문보기 (영어)

다양한 의미를 지닐 수 있는 ‘글작가’라는 단어처럼, ‘게임 디자이너’는 게임과 디자인에 관계된 일 중 무엇이라도 하는 사람을 가리킬 수 있는 말이다.

적어도 하나의 장편 작품이라도 성공적으로 완성 혹은 출판했음을 내포하는 ‘소설가’라는 단어처럼, ‘게임 개발자’는 적어도 하나의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의 제작에 참여했음을 내포하는 말이다.

게임 업계에 들어오고 싶고 명함에 이름과 연락처 말고 뭔가 다른 걸 넣고 싶은 거라면…다리우스 카제미가 쓴 관련 포스트를 읽어보라. 내가 여기서 이야기하려는 건 그게 아니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건 자신을 ‘게임 디자이너’라고 부르는 일에 대해서다.

이야기에 대한 생각은 있지만 무엇이라도 써본 적이 없는 사람이 자신을 글작가라고 부를 일이 없듯이, 백 개의 대단한 게임 아이디어가 있대도1 앉아서 뭐라도 진짜 디자인해보지 않았으면 자신을 게임 디자이너라고 부를 일이 없다. 그러니까 프로그래머가 아닌데 게임 업계에 들어오고 싶다면, 어떻게 그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업계 베테랑의 눈을 마주보고 “예, 저는 게임 디자이너입니다”라고, 사기가 아니라 진정으로 말할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까?

당연하게도, 게임을 디자인하면 된다. 그게 지금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먼저 프로토타입 킷을 만들어 시작하자. 다른 게임의 구성물[컴포넌트]을 가져와 재사용할 수도 있지만, 나는 다른 게임에서 빌려와 다시 되돌려놔야 할 필요가 없는 구성물로 킷을 만들길 권한다. 그래야 언제든지 시작할 준비가 된다. 모아놓은 킷을 구두상자나 바늘상자, 공구 상자, 아니면 작은 장식장의 서랍 같은 데 보관하자. 킷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들어있어야 한다.

  1. 뒷면 색상만 다르고 거의 동일한 카드 두 벌. 파랑과 빨강 호일(Hoyle) 카드면 최고다.
  2. 작은 공책. 주머니에 들어갈 정도면 좋다. 나처럼 시각적으로 생각하고 도식 그리길 좋아하는 사람은 A5 크기면 괜찮다. 지금 단계에서 너무 큰 것은 실제로 중요한 디자인 과정보단 공책에 주목하게 한다. 그러니 커다란 스케치북은 피하는 게 좋다. 물론 좋은 연필이나 펜도 필요하다.
  3. 포커 칩 비슷한 토큰들. 바둑돌이든, 몇 가지 색으로 된 20개들이 게임용 돌이든, 근처에서 싸게 살 수 있는 거면 된다.
  4. 주사위 몇 개. 몇 개나 살지 면이 몇 개나 되는지는 신경 쓰지 말되, 너무 많으면 곤란하다. 40개씩이나 살 필요는 없다.

자, 준비되었는가? 이제 다음 단계다. 게임을 디자인하자.

  1. 위키백과로 가서 임의 문서(영문 위키피디아는 여기로) 링크를 클릭하자.
  2. 준비한 구성물을 이용해서 처음 나오는 위키백과 문서의 핵심 생각이나 주제를 소통하는 게임을 디자인하자.

공책이 아니라 구성물을 이용해 디자인해야 한다. 공책에는 구체화한 생각을 기록하되, 작업은 앞에 놓인 게임 구성물을 가지고 한다. 공책은 무얼 했는지를 적어야지, 무얼 할 것인지를 적는 게 아니다. 필요하다면 카드들을 게임판으로 쓰자. 주변에 공간을 확보한 다음, 일어나서 게임 주변을 돌아다니며 만들어놓은 걸 다른 각도에서 살펴보자.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와 가장 안 좋아하는 프로 스모 선수가 이 게임을 플레이한다고 상상해보자. 이제 나가서 좀 걷자. 책을 읽자. 시트콤 에피소드 하나를 골라 해체해보자. 체스 퍼즐을 풀어보자. “시노비”를 플레이해보자. 좋아하는 밴드 앨범을 들어보자. 그러니까, 생각할 시간을 좀 가져보자는 이야기다. 한 번에 앉아 모두 다 해내려고 하지 말자. 그저 당혹감과 자신감 상실로 이어져 자괴감을 들게 할 뿐이다.

자, 이제 어려운 일을 할 차례다.

  1. 친구들에게 게임을 소개하자. 플레이하는 법을 가르쳐주자. 하는 모습을 보자. 하는 얼굴을 보자. 얼굴을 많이 찌푸리는가? 혼란스러워 하는가? 신나 보이는가? 언제 신을 내며 하는가? 언제 갑자기 게임 중에 다른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는가?
  2. 디자인 과정으로 돌아가 플레이 도중에 나타난 문제들을 해결했다고 생각할 때까지 고치자. 내가 말하는 ‘문제’라는 건, 사람들이 플레이하면서 당신이 바랐던 정서적 반응을 보이지 않는 부분을 말한다.
  3. 자신이 만족할 때까지 반복하자.

자, 이제 ‘진짜로’ 어려운 일이다.

  1. 매뉴얼을 쓰자.
  2. 게임을 아직 해보지 않은 친구에게 매뉴얼을 주자.
  3. 그 친구에게 게임을 아직 해보지 않은 친구들을 데리고 게임을 주재하도록 하자.
  4. 관찰하며 메모하자. 절대 어떤 질문에도 대답하지 말라. 친구들이 규칙에 대한 해석을 당신과 달리 할 때, 더욱이 친구들의 생각이 당신보다 낫고 분명할 때(이 점에 대해선 스스로 정직해지자), 메모를 하자.
  5. 매뉴얼을 다시 손보자.
  6. 반복하자.

사람들이 당신이 노리는 게임 경험을 재현하는 데 사용할만한 매뉴얼이 나왔다면, 완성이다. 그것을 PDF로 변환해서 온라인으로 뿌리자. 그리고 짠, 당신은 게임 디자이너다. 얼마나 잘했든, 못했든, 또 그걸로 일자릴 얻을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다. 하지만 위의 과정을 더 반복할수록 더 잘하면서 일자리도 얻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한번 요령을 익히고 나면 다른 디자이너와 함께 해보자. 그러면 게임의 질과 고용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이다.

그리고 만약 보드/카드 게임을 디자인하는 게 비디오게임을 디자인하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면, 제발 게임 업계에서 꺼져달라. 타코 벨에선 언제나 야간 매니저를 구한다.

주석
1. 나아가, 게임에 대한 아이디어가 게임플레이보단 줄거리나 인물에 더 집중한다면…게임 디자이너보다는 게임 시나리오 작가가 되는 걸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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