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올로 페데르치니 (몰레인두스트리아) | 2012년 5월 7일 | 원문보기
“미래는 검다.”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II》의 트레일러는 이렇게 선언한다.
이 인기 일인칭 슈팅 게임의 차기작은 따로 마케팅 캠페인이 필요 없어 보인다. 게임이 정식으로 공개되자마자 게임 언론은 부지런하게 액티비전의 홍보부서처럼 활동하기 시작했다. 크고 작은 매체에서 앞다투어 가장 포괄적인 특징 목록을 만들고, 폴리곤이니 프레임 레이트니 말하고, 줄거리의 일부를 밝히고, 새로운 게임플레이가 진부해진 슈팅 장르에 활력을 불어넣을지 아닐지 전망하고 있다.
이런 예견된 소동 중에, 사이버테러와 로보틱스, 대 게릴라전을 언급하며 21세기 전쟁을 다룬 진지하고 잘 다듬어진 “다큐멘터리”를 홍보 자료로 보게 된 건 놀라웠다.
6부로 이루어진 이 영상(여기서 “상호작용하는” 형태로 보거나 여기서 연속으로 불 수 있다)[1]은 군사평론가 P.W. 싱어(P.W. Singer)와 80년대 중반 레이건 행정부를 거의 끌어내릴뻔한 이란-콘트라 스캔들의 핵심 인물 올리버 노스(Oliver North)가 등장한다.
올리버 노스가 그런 활동으로 유죄 선고를 받은 죄인에서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폭스 뉴스의 평론가, 그리고 액티비전의 홍보인으로 변신한 이야기는 비뚤어진 아메리칸 드림 비슷한 것이니 굳이 말하진 않겠다.
트레일러 이야기로 돌아가자. 주류 게임 개발사가 타이틀을 시사적이고 논쟁적인 화제에 연결짓는 것은 제법 드문 일이다. 즉, 그 신물나는 “게임은 게임일 뿐”이라는 입장을 버리고 군사를 소재로 한 게임이 전쟁 담론의 일부임을 인정한 것이다. 노스 같은 인물을 기용해 명확한 정치적 입장을 드러낸 것도 어찌보면 대담하다. 개인적으로 나는 더 많은 게임 회사들이 문화 제작자로서 자신의 역할을 이만큼 진지하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어떻게 보면, 실제 비밀 작전을 미화하지 않고서는 비밀 작전[블랙 옵스]을 다룬 슈팅 게임을 팔기 어렵다고도 볼 수 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마치 어제 바로 국방부에서 내놓은 것마냥 잘 다듬어진 선전물 같다.
여기서 말하는 선전물이란 새로운 종류의 선전물을 말한다. 9/11 이후 《아메리카스 아미》나 《쿠마 워》, 《풀 스펙트럼 워리어》(현대나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아무 게임이나 더 붙여보라)가 말했던 득의양양한 수사법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의 거대한 실패 이후에는 어색하게 들릴 뿐이다.
따라서, 허풍을 치려면 그와는 다른 어조(이 경우에는 어둡고 종말론적인 어조)로 상상도 못하게 무서운 시나리오를 그려줘서 10년이나 계속된 전쟁에 둔감해진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어야 한다. 올리버 노스가 트레일러에서 딱 그렇게 말한다. “전쟁이 앞으로 얼마나 잔인해질지 평범한 미국인이 상상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 서사의 대부분은 유명한 군사 전문가이자 이런 맥락화에 탁월한 선택이라 할 수 있는 P.W. 싱어가 제공한다. 그가 쓴 책 《Wired for War》는 로봇 전쟁이 탁월하게 기술되어 있다. (내 최근 게임 《Unmanned》의 주된 참고서적이기도 하다.) 이 책은 최첨단 무인화 시스템 기술을 묘사하면서 이 계속되는 기술 혁명으로부터 나타나는 정치적, 윤리적, 법률적 문제를 진단한다. 여기서 까다로운 질문들이 나타난다. 우리가 UAV를 집에서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게 될 때, 우리의 전선에 대한 인식은 어떻게 바뀌게 될까? 전쟁을 수행할 때 인명 손실의 위험은 얼마나 중대할까? 로봇이 우리가 분쟁을 해결하는 데 더욱더 폭력을 쓰도록 만들까? 자동화 기계가 사람을 죽였을 때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그걸 배치한 사람? 작전의 지휘관? 공학자? 소프트웨어를 만든 프로그래머?
물론 이런 질문들은 〈블랙 옵스 II〉의 “다큐멘터리”에서 암시조차 되지 않는다. 싱어는 단순히 “미래는 여기에 있다”며 로봇에 위험한 버그가 있을지 모른다고 말하고, 노스는 폭스 뉴스 스타일의 테러 시나리오를 풀어놓는다.
올리버 노스가 그리는 악몽은 아주 가까운 미래에 (아마도 어노니머스랑 결탁한)[2] 슈퍼악당이 다수의 무인 전투 기계를 강탈해 로스 앤젤레스를 공격한다는 게임의 전제와도 일치한다.
게임에서든 노스의 전망에서든 전쟁의 미래는 비밀 작전으로 그려진다. 비밀 특수부대는 순식간에 어디든지 배치되어 가장 정교한 무기로 여기저기 흩어진 헤아릴 수 없는 적을 대면한다.
사이버테러리즘과 비밀 작전의 접점이 이해되지 않는가? 걱정하지 말라. 그건 〈블랙 옵스 II〉의 주제를 소개하는 목적 이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뉴스 매체와 대중 문화에 질리도록 반복되는 이런 종류의 논센스는 우리가 분쟁과 미래의 위협을 생각하는 방식에 기여하고 있다.
나는 전쟁에 대한 인식이 변하는 데 이중의 과정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 편으로는 매체가, 전자 엔터테인먼트가, 심지어 인터넷에 도는 DARPA 프로젝트들의 영상이 전쟁의 이미지를 일반화한다. 다른 한 편으로는 무인 항공기와 비밀 작전 같은 “분리 전략”의 대량 배치가 전쟁의 물질적 현실을 일상으로부터 가능한 동떨어지게 한다. 〈블랙 옵스 II〉는 전쟁을 일반화하는 동시에 비밀을 찬미함으로써 결국 이 방정식의 양쪽에 기여할 것이다.
비밀 작전을 찬미하는 게 뭐가 잘못되었냐는 의문이 들지 모르겠다.
《콜 오브 듀티》의 람보스러운 세계에서 비밀 작전은 현대판 닌자가 비밀스레 수행하는 정예 작전처럼 나타나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런 작전이 “비밀”인 것은 적들에게 들지키 않기 때문이 아니다. 대부분의 교전은 상대를 놀래키거나 기만하려는 의도로 수행된다. 비밀 작전의 특수성은 그것에 자금을 대고 지도한 기관을 찾을 수 없거나 그것이 부인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작전이 공공연하게 수행되어 언제 대중의 분노나 외교적 위기, 법적인 문제를 일으킨대도 작전은 실패한 것이 아니다. 비밀 작전은 가해자가 대중의 추궁과 민주적 감시, 군사력의 “적절한” 운용 방침을 담은 전쟁법을 무시할 수 있게 해준다.
실제 세계의 비밀 작전은 테러리즘과 구별되지 않는다. 미국과 영국 정보원이 이슬람 사제를 암살하려다 실패했던 1985년 베이루트 차량 폭발 사건은 학교에서 귀가하는 아이들을 포함해 60여명의 민간인을 사망하게 했다.
이란 핵 과학자들의 살해와 스턱스넷 바이러스, 파키스탄과 예멘, 소말리아에서 있었던 무인폭격기의 불시 공격, 테러 용의자 납치와 CIA가 운용하는 비밀 감옥에서 이루어지는 불법 감금·고문에 활용되는 특별인도 프로그램이 현대의 비밀 작전이다.
비밀 작전의 가장 역설적인 면은 실제로 그 작전이 이뤄지는 국가들에서와는 달리 그것이 여기 서양 대중에게 거의 노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베네주엘라 국민들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에 대항해 워싱턴이 자금을 댄 2002년의 쿠데타를 똑똑하게 기억한다. 파키스탄에서 일어난 무인폭격 희생자 수천 명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그 작전은 더이상 비밀이 아니다. 폭격기가 의도적으로 구조자와 장례 행렬을 노렸다는 게 이곳에서는 부차적인 문제일지도 모르지만, 세계적으로 늘어나는 반서양 정서에는 불을 지피고 있다.
서양에 사는 우리는 이런 사례가 우리가 믿는 도덕적 우위와 “민주주의 수출”이라는 대의에 충돌하는 인지부조화를 계속 겪고 있다. 우리는 문제가 되는 사건을 재빨리 망각함으로써, 비디오게임이 제시하는 것과 같은 정화된 이야기를 받아들임으로써, 혹은 취미나 흥미에 관련된 뉴스거리에만 노출되는 정교한 방음실을 만듦으로써 이런 부조화를 처리한다.
어쩌면 〈블랙 옵스 II〉가 완전한 군사적 우위를 달성해 자기 자신의 무기고 외에는 겁낼 게 없는 한 국가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비대칭 전쟁과 공허한 사이버테러 세계의 복잡성을 묘사하는 새로운 형식의 게임플레이를 시도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결국 똑같은 슈팅 게임에 로봇 적이 목표물로 나오는 정도를 접하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오는 11월, 당신은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II》를 구입하는 수백만 명 중 한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 무인폭격기에 공격 당한 로스 앤젤레스와 우리 모두를 구원해줄 비밀 병사에 대한 공상에 잠기기 전에, 비밀 작전의 끔찍한 역사와 오늘날 폭격기 전쟁의 실상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겠다.
미래는 정말 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라고 그렇게 밝지도 않다.
P.S. 전장에서의 로봇 혁명에 대한 진짜 다큐멘터리를 보고 싶다면 CBC에서 만든 《Remote Control War》를 추천한다. 미국의 남미 국가에 대한 대외 정책을 다룬 좋은 영화도 많이 있다. 최근 영화로는 존 필저의 《The War on Democracy》를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임 가스페리니의 뛰어난 교육/전략 게임 《Hidden Agenda》에서도 이것이 중심 화두이다.
[파올로 페데르치니는 카네기 멜론 대학 예술학교의 교수이다. 그는 몰레인두스트리아로 활동하며 사회와 환경(《McDonald's videogame》, 《Oiligarchy》, 《Phone Story》), 종교(《Faith Fighter》), 노동과 소외(《Every Day the Same Dream》, 《Unmanned》) 문제를 다루는 게임을 만든다.]
주석
- 역주: 다음 tv팟에 일부 한국어 자막이 입혀진 영상이 올라와있다. [본문으로]
- 역주: 링크는 코타쿠의 브라이언 애쉬크래프트가 “다큐멘터리” 트레일러에 가이 포크스 가면이 나온 점에 주목해 쓴 칼럼이다. 만화 《V 포 벤데타》와 그 영화판에 나오는 등장인물 가이 포크스가 쓴 가면은 월가 점령 시위자들 중에서도 볼 수 있었고, 해커 집단 어노니머스에서도 이를 상징처럼 사용하고 있다. 애쉬크래프트는 트레일러에서 올리버 노스가 사이버테러를 언급하는 가운데 어노니머스의 상징인 가이 포크스 가면을 비추는 것은 어노니머스와 같은 해커 집단을 적, 테러리스트의 이미지로 그리려는 게 아닌지 이야기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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