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8일

밸런스 오브 파워, Ⅲ-5. "밸런스 오브 파워" 속의 쿠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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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메뉴 밑에 "연재 중인 시리즈"라는 말이 무색하게 무려 네 달의 공백을 가졌던 밸런스 오브 파워의 제작과정 연재가 돌아왔습니다!

너무 오랜만이라 다시 간단하게 소개해보자면, 이 시리즈는 원로 게임 디자이너 크리스 크로포드가 디자인해 1985년 내놓은 게임 "밸런스 오브 파워"[Balance of Power]의 제작과정을 다룬 책을 번역한 것입니다. "밸런스 오브 파워"는 당시 미국과 소련의 냉전상황을 배경으로 플레이어는 두 국가 중 한 곳의 지도자가 되어 물리적 충돌을 제외한 방법으로 국가의 위신을 높여야 하는 독특한 게임플레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책은 크로포드가 게임 속에서 지정학을 묘사하는 데 사용한 핵심 테마 네 가지(반란, 쿠데타, 핀란드화, 위기)를 설명하고, 그것을 어떻게 게임 시스템으로 공식화했는지 간단한 수식으로 보여줍니다. 실제 세계의 상호작용, 그것도 복잡한 세계의 지정학을 어떻게 게임 시스템으로 추상화했는지 즐겁게 들여다볼 수 있는 책입니다.

오늘 올리는 부분은 책의 Ⅲ-5장으로 어떻게 게임 속 세계의 쿠데타를 설계했는지 설명합니다.

아직 처음부터 읽어보시지 못 했거나 너무 오래 되서 내용이 가물가물(사실 저도 오랜만에 잡았을 때 가물했..-_-;)하신 분들은 목차부터 차근차근 살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 전체 목차보기


※ 제가 정치/역사 전문가가 아니니 잘못 옮긴 용어나 표현이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밸런스 오브 파워"는 쿠데타를 아주 간편한 방식으로 다룬다. 쿠데타의 발생을 결정하는 최우선 요인으로 경제실적을 사용하는 것이다. 두 번째 요인은 정부의 정치적 편향성이다. 어느 한 쪽으로 극단적인 정부는 쿠데타에 내성이 약하다. 경제실적이 쿠데타의 발생에 큰 역할을 하기 때문에, 먼저 게임에서 경제를 계산한 방식부터 제시할 것이다. 다음 등식을 보자.


'소비 압력'은 정부가 경제의 두 가지 주요 부문(투자와 군사 지출)의 비용에 대한 소비 지출을 늘릴 수 밖에 없다고 느끼는 정도를 말한다. "밸런스 오브 파워"에서 '정부의 인기도'는 보통 1에서 20 사이의 값으로, 20이면 매우 인기있는 정부를 나타낸다. 이 등식들은 정부의 인기가 떨어지면 소비 지출을 늘리라는 압력을 더 크게 느낀다는 것을 말해 준다.

'투자 압력'은 정부가 투자 지출을 늘릴 수 밖에 없다는 느끼는 정도를 말한다. 투자분은 총 GNP에서 새 도로와 학교, 공장 같은 것을 형성하는 데 투자하는 부분을 말한다. "밸런스 오브 파워"에서 이는 0%에서 100%가 아니라, 0에서 256의 값을 갖는다. 아는 사람도 있겠지만, 16비트 워드를 사용하는 디지털 컴퓨터 특유의 셈에는 이 범위가 적합하다. 보통 투자량은 40, GNP의 15% 정도에 해당한다.

쿠데타의 발생을 계산하는 데 사용한 번째 경제적 요인은 '군사 압력'이다. 이건 좀 더 복잡한 공식으로 계산했다.


이제 좀 성가셔 진다. 예상하겠지만, '군사 압력'은 정부가 군 예산을 늘리게 하는 압력의 양이다. '군사 압력'에 기여하는 요인이 세 가지 있다. 첫 번째는 반군과 정부 사이의 군사력 비율의 제곱이다. 이 숫자가 크면 반군이 크고 강력하다는 것이고, 정부는 자기 군을 증강시키는 것이 좋을 것이다. 두 번째와 세 번째는 두 초권력 국가에 대한 "핀란드화 가능성"이다. 이는 정부가 두 초권력 각각에 대하여 취약하거나 공격받기 쉽다고 느끼는 정도를 나타낸다. 그런 상황에서 군사 지출은 정부가 안전하다는 느낌을 늘릴 수 있는 한 방법이다. 어떤 비주류 국가가 초권력을 상대로 방어할 수 있다고 진지하게 믿겠느냐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다니엘 오르테카의 니카라과 정부는 스스로를 방비함으로써, 미국 입안자들이 침공을 결정하기엔 흘리게 될 피의 대가가 너무 크다고 생각하게 만들 거라 믿는다.

GNP 예산에 대한 이 세 형태의 압력를 모아서 GNP를 어떻게 배분할지가 결정된다.


이 낯선 선언문들은 GNP분[分]들을 모은 "분배 항아리"를 만들어 경제의 주요 세 부문에 분배하려는 것이다. IF 선언문들의 목적은 어느 부문이든 너무 적지 않도록(256분의 16, 혹은 약 6% 이하가 되지 않도록) 지키는 것이다. 하지만 총 GNP의 6%보다 큰 부문은 GNP분의 여덟 단위를 공용의 항아리에 넣어야 한다. 이 항아리로부터 새로운 GNP 몫이 배분된다.


이 등식들은 경제 각 부문이 각각에 발생한 압력의 양에 비례하여 분배 항아리에서 몫을 가져 간다는 것을 말해 준다. 이 모든 코드의 목적은 아주 조잡한 선에서 세계 모든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의사결정을 모사하려는 것이다. 지도자들은 채워지지 않는 욕망에 응하려면 항상 제한된 양의 자금을 배분해야 한다. 이 문제를 압력이라는 개념을 통해 표현함으로써, 나는 의사결정 과정의 아주 대략적인 근사치를 얻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GNP의 군사, 투자, 소비 부문으로의 분할을 당연히 정부가 결정한다고 가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 등식은 사회에 작용하는 압력과 그 압력이 세 가지 주요 부문(군사, 소비, 투자)으로의 분할로 해결되는 것을 다룰 뿐이다. 그 해결을 결정하는 것이 정부 장관인지, 시장[市場]인지, 아니면 힘센 은행업자인지는 이 모형에서 고려하지 않았다. 이 모델이 각 사회가 군사 위협과 투자의 필요성에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해 가정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종류의 데이터에 대해 사용할만한 자료가 부족해서, 나는 범용적인[one size fits all] 모형을 선택했다.

부문 별로 분할되는 GNP 모형이 있으니, 소비 지출의 변화를 계산할 준비가 됐다.


첫 번째 등식은 아주 간단하다. 1인당 소비 지출을 계산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약간 낯선데, 연산을 목적으로 사용하는 "가상의 GNP"를 만드는 등식이다. 가상의 GNP는 진짜 GNP와는 다르다. 그 상당 부분은 미래에 투자되는 경제의 몫으로 GNP 성장을 만드는 세 번째 등식에서 사라진다. 그런데, 주목해서 보면 30보다 작은 투자분(GNP의 약 12%)은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을 가져온다. 이는 GNP 성장율과 투자분에서 얻은 단순한 경험적 자료에 근거한 것이다. 나는 둘을 대조하여 선을 잇고 세 번째 등식에서 사용한 계수들에 상응하는 대략적인 선형 관계를 발견했다. 이는 분명 자산의 평균적인 가치 하락을 나타낸다. 말하자면, 매해 적어도 GNP의 12%를 투자하지 않으면, 도로와 공장, 학교 등이 교체하기도 전에 빠르게 낡아버리고, GNP는 감소한다는 것이다.

이제, 다음 등식으로 새로운 소비 지출을 계산할 준비가 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1인당 소비 지출이 늘어난 비율을 계산할 준비가 되었다.


그러면 이제 올해의 정부 인기도를 계산할 수 있다. 등식은 간단하다.


이제 이 마지막 공식의 각 항을 설명해야 겠다. 첫 항인 '정부의 인기도'는 말 그대로 작년의 인기도를 기본으로 놓고 계산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충성이라는 관념으로 고려할 수 있다. 정부를 좋아하는 사람이 하룻밤 사이에 생기는 건 아니다. 즉, 정부가 매해 백지상태에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 작년의 잘 한 일은 내년에까지 이어지게 될 민중의 호의를 가져오게 된다.

두 번째 항인 '증진율'은 경제에 있어 매우 중요한 항이다. 정부가 1인당 소비 지출에 증진을 이루었다면, 일반 시민의 삶은 나아지고 정부의 인기도 높아진다. 반면, 1인당 소비 지출이 줄어들면, 증진율은 음수가 되고 정부의 인기는 떨어진다.

세 번째 항인 '정부의 성향'이 나타내는 주장은 전체 모델에서 가장 논란의 여지가 크다. 바로 정부의 인기는 그 급진성에 비례해 증가한다는 것이다. 극좌익 정부는 '정부의 성향'이 -128에 이르고, 극우익 정부는 '정부의 성향'이 +128이며, 중도정부는 0이 된다. 따라서, 양 극단의 급진적 정부는 급진적이라는 이유만으로 단번에 인기를 얻게 된다. 나는 이 항을 통해 급진적 정부의 반대파를 억압하려는 경향과 중도정부를 무력하게 만드는 분란의 두 가지 요인을 비추려고 했다. 다행히 그 영향력은 적어서, 진정 극단적인 정부에서만 두드러진다.

마지막 항은 겉보기엔 간단해 보이지만 이 등식이 지닌 가정의 상당량을 담고 있다. 나는 정부의 인기에서 3을 뺐다. 이걸 "대중의 자연스러운 기대치"라고 할 수 있겠다. 이 항으로 사람들의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를 담으려고 했다. 실제로, 사람들은 1인당 소비 지출에 있어 3%의 성장을 기대한다. 정부가 그것을 이룬다면 민중은 만족한다. 만족한다는 거지, 기뻐한다는 건 아니다. 그런데 만약 정부가 기대한 3%의 성장을 이루지 못 하면, 그들은 성장률이 양수라고 해도 만족하지 못 한다. 나는 어떻게 이 '3'이라는 숫자를 정했을까? 도서관에서 경제 통계를 수집하고 정치적 불만의 표현과 비교해서 검토해보았을까? 아니다! 이 결론은 실험으로 얻어냈다. 2%로 설정해서는 사람들이 항상 정부와 잘 지냈고 게임 속에서 어떤 쿠데타도 일어나지 않았다. 너무 지루했다. 반면 4%로 했더니 게임 속의 어떤 정부도 살아남질 못 했다. 너무 높았던 것이다. 바로 3%가 삶을 흥미롭게 만들면서 희망은 잃지 않을 정도의 쿠데타를 만들어냈다. 만약 실제 세계가 게임 디자인처럼 관리 가능한 것이었다면...

이제 정부의 새로운 인기도를 계산해 냈다. 다음 일은 쿠데타가 발생할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 자체로 단순하다.


보통 때는, 어떤 초권력 국가도 정부의 불안정화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IF 선언문은 간단한 질문으로 요약된다. "'정부의 인기도'가 0 미만인가?" 하지만 어느 한 쪽이나 양쪽의 초권력 국가가 실제로 불안정화 계획을 실행에 옮기면, 그것은 1에서 5의 양수 값을 갖는다. 5의 수준에 해당하는 불안정화는 인터페이스 "Make Policy"(정책 결정) 메뉴에서 "Destabilization"(불안정화)를 선택하면 나오는 창에서 가능하다. 따라서, 두 초권력 국가가 모두 최대의 불안정화를 시도하는 드문 상황이 발생하면, 인기도가 10 미만인 정부는 몰락한다.

쿠데타가 일어나면, 몇 가지 변화가 생긴다. 반란과 마찬가지로 '정부의 성향'이 역전된다. 좌익은 우익에 의해 교체되고, 우익은 좌익에게 교체된다. 새 행정부는 새로운 인기도를 가지고 시작한다. 사람들이 품은 희망이 판단력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반면, 정부의 반란에 대한 저항은 약해진다. 병사들은 자기가 누구를 위해 싸우는지 모른다.

쿠데타가 가져오는 다른 결과는 정부와 초권력 국가의 관계 변화이다.


이 등식은 새 정부가 초권력 국가의 이념적 입장에 가까워졌겨나 멀어진 "이념적 거리"를 측정한다. 이념이 어떤 초권력 국가에 더 가까워 졌다면 두 국가 사이의 외교관계는 향상된다. 역으로 멀어졌다면 외교관계는 악화된다.

이것이 바로 "밸런스 오브 파워"에서 다룬 쿠데타의 내막이다.

댓글 4개:

가람해무 :

으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

밝은해 :

@가람해무 - 2010/07/08 10:24
못난 번역입니다 ㅠㅠ

dongju :

대박 비싼 자료이네요..^^



보다가 감동 받아서 댓글 남깁니다..^^

밝은해 :

@dongju - 2010/08/17 01:03
감사합니다

계속 좋은 글 번역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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