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보여드릴 글은 정치적 게임의 계보(?)에서 가장 큰 논란을 일으켰을 법한 인물 혹은 집단, 몰레인더스트리아를 소개하는 글입니다. 이 글은 이탈리아의 뉴 미디어 아트, 전자음악, 핵티비즘 잡지인 Neural의 웹사이트에 실린 것으로, 몰레인더스트리아가 자주 쓰는 주제를 바탕으로 그의 주요 게임을 살펴보고 그 의미를 해석합니다.
사실 글만으론 다소 부족한(좀 붕뜬) 느낌이 있는데, 글에 링크된 게임을 모두 직접해보시는 걸 권합니다. 그리고 2007년에 쓰여진 글이라 최근 게임들은 언급하지 않고 있으니 관심 있으면 꼭 해보시길!
알레산드로 루도비코
2007년 11월 14일, Neural.it
원제: Molleindustria, videogame rules as a political medium (원문보기[영어])
이탈리아에는 강력한 정치적 전통이 있고, 그 전통은 정치와 예술을 지각 있게 섞어낸 다양한 창조적 움직임(70년대의 자유 라디오[free radio]와 90년대의 루터 블리셋[Luther Blissett]운동, 2000년대의 텔레스트리트[telestreet] 등)을 만들어 왔다. 몰레인더스트리아[Molleindustria]는 흔한 패러디 방식을 거부해 재미있고 반어적인 비디오게임 시스템 속 정치적 핵티비즘을 정의하는 데 있어 일종의 패러다임을 확립했다. 그는 비디오게임의 규칙을 이념을 조장하는 데 이용해, 어떻게 소프트웨어가 고전적인 '포인트 앤 클릭' 상호작용 속에서 정치를 논할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그의 미학과 태도는 과잉된 미디어 환경이 잃어버린 보기 드문 양심을 겨누고 있다.
이탈리아의 정치적 비디오게임
이탈리아에서 비디오게임은 언제나 논란의 대상이었다. 젊은층의 비디오게임 이용을 반대하는 사상의 기류는 70년대 후반부터 있었다. 가장 최근의 예 두 가지만 들어보자. 이탈리아 국영신문 라 레푸블리카[La Repubblica]에 따르면, 이탈리아 법무장관 클레멘테 마스텔라[Clemente Mastella] 씨는 최근 비디오게임의 "판매 방법에 관해 수용 가능한 기준을 결정"하는 "기관"을 만들어, "수용 불가능한 수준의 폭력성을 담고 있는 것들을 추려내는" 게 좋을 거라고 주장했다.
의회의 위선 역시 가톨릭 교회와 짝을 맞춰 비디오게임의 미덥지 못한 도덕성에 반대해 왔다. 그 중 가장 활동적인 젊은 가톨릭 사회학자 카를로 클리마티[Carlo Climati]는 최근 그가 쓴 책에 폭력적인 비디오게임이 손쉽게 사다니즘의 실천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주장한 에세이를 수록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비디오게임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게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90년대 후반에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1998년, 유명한 좌파 힙합 그룹 99 포세[99 Posse]는 'Corto Circuito'라는 새 앨범을 발표하며 보너스로 간단한 비디오게임이 담긴 ROM 트랙을 담았다. 그 게임은 스페이스 인베이더의 패러디로 경찰관이 외계인이고 화염병을 던지는 시위대와 맞서는 내용이었다. 우익 정치인들은 이 게임이 거리 폭력을 조장한다며 거센 항의를 일으켰고, 그들은 의회에 음반을 전량 몰수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음반은 아무런 제약 없이 18만 장이 팔렸다.
그리고 몇년 뒤, 한 젊은 플래시 프로그래머는 비평을 위한 비디오게임을 개발하는 데 시간과 정력을 쏟기로 결심한다. 그가 만드는 게임은 만화 같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재미있는 게임으로, 초기에는 떠오르는 flexworker 운동을 창작 측면에서 뒷받침 하는 데 집중했다. 그의 이름은 파올로, 하지만 '조직'명인 '몰레인더스트리아'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몰레인더스트리아란 말은 모순으로, '축 늘어진' 공업이란 뜻이다. 사실 그는 연구자인데다 국외에서 살긴 하지만, 일단 2003년경의 일부터 더듬어 보자.
1. 노동
몰레인더스트리아의 주된 화두 중 하나는 노동의 불확실성과 그것이 내포하는 모든 험악한 결말이다. 그의 첫 게임은 "다마티피코"[Tamatipico]였다. 단어 게임에 다마고치와 '비전형'근로자를 차용했다. 이 게임은 비전형 근로가 집중화된 일상적 통제와 시스템에 대한 완전한 굴복을 내포하는 방식을 표현한다. 플레이어는 노동자를 완전히 통제함과 동시에, 스스로가 착취당하는 노동자와 동일시된다. 시간은 가속되어, 여가와 근로시간의 불균형은 견디기 힘들 정도가 된다. 그 살인적인 반복의 고리는 TV 시청이 가장 중요한 행복의 근원 중 하나인 삶을 유지하는 데 맞춰져 있을 뿐이다.
이 역겨운 환경은 다음 게임인 "터보플렉스"[Turboflex]에도 반영되었다. 게임은 2010년 한 국제적인 인적자원관리기구가 손쉽게 임시 근로자를 재배치할 수 있는 튜브형 시스템을 만든다는 설정이다. 이 게임에서 노동의 불안정성은 한층 더 비관적인 결론을 맞이한다. 살아남을 기회는 없고, 주인공은 언제나 걸인이 되며 끝난다. 이 초기의 두 게임은 비디오게임의 짧고 화려한 상호작용을 통해 복지와 사회적 권리가 파괴되는 모습을 비추었다. 게임 속 근로조건은 역설적이면서도 전혀 비현실적이지 않다.
그 현실의 '감각'을 놓치지 않는 것이 몰레인더스트리아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다. "맥도날드 비디오게임"[McDonald's videogame]에서 그는 경영 시뮬레이션을 통해 식품에 손을 댄 국제 자본의 파멸적인 귀결을 드러내 보였다. 맥도날드는 게임의 규칙에 맞게 완벽히 조율된 자유시장의 빠른 속도에서도 능란한 움직임을 보여줄 수 있는 비즈니스의 거인이다. 때문에, 은유적으로 말하자면, 비디오게임은 그 게임의 역학을 표현해서 방관자와 소비자가 패스트푸드 업계의 냉혹한 톱니바퀴에 엇갈리도록 하기에 이상적인 무대(혹은 장치)다.
"맥도날드 비디오게임"은 맥도날드의 잘 알려진 전략을 취했다. 취향을 플레이어에게 남겨놓은 것이다. 플레이어가 맥도날드의 규칙으로 플레이하는 걸 역겹게 느낀다면 잘된 것이다. 착취와 개발의 역설, 지속성장을 위한 책임 회피는 모두 감시 당한다. 때문에 경영 과정의 시뮬레이션은 시간에 쫓기는 폭식 레이스가 되고, 이는 플레이어를 자본의 손아귀에 밀어 넣는다. 플레이어는 자신이 원하는 만큼 황폐화됨을 맛볼 수 있다.
이는 몰레인더스트리아의 슬로건에 딱 들어맞는다. "엔터테인먼트의 독재에 대항하는 급진적 게임"[radical games against the dictatorship of entertainment]
2. 섹스
노동이 공적인 착취라면, 섹스는 새롭게 통제되는 사적 영역이다. 몰레인더스트리아의 초기 작품들 중 정말 재미 있는 "오르가슴 시뮬레이터"[Orgasm Simulator]가 있다. 여성이 파트너와 성공적인 오르가슴에 도전하는 게임이다. 몰레인더스트리아는 "비디오게임은 섹스의 표현이 부족하다. 아마 비디오게임의 기능주의적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수단이고 누구도 성교를 정당화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런데 "퀴어 파워"[Queer Power]에서는 사뭇 진지해진다. 약간 교육적이까지 하다. 이 게임은 플레이어가 새로운 상황을 시험해보고 동성애의 상업적 측면보다 더 큰 영역을 탐구해보길 장려한다. 게임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과 관계를 가지도록 성적 정체성을 실시간으로 바꿀 수 있고, 대중 매체의 일상적인 동성애/이성애 양분법을 변화시키고 해체하게 된다.
"퀴어 파워"에서 몰레인더스트리아는 실루엣 모핑의 도움으로 정체성 확인 과정을 자연스럽고 본능적으로 만들어 플레이어의 '거부된 정체성'을 드러내고자 했다. 욕망과 표현 간의 이 미묘한 평형상태에서, 플레이어와 파트너/적대자는 오르가슴에 도달하거나 오르가슴을 선사하면 '승리'하고, 두 가지 모두 동시에 일어날 수도 있다. 몰레인더스트리아는 말한다. "게임은 본질적으로 섹스가 의미 없는 무형의 사례죠. 그래도 우리는 성정체성이 우리의 선택과 행위로 결정되는 연속적인 과정이라는 생각을 제시하고 싶었어요."
3. 종교
이탈리아에서 종교는 피할 수 없는 문화적 한계이다. 교황청은 가톨릭 교회를 통해 역사적으로 국가의 정치와 매체, 관례에 조용하고 은밀하게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교황청은 이 나라의 문화의 가장 큰 세력 중 하나이다.
초기의 몰레인더스트리아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대중 연설이 매체에 행사한 영향력을 가지고 놀았다. 그의 "파파파롤리베로"[Papaparolibero]는 그의 말마따나 어떻게 "소프트웨어의 결합적 성질이 권력의 언어를 해체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었다. 몰레인더스트리아는 교황 보이티야(역주:요한 바오로 2세의 본명)가 죽어가고 있던 때마저도, 교회의 성직자단이 보이티야의 고통을 전략적인 구경거리로 바꾸어 놓았다고 생각한다.
종교적 구경거리는 브랜드 관리와 상통하는 면이 있어, 어떤 스캔들이나 범죄도 허용되지 않는다. 그게 바로 냉소적 태도를 지닌 몰레인더스트리아의 최근 작품이 논란을 일으킨 이유다. "오퍼레이션: 페도프리스트"[Operation: Pedopriest]는 성직자들의 소아성애 행위에 대해 매체가 퍼트리는 절반의 진실을 게임 규칙으로 옮겨 놓은 것이다. 플레이어는 경찰을 매수하거나 아이들의 부모를 겁 줘서 성직자의 아동 강간 행위가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건 아마 몰레인더스트리아가 만든 가장 무례하고 가장 급진적인 게임일 것이다.
이 게임에는 재미라곤 거의 없고, 만화 같은 스타일은 어두운 의미를 띠고 있다. 게임은 적어도 세 번은 검열로 차단당했고, 특히 정말 화가 났던 가톨릭 의회 하원의원의 공개적인 개입 이후에는 더 그랬다. 언론의 부정적인 기사로도 이어졌다. 하지만 이탈리아 해커 커뮤니티는 가짜 도메인을 등록하고 여러 다른 호스트에 게임을 미러링해주는 등, 몰레인더스트리아에게 강력한 지지를 보냈다.
4. 기억
권력은 집단 기억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권력을 유지하려면 필요할 때 기억을 조작해야 할 필요가 있다. 몰레인더스트리아는 그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기억을 가지고 노는 것 역시 그의 전략에 있어 최우선이었다. "넷퍼레이드"[Netparade]는 이 점에서 눈에 띄는 프로젝트이다. 이는 2004년 유로메이데이[Euro MayDay]의 디지털 표현인데, 누구든 원하는 단어와 아바타로 프로필을 추가해서 애니메이션 시위에 참가할 수 있다. 이로써 당시 거리에 나오길 바랬던 사람들이 모두 넷 상에 나타났고, 총 17,000명이 자신의 아바타를 가상의 거리에 배치했다.
"넷퍼레이드"의 표현과 집단 참석 행위는 그들이 미래에 공유된 자원이자 사회의 역사의 한 조각을 만드는 기회로 기억하고 싶어하는 시간과 장소를 진술했다. 하지만 역사는 대중매체에 의해 다시 쓰여져서 그것이 공인된 역사인것마냥 바뀔 수도 있다.
몰레인더스트리아는 "메모리 리로디드"[Memory Reloaded]로 너무 자주 역사가 재해석되는(그리고 결과적으로 다시 쓰여지는) 역사적 수정주의의 위험을 다루었다. 그는 기억을 상징하는 고전 카드 게임과 집단 기억의 변화를 조합해 비디오게임이 역사적 기억의 보존 역할을 하게 했다. 그는 말한다. "불행히도 이젠 역사를 저널리즘처럼 전쟁터로 봐야 해요. 구경거리가 동원되기 때문에 진실이냐 거짓이냐는 상관하지 않죠...아무도 비디오게임의 '사실주의'[realism]를 비평하지 않고, 누구도 시뮬레이션을 읽을 능력을 퍼트리지 않는다면, 전자 엔터테인먼트라는 것은 가장 정교한 선전 매체가 될 겁니다."
결론
"게임의 이념은 그 규칙에 있습니다." 파올로 '몰레인더스트리아'의 말이다. 순수한 유희론자적 접근법이다. 그의 작품은 즐거운 상호작용과 재미있는 캐릭터와 인터페이스를 통해 주장한다. 게임은 운동 같은 주장이 되고, 그 주장은 게임다운 정신에 담긴다. 하지만 그 주장 너머에 사회와 민족, 인간의 문제에 대한 고유의 접근법이 있다. 그 모든 주제는 게임 규칙의 설계를 통해, 은유적으로 말하면 상호작용에 대한 제약을 씀으로써 다루어진다. 그는 비디오게임을 정통 매체처럼 활용한다. 제약이 없는 인터넷 배급망과 비디오게임의 정서적 참여를 이용해서 흥미가 있는 사람들을 더 끌어들일 수 있다.
이 젊은 몰레인더스트리아에게서 뭘 배울 수 있을까? 무엇보다 정치가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 그 게임 규칙을 언어로 사용하고, 대기업들의 선전을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이다. 플레이어의 본능을 즐겁게 하는 규칙과 재미 있는 캐릭터를 이용한 그의 스타일은 이념을 빠르게 전파하는 장기적인 패러다임, 책략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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