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마다 찾아오는 밸런스 오브 파워의 제작과정입니다!
드디어 여기까지 왔네요. 이번에는 크로포드가 2장 초반부터 설명했던 '반란'을 어떻게 공식으로 만들었는지 보여주고, 설명합니다. 1장에서 크로포드가 게임을 디자인하는 데 있어 '자료'[data]를 풍부하게 제시하는 것보다 '과정'[process]을 설계하는 게 중요하다는 철학을 밝혔지요? 또 복잡하고 정밀한 시뮬레이션보다는 특징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단순화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제 그 실례를 한 번 살펴보지요 :)
※ 제가 정치/역사 전문가가 아니니, 잘못된 용어나 표현 발견하시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4. 밸런스 오브 파워 속의 반란
게임 <밸런스 오브 파워>는 세계 각국의 반란 행위를 계산해야 했다. 각각의 반란 행위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계산된다. 먼저 정부군의 힘과 반군의 힘을 계산한다. 그리고 나서 이 두 세력 간의 전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 결과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그러니까 반란이 내전 상태로까지 이어질 것인가 같은 것을 결정해야 하며, 마지막으로, 반군의 승리에 따른 정부의 설립과 그 새 정부와 초권력과의 관계를 연산해야 한다.
<밸런스 오브 파워>에서 사용된 공식을 제시하기 전에 몇 가지 특별하게 정해둔 용어를 설명해야 겠다.
- 병력 - 정부가 그 군대에서 가진 병사의 수
- 무기 - 정부가 무기에 사용한 돈의 양
- 군사적 지원 - 초권력으로부터 받은 무기의 양
- 정부의 힘 - 병력과 무기로부터 계산된 최종적인 군사력
- 개입의 힘 - 개입한 초권력 부대로부터 제공받는 군사력
한 정부의 군사력을 결정하는 공식은 다음과 같다.
이 공식은 두 가지를 말하고 있다. 첫째, 병력이 많을 수록 더 큰 힘을 갖는다. 둘째, 무기가 많을 수록 더 큰 힘을 갖는다. 이건 아주 자연스럽고 분명한 사실이다. 이 등식에 특별한 것이 있다면, 무기와 병력 사이의 관계를 만드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중국처럼 병력은 아주 많지만 무기는 그리 많지 않은 국가를 예로 들어보자. 가령 중국이 100명의 병력과 2정의 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치자. 등식에 대입하면 총 3의 힘이 나온다. 다시 중국이 병사를 한 명 더 가지고 있다고 하자. 힘이 얼마나 늘어날까? 101명의 병력과 2정의 무기로 계산해보면, 여전히 딱 3의 힘만 나온다. 그렇다면 병사 대신에 한 정의 무기를 더 가진다고 해보자. 군사력은 5로 늘어난다. 이 공식의 교훈은 병력과 무기 간에 적절한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사실이다. 두 쪽 다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해서 나쁠 것은 없지만, 자원을 추가할 때의 이익은 상대적으로 작아진다.
반군의 군사력(반군의 힘)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연산된다. 하지만 반군 투사의 수와 반군 무기의 양은 다른 방식으로 연산되어야 한다. 반군에 있는 투사의 수는 '국가의 인구수', '국가의 정치적 기반의 성숙도', '반란의 성공 정도'의 세 가지에 의해 결정된다. 두 번째와 세 번째를 설명해보자.
왜 그렇게 많은 제 3국가들이 폭력의 악순환을 계속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까? 어느 쪽이 권력을 잡든 간에 상대를 고문하고 죽인다면, 그 상대는 폭력적으로 저항한다. 우리 서양사람들은 그런 무분별한 폭력에 고개를 저으면서, 우월한 우리가 그런 유혈사태를 막을 수 있으리라는 허영을 탐닉한다. 우리가 가진 우위란 문화적/정치적 기반의 안정성에서 비롯된다. 우리 문명은 지난 천년여간 완전한 무정부상태에 빠져본 적이 없다. 우리는 무엇이 공정하고 적절한 사회적 행동인지에 대해 시간을 두고 공동의 이해를 세워왔다. 리처드 닉슨이 대통령직에서 내려올 때, 우리는 총을 쥐어들고 거리로 나가지 않았다. 우리 모두 사회제도에 대한 공동의 존중을 공유하고 있었고 우리의 이익이 그러한 제도에 의해 보호받으리라는 신임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한 신임은 천년을 넘게 꾸준히 성장한 법치를 통해 발현되어 왔다.
그러한 것이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는 없다. 사하라 사막 이남의 국가들 대부분은 1960년 이전에는 강력한 법적 제도라는 전통을 가져본 적이 없다. 우리가 국민의 권리를 쓴 대헌장을 가지고 분투하며 대표자로서의 정부의 개념을 발전시켜올 때, 그들은 아직 청동시대에서 살 길을 찾고 있었다. 그들이 규칙을 따르기 위해 의회석상에 앉아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그들의 손은 총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왜 그럴까? 그들이 서로를 믿으려면 어떤 기반이 필요한가?
이 아주 중요한 요소가 <밸런스 오브 파워>에는 '성숙도'라고 부르는 배열로 코딩되어 있다. 그 값들은 게임의 시작에서부터 코딩되어 있으며 게임 내내 유지된다. 진지한 정치학도가 이 값을 보면 너무 단순하게 지어냈다고 황당해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무엇보다 어떤 존중받는 학자가 거만하게 세계 각 국가의 법치 수준을 수량화하려고 하겠는가? 그래서 나는 내 세계 정세에 대한 막대한 지식(에헴!)에 의거하여 그런 요행을 부렸다. 게임에서 사용된 값을 몇 가지 살펴보자.
표Ⅱ-1. 주요국가의 성숙도
물론, 이 숫자들에 대해 논쟁의 여지는 많다. 숫자를 부여하기 위해 많은 생각을 했지만 어떤 숫자에도 딱히 그 정당성을 만들어낼 수는 없었다.
반군에 모인 사람들을 계산하기 위한 두번째 요소는 반란의 성공 정도이다. 이건 우세효과에 기반한 변수이다. 누구도 지는 쪽에 가담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특히 지는 쪽이 총을 맞을 때는 더욱 더 그렇다. 하지만 반군이 승리를 거두기 시작하면 불만을 품은 자들의 희망이 그 공포를 뛰어넘게 되고 그들은 반군에 자원하게 된다.
다 종합해보면, 반군이 지닌 투사들의 수를 말해주는 한 쌍의 공식이 나온다.
반군의 무기는 다른 방식으로 연산된다. 반군들은 세금에서 오는 수입이나 군사 예산이 없다. 대신 국제 암시장을 통하거나 정부에서 훔쳐 구할 수 있는 만큼 무기를 충당한다. 그들이 주로 무기를 얻는 곳은 키다리 아저씨인 초권력 국가이다. 그런 후원자를 얻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내 공식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공식은 반군에게 전달된 무기의 효과값을 두배로 늘려준다. 이것은 반군이 정부 병사들보다 무기로부터 더 큰 값을 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수량이 적기 때문에 무기를 더 조심스럽게 다루는 것이다. 두 번째 공식은 반군이 그 투사의 수에 비해 아주 적은 무기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 대한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어떻게든 가능한 방법으로 무기를 훔쳐내지만, 그리 많지는 않다.
이제 반군의 힘의 값을 다음 공식으로 계산할 수 있다.
이 등식은 정부의 힘을 구하는 등식과 유사하고 동일한 방식으로 작용한다. 이 경우, 개입의 힘은 반군을 위해 개입한 초권력 부대만 적용한다.
다음으로 할 일은 반군과 정부가 1년 동안 서로를 쏘면서 서로에게 얼마나 해를 입혔는가를 구하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꽤 복잡할 수도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그런 '전투 결과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미국인 전문가인 트레버 더피 미 육군 퇴역 대령은 수년간을 이 문제를 연구하는 데 몰두했다. 내 접근법은 그 기준에 비해 우스울 정도로 단순화했다. 하지만 <밸런스 오브 파워>는 전투에 대한 게임이 아니다. 지정학에 대한 게임이다. 때문에 전투 결과 시스템을 단순하게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나는 다음의 아주 간단한 시스템을 고정시켰다.
이 공식은 서로가 다른 쪽에 가할 수 있는 피해의 양이 가진 힘의 4분의 1과 같다는 것을 나타낸다. 더 강력한 정부라면 더 많은 반군이 죽고, 더 강력한 반군이라면 더 많은 정부군이 죽는다. 만약 둘 다 강력하다면 많은 사람들이 죽는다.
이게 끝나면 반란이 얼마나 잘 진행되고 있는지 살펴볼 준비가 다 된 것이다. 반군의 힘에 대한 정부의 힘의 비율이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그 비율이 512보다 크다면, 정부는 모든 것을 통제 하에 놓고 있는 것이고, <밸런스 오브 파워>는 그것을 평화라고 부른다. 만약 그 비율이 512보다 낮으나 32보다 높으면, 우리는 그것을 테러리즘이라고 부른다. 비율이 32보다 낮고 2보다 높다면, 그것은 게릴라 전쟁이다. 비율이 1과 2 사이라면 그것은 내전이다. 그리고, 반군의 힘에 대한 정부의 힘이 1 밑으로 내려가면, 반군들이 정부보다 강한 것이므로 반군이 승리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변화가 일어난다. 반군이 정부의 자리를 차지하고, 어제의 폭군은 도망가고, 어제의 자유의 투사들이 손아귀에 들어온 권력을 맛보며 즐거워 한다. 만약 어느 한 쪽의 초권력이 내전에서 반군을 도와 개입했다면, 반군은 고마워하며 그들에게 이익이 되도록 정치적으로 손을 써줄 것을 약속한다.
이 등식에서 '정부의 성향'이란 정부의 정치적 성향을 가리키는 말이다. 극도로 좌익인 정부는 -128의 값을 갖고, 극도로 우익인 정부는 +128의 값을 취하며, 중립적인 정부는 0의 값을 취한다. '미국 정부의 성향'은 미국의 정부의 정치적 성향으로, 약 20으로 설정했으며, '소련 정부의 성향'은 -80으로 설정했다.
새로운 정부는 그 국민들과의 관계를 새롭게 시작하게 되는데, 그 초기 인기도는 그 정치 철학이 얼마나 극단적인지에 달려있다.
정부의 인기도는 다음 장에서 다룰 쿠데타의 가능성 때문에 중요하다.
다음으로, 우리는 새로운 혁명 정부와 초권력 사이의 외교 관계를 계산해야 한다. 이것은 초권력의 정치적 성향과 초권력이 반군이나 정부에 준 도움의 양에 달려 있다. 나는 이런 공식을 썼다.
이 등식에서, '반군의 성향'이란 지금 승리한 반군의 정치적 성향이며, '정부의 성향'이란 구 정부의 정치적 성향을 나타낸다.
여기서도 역시 '정부'란 이전의 정부를 가리킨다. 이 모든 것의 결과는 새 정부와 초권력 사이의 외교적 친화성을 나타낸다.
이 등식은 '정치적 융화도'와 '과거의 지원'이 미치는 영향 두 가지를 다루고 있다. 초권력과 새 정부와의 관계는 새 정부가 초권력과 정치적으로 성향이 맞을 수록 우호적이다. 말하자면, 좌익 정부는 소련과 친한 경향이 있고, 우익 정부는 미국과 친한 경향이 있다. 다음으로 반군 시절에 있었던 지원이 반군에게 좋은 것이었는지 나쁜 것이었는지도 우호도에 영향을 미친다. 당신이 반군을 승리하도록 도와줬다면, 좋은 관계로 보상받을 것이다. 패배한 정부를 도와줬었다면, 새 정부는 당신을 싫어할 것이다. 어느 쪽이든 간에 그런 감정의 강도는 당신이 준 지원의 양에 비례한다. 나는 이것을 8배로 곱함으로서 정치적인 성향보다는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외교적 친화성의 변화는 물론 양쪽 초권력 국가의 위신 점수를 높이거나 낮출 것이다.
지금까지 설명한 것이 <밸런스 오브 파워>가 반란의 전개와 결과를 연산하는 방법이다.
이 모델은 얼마나 정확한가?
이 등식 시스템이 반란행위를 너무 단순화했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그런 짧은 등식들을 모아서 어떻게 반란 같은 복잡한 현상을 정확히 모델화하려고 했는지 궁금할 것이다. 이 질문에는 긍정적인 답과 부정적인 답이 있다. 긍정적인 답은 수학적 등식이 가진 묘사력은 아주 강력하기 때문에, 몇 개의 등식들만으로도 엄청난 의미를 담을 수 있다는 점이다. 나는 이 모델의 등식을 만들고 조절하고 마무리 짓는데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들였다.
부정적인 답은, 이 모델이 반란의 많은 측면을 적절하게 다루지 못 했다는 것이다. 그 중 하나는 우익 정부나 반군, 좌익 정부나 반군 사이의 기본적인 불균형이다. <밸런스 오브 파워>는 우익과 좌익을 동전의 양면처럼 다루었다. 실제 세계에서, 좌익 정부와 반군은 그 반대인 우익 정부와는 조금 다른 면을 가지고 있다. 양쪽 모두 피에 목이 말라있겠지만, 그 행동양식은 다를 수 있다. 좌익 반군들은 민중의 힘을 빌으려는 경향이 있는 반면, 우익 반군들은 보통 더 상위계층으로부터 지원을 얻으려 한다. 이 때문에 좌익 반군들은 가진 무기는 적은 반면 투사들이 많은 경향이 있다.
이 모델의 또 다른 결점은 우익 정부가 미국에 친화적이라고 가정하는 것에 있다. 통계적 경향을 볼 때 우익 정부는 미국에 친화적이고 좌익 정부는 소련에 친화적인 경향이 있긴 하지만, 그것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아야톨라 호메이니의 혁명 정부는 철저하게 전통을 고수하는 우익이지만, 미국의 친구라고는 할 수 없다. 어떤 경우에, 미국의 정책은 소련의 품 안에 있는 중립주의적인 좌익 정부를 끌어오려 하기도 한다. 가장 잘 알려진 예가 바로 쿠바이다. 카스트로가 소련에 붙으려면 그의 통치에 대한 미국의 반대가 완화되지 않을 것임이 분명해진 후에야 가능하다.
이 모델은 반란의 진행이 단순한 군사적 대립의 문제라고 가정하는 과도한 결정론적인 양식에도 문제가 있다. 역사의 흐름을 근본적으로 뒤집어 버릴 수 있는 특별한 사건에 의한 예측은 전혀 없다. 만일 카스트로가 승리를 거두기 전에 죽었다면 그의 군대가 그의 결집력 없이 뭉칠 수 있었을지 의심스럽다. 1975년 남 베트남의 몰락은 상황을 안정시키려고 주요부서에 내린 엇갈린 지시에서 기인한 바도 있다. 그런 혼란이 없었다면, 남 베트남은 오늘날까지 존재했을지도 모른다.
이상이 이 모델의 가장 중요한 결점들이다. 정치적 신념 때문에 모델에 이의를 제기할 이들도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좌익 사람들은 모델이 "인민의 재판"이라는 요소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불평할 수도 있다. 이는 정부에 대한 반란이 군사적 행동일 뿐 아니라, 사악한 정부에 억압받는 대중이 당연히 분노하는 데서 나오는 행동, 그러니까 보편 정의의 표현이라는 개념이다. 대부분의 우익 정부는 이를 불법으로 여기고 있다. 정치 스펙트럼에서 그 반대편에 있는 우익 사람들은 이 모델이 합법적인 정부의 전복을 노리는 국제공산주의라는 불온한 요소를 포함하지 못 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50년대와 60년대를 보자면 좌익 반란이 우익 반란보다 잘 조직되었다는 주장은 틀린 게 아니지만, 미국 정부가 반란을 지원해 이익을 보기 시작함으로써 상황은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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