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스 오브 파워! 오늘은 크로포드가 반란에 대한 설명을 계속 이어갑니다. 반란의 전개과정과 반란에 있어 초권력 국가의 개입을 설명하는데요. 다음 주에는 드디어 그 반란을 게임 속에 어떻게 시스템화했느냐 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2. 반란의 전개
이제 전형적인 반란의 역사를 하나 가정해서 그 자취를 살펴보자. 이야기는 언제나 사람들에게 인기 없는 어떤 정부로 시작된다(인간 역사 속의 거의 모든 정부가 그렇기도 하겠지만). 불평분자들은 정부에 대해 충분히 화가 난 상태다. 처음에는 정부에 대한 반항이 산발적으로 일어나는데, 불평분자들이 서로 떨어져 있어서 소통하기도 어렵다.
테러리즘
첫번째 단계는 성미가 급한 사람들이 정부에 대해 폭력적인 행동을 취하면서 시작된다. 그것은 국소적일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그런 사람들이 군사력을 거느리고 있으리라 상상하긴 어렵다(감사합니다, 신이시여!). 하지만 이 행위는 정부에 대한 반항에 불을 당긴다. 사람들이 자신 말고도 맞서 싸울 의지를 가진 이들이 있다고 깨닫게 되면, 그들은 서로 뭉쳐 반군으로 조직을 갖추기 시작한다. 이 초기 단계에서도 여전히 어떤 군사력이라고 할만한 것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 그들은 평소에는 보통의 시민으로 살아가다가, 비밀리에 혁명의 계획을 짜고 이따끔씩 공격을 감행하는 단시간제(파트타임) 반군으로 운영된다. <밸런스 오브 파워>에서 이 단계의 반란은 테러리즘으로 규정 짓는다.
게릴라 전
테러리스트들이 무고한 사람들을 폭발로 날려 버릴 수록, 그들의 행동에 일종의 진정성이 확립된다. 사람들은 그들을 무서워 하면서도 분개하지만, 한 편으로는 진정 정부에 도전할 수 있는 세력으로 바라본다. 그런 진정성이 커져 갈 수록, 그들은 더 많은 병력들을 모집하고 해외(대체로 초권력 국가)에서 무기들을 가져올 수도 있다. 일이 다 잘 되면, 반란은 다음 단계인 게릴라 전으로 넘어간다. 게릴라와 테러리스트의 차이점은 세 가지이다. 먼저, 테터리스트가 단시간제로 운영되는 반면, 게릴라는 전시간제(풀타임)로 운영된다. 둘째로, 테러리스트들은 소규모 집단으로 나뉘어진 반면, 게릴라는 캠프 등에서 함께 생활하는 경향이 있다. 마지막으로, 테러리스트들이 도시에서 활동하는 반면, 게릴라들은 보통 시골 등지에서 운영된다.
내전
게릴라 전이 잘 진행된다면, 반란은 결국 가장 높은 단계인 내전으로 발전하게 된다. 게릴라들이 정부군과 직접 맞서 싸울 수 있을 정도로 상당한 군사력을 얻게 된 것이다. 내전과 게릴라전의 차이점은 세 가지이다. 먼저, 반군의 군사력이다. 게릴라들은 소수의 군사력으로도 정부에 잘 대응할 수 있도록 운영되었지만, 내전에서는 1 대 1에 가까운 비율이다. 두번째는 반군들이 지역을 점령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게릴라 전에서도 특정 지역을 자유롭게 활보할 수 있지만, 공개적으로 점령을 주장하지는 못 한다. 정부가 언제든지 원하는 지역을 점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전에서는 더 이상 그렇지 않다. 반란세력이 국가의 일부를 점령했음을 주장할 수 있고, 정부는 그들을 쫓아낼 힘이 없다. 이것은 내전을 구분짓는 세 번째 특성, 합법성의 주장으로 이어진다. 반군들은 '임시혁명정부'를 구성해서 그들의 정부가 국가의 진정한 통치기구라고 주장하는 단계까지 나아간다.
국제적 인정
이 시점에 오면 아주 미묘한 문제가 나타난다. 원래 정부는 자신이 국가의 진정한 통치기구임을 주장하고, 임시혁명정부 역시 스스로를 그렇게 주장할 것이다. 이 문제는 아마 전장에서 해결되겠지만, 전쟁이 진행되는 도중에는 어느 쪽을 믿어 줄까? 이것은 여러 이유로 아주 중대한 일이다. 먼저, 다른 국가들로부터 인정받는다는 것은 정부에 엄청난 위신을 부여하고, 아직 결심을 내리지 못 한 시민들에게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내전은 국가의 심장을 걸고 싸우는 것이다. 이 전쟁에서 위신은 화포보다 더 강한 무기이다. 만약 다른 국가들이 원래 정부를 등지고 반군을 합법적인 정부로 인정하게 된다면, 원래 정부에 대항할 수 있는 추진력을 얻게 되는 것이다.
국제적 인정이 중요한 두 번째 이유는 반군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합법화한다는 데 있다. 반군에게 무기나 부대를 지원하는 것은 보통 더러운 일로 인지된다. 초권력 국가가 그런 행위를 한다면 국제적으로 큰 비난을 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그것이 원래의 합법적인 정부를 저지하는 내정 간섭임을 부인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권력 국가가 임시혁명정부를 인정한다면 상황은 극적으로 변하게 된다. 그 때부터 무력 지원이 국가의 합법적인 정부의 요청에 의한 지원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외교적 속임수 같아 보일 수도 있지만, 이것은 매우 중대한 일이다. 한 국가가 어떤 국가에 두 개의 정부를 인정할 수는 없다. 임시혁명정부를 인정한다면, 원래 정부에 대한 인정을 철회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이런 일을 하려면 대사관을 철수시키고 외교 관계를 끊을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이 단계에는 위험이 따른다. 만약 원래 정부가 내전에서 승리한다면, 외교 관계를 끊은 나라는 난처한 위치에 처하게 될 수 있다. 게다가, 내전 도중에는 원래 정부로부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수단도 없다. 두 국가 사이에 일반적인 외교 관계를 바란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는 새로운 정부를 인정하는 데 인색하다. 새 정부를 인정하기 전에 반군의 승리가 분명해질 때까지 기다린다.
간혹 어떤 국가는 정책적 이유로 외교적 인정을 억제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1949년 중국에서의 내전은 공산주의자들의 분명한 승리였다. 국민당 세력은 모두 타이완으로 피난했다. 이 때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은 공산주의 정부를 중국의 합법적인 정부로 인정했다. 하지만 미국만은 국민당에게 강한 지지를 보냈고, 공산 정부를 인정하길 거부했다. 거의 30년 동안, 우리는 중국 정부가 쫓아내려 하는 타이베이의 산적떼를 지지하는 이상한 위치에 서있었다. 이 정책은 정부가 멍청해서 유지하고 있는 게 아니라, 비록 미미해도 아직 살아 있는 동맹을 버릴 수 없어서 이다. 만약 우리가 그들과의 관계를 끊는다면, 다른 동맹들에게 상황이 나빠지면 동맹을 끊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다. 몇 십년이 흐른 뒤에서야, 아마 우리는 신용을 잃지 않으면서 국민당 정부에게서 손을 뗄 수 있을 것이다.
3. 초권력 국가의 역할
초권력 국가들의 개입이 없었다면 반란은 훨씬 더 복잡한 게임이 되었을 것이다. 제2차세계대전 이래로 어떤 형태로든 주요 권력국가들의 도움을 받지 않은 반란은 소수에 불과하다. 때로는 이런 도움이 제한적이고 간접적이기도 하다. 소비에트 연합은 다양한 중개자들을 통해 소량의 무기를 작은 테러리스트 집단들에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방식보다는 미국이 니키라과의 반정부 세력에게 도움을 주는 것처럼, 숨김 없이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무기 공급
무기를 공급하는 지원은 반란을 진행시키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반군에게 주어진 무기로는 충분하지 않다. 모든 반군에게 중심이 되는 전술은 취약한 목표에 힘을 집중한 뒤, 안전한 거리에서 대량의 화력을 쏟아부어 제거하는 것이다. 그런 공격에는 많은 탄약을 빠르게 쏠 수 있는 돌격소총과 반자동 소총이 이상적인 무기다. 문제는 돌격소총은 민간인용 무기가 아니고, 세계 대부분에서 금지된 무기라는 것이다. 권총이나 사냥용 소총 같은 민간인용 무기를 사용하는 반군들은 좋은 화력을 가질 수 없고, 좋은 무기를 가진 병사 몇 명보다 쉽게 열세에 몰린다.
우리에게 좋은 소식은, 반군들이 무기 공급 없이는 번영할 수 없다는 것이고, 나쁜 소식은, 그런 공급을 쉽게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만 해도 600만정 이상의 M1 카빈, 350만정 이상의 M16 소총, 150만정 이상의 M14 소총을 생산했다. 그 말은 병사가 2백만 밖에 안 되는 나라에 천만 정 이상의 무기가 있다는 것이다. 그 무기의 대부분은 국제 무기 암시장으로 흘러들어갔다. 예를 들어, 남 베트남이 무너졌을 때, 하노이에서 거의 백만에 가까운 미제 M16 소총이 발견되었다. 세계에 수백만 정의 무기가 돌고 있다면, 그 중 몇천이 어떤 반군에게 찾아가는 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작은 탄창을 가진 보통 돌격 소총은 약 300달러 정도 한다. 때문에 초권력 국가는 백만 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무기를 이용한 반란을 꾸밀 수 있다. 세계의 거대한 무기 시장에서 그 정도는 작은 변화이다. 하지만 그것이 가지는 힘은 크다. 세계에 힘을 과시한다는 면에서 볼 때, 초권력 국가에게 무장한 반군이란 분명 비용 면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그게 바로 이런 일이 빈번한 이유다.
병력 공급
물론, 초권력 국가가 반란에 개입하는 방법이 그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가진 부대로 직접 전투에 개입할 수도 있다. 이는 무기를 공급하는 것보다 더욱 더 효과적인 방법이다. 초권력 국가의 군대와 상대하는 군대는 대부분 이길 가망이 없다. 초권력 국가의 잘 훈련된 부대를 투입하면 전투의 전개에 극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개입은 정치적으로도 외교적으로도 민감함 행동이다. 때문에 대부분 그 규모나 전투원에 부여된 행동의 자유가 엄격하게 제한된다. 이런 점이 초권력 국가의 우월한 부대가 가진 이점을 퇴색시키는 경향이 있다. 미국의 베트남과 레바논에 대한 개입은 보통 실패로 여겨진다. 소련의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개입 역시 승리를 보장할 수 없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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