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가필드 | 2011년 | 원문보기
[역자의 말: 오랜만에 새로운 번역글입니다! 블로그를 이전한 후 스카이림의 모듈화 레벨 디자인 글을 포함해 여러가지 새로운 번역글을 올리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요. 블로그 이전이 좀 미뤄질 것 같고 계속 이대로 둘 수도 없으니 일단 새 글을 하나 올립니다. 매직 더 게더링의 디자이너 리처드 가필드가 말하는 포커의 게임 디자인 교훈입니다.]
역사적으로 게임은 디자인된 것보다는 진화한 것이 많았다. 역사 속 게임 중 디자이너가 존재하는 게임은 많지 않으며, 존재한다 해도 보통 그 “디자이너”는 기존 게임에 작은 변화를 가한 정도를 기여했다. 이런 전통적 게임은 그 게임을 당시 시대와 문화 속에서 통용되게 만든 특성, 혹은 현재까지 이어지는 게임이라면 시간과 문화를 넘어 인기를 얻는 요인을 살펴볼 가치가 있다. 내가 많은 것을 배운 포커는 제법 흥미로운 사례다.
포커에는 운과 기술이 있다
포커의 특징 중 하나는 운의 함량이다. 누구든 포커 한 판은 이길 수 있다. 그런데 포커에는 기술 역시 많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기술과 운이 대립한다는 세간의 게임 디자인 통념을 배반한다. 기술과 운은 대립 관계가 아닌 두 개의 축으로 생각하는 편이 좋다.
게임 디자이너는 자기 게임에 들어갈 운수의 양을 고민해보아야 한다. 나는 전반적으로 게임 디자이너들이 게임에서 운을 줄이려는 성향이 있다고 본다. 아마 디자이너들 본인이 뛰어난 게임 플레이어인 경우가 많고 운이 적은 게임에서 자기 실력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운을 조금 더 담은 게임에서 주목해야 할 점 중 하나는 폭넓은 플레이어가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세계에서 상대를 찾을 수 있는 컴퓨터 게임에서는 그만큼 중요하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주로 지금 당장 거실에 함께 있는 사람과 하게 될 아날로그 게임에서는 이 점이 중요하다. 이 사람들이 체스 토너먼트나 스타크래프트를 하고 앉아서 행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포커처럼 조금 더 운이 있어서 언제든 만회할 수 있는 게임을 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