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6월 7일

크로포드, "게임 디자이너 지망생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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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게임 디자이너 크리스 크로포드가 게임 디자이너 지망생들에게 이야기합니다.

크리스 크로포드 | 원문보기 [영어]

 

그래, 젊은 친구, 게임 디자이너가 되고 싶고, 내게 조언을 구하러 왔지.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조언을 해주겠지만, 자네가 모두 부인하고 듣고 싶어하는 말만 들을까봐 걱정된다네. 하지만, 괜찮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소수만이 이해할 수 있는 진실과 희망을 말하는 것뿐이니까.

먼저, 자네의 진로를 결정해야 하네. 훈련인가, 교육인가? 훈련은 자네에게 특별한 기술을 가르쳐 주고, 학교를 나오자마자 바로 일을 얻을 수 있게 해준다네. 교육은 곧바로 적용할 수는 없는 폭넓은 기술을 가르쳐 주지만, 업계에서 조금 더 오래 일할 수 있을 거네. 속전속결과 전략적 접근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네. 만약 자네가 전략적인 계획을 세우기에는 너무 급하다면, 훌륭한 최신 컴퓨터 기술에 대해 자세히 가르쳐 주는 학교에 다니게나. 활동력은 젊음의 장점이니까, 자네가 당장 뭔가 하지 않으면 참을 수 없다는 걸 이해할 수 있네. 네가 자네 나이였을 때, 나 역시 대학에서 아무 관계없는 과목을 떠맡기는 것을 참을 수 없었지. 지금 나는 그 오만함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나를 세게 밀어붙여 준 강사들에게 감사한다네.

빠른 길은 정말 빠른 결과를 가져오네. 만약 자네가 게임 디자인을 가르치는 학교에 다니거나, 적절한 대학에서 컴퓨터 게임을 전공한다면, 아마 오늘날의 게임 디자인에 대해 정말 많은 것들을 배울 걸세. 그리고 자네는 학교를 나오자마자, 23살이 되기도 전에 회사에 들어가 일을 얻을 수 있을 걸세.

하지만, 잠깐 기다려 보게. 게임업계에서 일하는 것과 게임을 디자인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네. 자네가 얻는 첫 번째 일은 물론 불만투성이일 거야. 과연 게임에 등장하는가 싶을 정도로 비중이 없는 캐릭터를 맡거나 플레이어가 게임을 빠져나갈 때 "정말로 나가시겠습니까?"하고 물어보는 코드를 작성하는 정도의 작은 업무를 할당받겠지. 그런 일을 잘해낸다면, 몇 년 뒤에는 좀 더 복잡한 애니메이션을 다루거나 더 중요한 코드 조각을 작성하게 되겠지. 그리고 또 몇 년이 지나면, 제법 중요한 일을 다루는 위치로 올라갈 거네.

하지만, 기대는 말게. 문제는 수십만, 심지어는 수백만일지도 모르는 학생들이 자네처럼 컴퓨터 게임 업계의 일부가 되고 싶은 열정을 가지고 있다는 거네. 공급, 수요, 그리고 보수 측면에서 생각해 보게. 일하고자 하는 사람의 수요는 일할 수 있는 자리의 공급보다 열 배 혹은 백 배는 많고, 보수는 떨어진다네. 자네는 궁핍한 보수를 받으면서도 존경 같은 건 받을 수도 없을 걸세. 불평을 해볼 수는 있겠지만, 그들이 말하는 답은 단순하고 정직하지. 맘에 안 들면 나가도 돼. 네 자리를 차지하고 싶어 목을 매는 애들은 백 명도 더 있어.

사실, 그건 분명 일어나는 일이네. 가끔은 게임 개발자 회의(GDC) 현장을 돌아다녀야 할 필요도 있지. 매년 3, 4월에 산 호세에서 열린다네. 돈을 내면서까지 행사장에 들어갈 필요는 없네. 그저 산 호세 컨벤션 센터를 돌아다니면서 참석한 사람들을 유심히 살펴보게. 두 가지 놀라운 규칙을 발견할 수 있을 걸세. 첫째, 모두가 검은 옷을 입었고, 둘째, 평균 나이는 25세에서 30세라는 것.

왜 모두가 검은 옷을 입는지는 잘 모르겠네. 모두에게 어울리는 표준인 것처럼 보이네만. 하지만, 그들이 왜 그렇게들 젊은지는 말해줄 수 있네. 모두 몇 년 뒤에는 업계를 떠나기 때문이지. 게임 업계는 입구가 하나뿐이고 출구는 많은 큰 건물과 같네. 정면의 입구에는 서로 들어가려고 밀고 밀치는 열성적인 어린 아이들 수천이 있고, 오직 소수만이 그곳으로 들어갈 걸세. 하지만, 들어간 사람만큼 다른 사람들은 떠난다네. 그게 업계가 균형을 이루는 이유야. 업계에 젊은 사람이 너무 많다는 사실은 빠르게 업계에서 사라져 나가는 사람들을 논증하는 바이지. 30대가 될 때까지 그리 많은 사람이 남아있진 않네.

잘 생각해보면 감이 올 걸세. 푼돈을 받고도 열성적으로 일할 아이들이 수천이라면, 자네는 그들을 헐값으로 고용하고 포기할 때까지 노예처럼 일을 시키다가, 대체자를 고용할 수 있겠지. 그저 아이들이 계속 일하도록 하는 허수아비 관리자들을 놓기만 하면 될 걸세. 그 시스템은 완벽하게 돌아가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자네는 그 시스템의 일부가 되고 싶냐는 걸세. 아니길 바라네. 그래도 자네가 게임 업계에 큰 흔적을 남기는데 너무 열정적이라면, 그렇게 하게. 나 같은 늙은이의 말로 자네를 말릴 수는 없겠지. 그저 자네 스스로 그런 것들을 배워야 하네.

하지만, 내가 자네에게 제안할 수 있는 대안이 하나 있네. 한 번 들어보게. 먼저, 하룻밤 교습이 아니라 진짜 교육을 받게나. 게임과 관련된 것 빼고 진짜 학교로 가게. 할 수 있는 건 많네. 생물학, 물리학(내가 시작한 길이지), 예술, 문학, 역사, 심리학, 언어학. '일반 교육'이라 불리는 것은 뭐든지 되네. 자네의 전공 말고도 많은 과목을 듣게. 그리고 역시, 컴퓨터 과학은 부전공이 되어야 할 걸세.

그리고, 게임을 만들면서 이것저것 실험을 해야 할 거네. 아직은 모양 잡힌 그래픽을 바라진 말게. 게임의 핵심과 구조, 메커닉에 집중하게. 게임 속의 작은 톱니바퀴와 레버들이 어떻게 돌아가게 할 건가 말일세. 큰 소리 치려고 상업용 게임과 비슷한 게임을 만들려고 하지 말게나. 그런 게임들은 수십 명의 사람들이 함께 만든다네. 자네가 할 수 있는 건 그런 광란의 파티를 옆에서 측은하게 바라보며 응원하는 것 뿐이네. 그 과정을 차를 만드는 것으로생각해보게. 지금은 크롬 도금이나 색을 칠하는 것에는 신경 쓰지 말고, 피스톤을 어떻게 함께 밀어 넣는가, 밸브가 어떻게 작동하는가, 기화기가 하는 일이 무엇인가를 배우는 데 집중하게. 빛나는 롤스 로이스가 아니라 작은 손수레를 만들려고 해야 하네. 모든 것이 실험적이어야 해. 자네의 디자인에 상업적 잠재력을 대입하는 일은 절대 하지 말게나. 만들고 나면 던져 버리게. 독창성은 자네의 자식을 죽여야만 얻을 수 있네. 만약 자네가 자네의 디자인에 너무 사로잡혀서 그것을 놓아주지 않는다면, 자네는 절대로 진정한 디자이너가 가진 불굴의 독창성을 얻을 수 없네.

그 사이에, 자네의 독창성을 위한 지적인 기반을 세우게. 경험 있는 게임 디자이너의 가공할만한 독창성과 대적할 방법은 없네. 그러니 아직은 자네의 힘을 키우는 데 집중하게. 이보게, 심지어는 (매트릭스의) 네오조차도 충분한 시간을 들여 능력의 기반을 세울 때까지는 스미스 요원을 당해내지 못 했네. 자네가 할 수 있는 건 다 배우게. 도서관 책장에 있는 책을 모두 조사할 때까지 졸업하지 말게. 자네가 관심을 가질만한 것들을 먼지 쌓인 통로에서 만나게 되며 놀랄 걸세.

자네가 대학을 졸업했다고 바로 게임업계로 달려가진 말게. (게임회사가 아닌) 진짜 회사에서 진짜 일을 얻고 돈을 좀 벌게. 하지만 그 때도 자네의 교육을 확장하는 걸 잊지 말게. 자네는 조직적 행동과 기업 환경에서 스스로를 다루는 방법에 대해 많이 배우게 될 걸세. 언제 그리고 어떻게 사장에 대항하는 가도 배우게 될 거네. 흔치 않을 일이지만 말일세. 게임 업계에 들어갈 때는 상어와 헤엄칠 준비를 해야 할 걸세.

여가시간에도 게임을 배우는 일은 계속 하게. 다양하게 많은 손수레 게임들을 만들고, 그 핸들링, 속도 등 다른 특징들을 시험해보게. 여섯 개나 열 개 정도의 게임을 만들고 나면, 자네만의 실질적인 프로젝트를 구성하고 싶을 걸세. 자네를 도와줄 마음이 맞는 동료들을 몇 명 구하고, 정말로 인상적인 어떤 것 만들어 보게. 그것을 세상에 보여주는 거야. 그리고 그 게임은 자네가 게임업계에서 자리를 얻고자 할 때 자네의 이력으로 사용할 수 있네. 자네의 게임이 충분히 좋다면, 흔해빠진 하인이 아니라 실질적인 게임 디자이너로서의 일을 얻을 수 있을 걸세. 여전히 자네는 신입이자 보조 게임 디자이너의 보조를 맡는 역할이겠지만, 자리는 제대로 잡은 거네. 자네가 열심히 일하고 일도 잘 해낸다면, 게임업계에서 미래를 찾을 수 있게 된다네.

자네가 이런 소리 듣고 싶지 않을 거라는 거 잘 아네. 자네가 듣고 싶은 건 빨리 효과가 있는 방법이겠지. 이런저런 강좌들을 듣고, 최고의 컴퓨터에 완벽하게 창조적인 환경을 갖춘 큰 사무실에서 높은 연봉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것 말일세. 물론, 모두가 원하는 게 그거지. 하지만 아무도 그러지 못 하네. 그런 입에 발린 소리를 하는 사람은 자네의 돈을 가로챌 사기꾼이라네. 슬픈 사실이 있다면 게임 디자인 시대의 초창기는 이미 지났고, 이제 큰 산업이 되었다는 거네. 누구도 음지에서 "발굴"되거나 하룻밤에 슈퍼스타가 되지 않는다네. 입문자에게는 길고 긴 여정이지.

자네에겐 열정, 활동력, 그리고 일을 저지를 충동이 있네. 그런데 자네는 긴 여정을 계획하기 위한 전략적 통찰을 가지고 있는가? 아니면 자네가 정말로 준비되기도 전에 달려들려고 하는 건 아닌가?

행운을 비네, 젊은이. 나는 자네를 응원할거야.

댓글 2개:

돌놈 :

게임에 관심을갖고 이리저리 둘러보다 이글을 읽었는데요

고3학생인 제가 지금과 앞으로에 무엇을 해야될지가 분명해졌습니다.

제 미래의 인생에 대해 확신을 갖게된건 이번이 처음이네요.

이런 좋은글 읽게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자주 들러야할것 같네요. 앞으로도 좋은 번역 부탁드릴꼐요

밝은해 :

@돌놈 - 2010/07/25 23:42
댓글 감사합니다.꾸준히 좋은 글 번역할게요.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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