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16일

스펠런키 파헤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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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끝장내기에 이어 다시 또 데렉 유가 쓴 글을 소개합니다. (게임 끝장내기는 수천 회의 조회수를 기록해서 정말 놀랐습니다. 디자인과 플레이 번역글 사상 대기록이네요.)

오늘 소개해드릴 글에선 그가 자신의 대표작 중 하나이자 프리웨어 게임으로 공개한 스펠런키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XBLA로 개발하게 되었는가 이야기하고, 다시금 완성된 게임의 중요함, 프로토타이핑의 중요함을 강조합니다.

원작 스펠런키는 국내에서도 인터넷 여기저기서 추천되면서 많은 분들이 해보셨을 것 같은데요. 아직 못 해보셨다면 지금 꼭 다운로드해 즐겨보세요 :) 플랫포머라는 가볍고 경쾌한 인터페이스로 로그라이크의 혼돈을 쫄깃하게 맛볼 수 있는 게임입니다.

어쨌든 데렉 유의 글은 일단 애초에 계획했던대로 요 두개로 끝입니다. 다음 업데이트부터는 블로그 우측에 보이는 업데이트 계획대로 다시 무거운 글로 돌아갑니다!

 

2011년 3월 24일 | 데렉 유(Derek Yu) | 원문보기 (영어)

올해 게임 개발자 회의(Game Developers Conference)에서 내 친구 앤디 헐과 함께 30분짜리 강연을 했다. 어떻게 프리웨어 PC 게임이던 스펠런키가 지금 함께 만들고 있는 XBLA 프로젝트로 갈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전체적으론 제법 잘 한 것 같다(휴)! GDC 볼트에 영상이 올라왔지만 등록된 회원이 아니면 볼 수가 없다. 그래서 여기에 발표 슬라이드를 올리고 코멘트를 붙여보았다.

강연 전반부는 내가 맡았다. 이 그림에 강연하는 내 모습이 꽤 정확히 묘사되어 있다. 물론 땀은 과장이다! 사람들 앞에서 말할 땐 속에서만 땀을 줄줄 흘린다.

프리웨어 버전의 스크린샷.

큰 게임(오른쪽)을 만드는 데 작은 게임(왼쪽)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고 싶었다. 예를 들면, 알렉 홀로카아임 오케이(I’m O.K.)로 날 알게 되었고 얼마 안 있어 함께 아쿠아리아(Aquaria)를 만들게 되었다. 물론 작은 게임을 만드는 것 자체가 재밌기도 하다.

XBLA판 스펠런키는 원작 스펠런키를 바탕으로 만드는데, 원작 스펠런키는 더 작은 미완의 프로토타입을 바탕으로 만든 것이다. 내가 게임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과정은 만화나 일러스트를 발전시키는 과정이 비슷하다. 먼저 충분히 낙서(프로토타이핑)를 해보고 나서야 만들고 싶은 흥미로운 테마나 아이디어가 나타난다.

부모님이 대학원에서 가져온 MS-DOS판 (Hack)이 담긴 플로피 디스크를 발견한 이래로 계속 로그라이크(roguelike)의 팬이었다. 위 스크린샷들은 아쿠아리아 이후에 작업하기 시작한 간단한 로그라이크다.

내가 생각하는 로그라이크가 대단한 이유, 그런데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는 이유다.

당연히 플랫폼 게임도 좋아한다.

로그라이크 게임을 작업하는동안 잠시 쉬면서 플랫포머를 몇 개 만들기 시작했다. 이것들은 완성된 건 아니다. 하지만 이 프로토타입들의 그래픽이 스펠런키로 이어졌다.

그러다 즉시적인 만족감을 주는 플랫포머에 로그라이크의 변화하는 성격을 합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 상호작용은 몇 개만 간단하게 하되 즉흥성을 담보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 그러니까 즉흥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많았으면 싶었다.

파괴할 수 있는 지형과 등반 도구 구현에도 대응하면서 랜덤화된 플랫폼 레벨 디자인은 난제였다. 게다가 동굴이다! 동굴을 무대로 하면 흥미로우면서 말도 안되는 모양의 레벨에 좋은 변명거리가 된다. 헤헤.

간단하게 스펠런키의 레벨 생성을 궁리해보았다. 먼저, 모든 레벨은 16개 공간으로 나뉜 격자이다.

경로는 가장 위에 있는 입구 층에서 시작해 가장 아래에 있는 출구로 이어지게 그린다.

각각의 공간은 공간 틀 모음에서 선택한다. 어떤 모음에서 선택할건지는 공간이 입구에서 출구로의 경로 어디에 놓여있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각 공간에는 무작위적으로 ‘덩어리'를 넣어 변화를 준다.

마지막으로 생물과 함정, 보물, 다른 재밌는 것들을 넣는다! 다른 고려해야 할 것(가령 특별한 공간의 배치라던가)도 있지만 일단 이게 기본이다.

알고리듬으로 생성하는 데는 장단이 있다. 손수 만든 레벨처럼 좋은 레벨은 만들지 못 하지만, 누구도 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보지 못할 던전을 돌아다니는 건 신나는 일이다. 게다가 구속에서 벗어나는 건 기적 같은 일이다!

작은 프로젝트나 ‘정제된 프로토타입’을 공개해 큰 성공을 이룬 사례를 세 가지 들었다. 슈퍼 미트 보이(Super Meat Boy)는 플래시 게임 미트 보이에서 나왔고, 구글에는 구글 실험실이 있고, 무라카미 하루키는 장편소설 사이에 단편을 쓴다. (그는 단편집 "장님 버드나무와 잠자는 여자"의 서문에서 이 과정을 설명한다.)

잠깐 스포어(Spore)와 스파이 파티(Spy Party)의 개발자 크리스 헤커의 말을 인용해 본다. 맥락에서 벗어나는 거지만 이유가 있다! 인용구는 그가 조나단 블로우와 함께 한 에지 매거진 인터뷰에서 따왔다.

인디 씬에는 비료가 정말 많이 있다. ‘비료’는 빛을 보지 않는 게임들을 가리키며 내가 쓰는 말이다. 이런 게임 중에는 나무가 되지 못 하지만 그 아이디어가 다른 게임의 비료가 되는 것들이 있다.

다른 개발자들은 다른 비유를 선호하는 것 같지만 나는 이게 좋다. 여러분도 비료와 나무 모두 되어서 성공으로 갈 수 있다.

여기서 앤디가 강연을 이어받았다. (그리고 걔가 배꼽이 두 개라는 건 사실이다. 적어도 배꼽에다가 배꼽처럼 생긴 게 하나 더 있다.) 앤디는 모든 분야를 조금씩 하지만 주로 프로그래밍을 한다. 거의 내 삶의 절반만큼 녀석을 알고 지냈는데, 뭔가 협동해서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동료로써 그는 다방면에 재능이 많은 멋진 놈이기도 하다.

XBLA 버전의 스크린샷.

조나단 블로우가 스펠런키를 엑스박스 360으로 만들길 제안했다. 내가 “으음....”하고 운을 뗀 뒤, “당연히 해야죠!!”라고 하자, 그는 인심 좋게도 그가 브레이드를 만들 때 함께 일했던 마이크로소프트의 프로듀서를 소개해주었다. 그 뒤에 XBLA 팀으로부터 게임을 평가받았고 나머지는 지금 벌어지는 일 그대로다.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조나단은 누구보다 우월하게 멋진 남자고, 누구보다 우월하게 멋진 남자가 자기 게임에 관심을 보이는 건 좋은 일이다.

가능성 있는 프로토타입을 다듬어 작은 게임으로 공개하는 데 단점이 있을까. 나는 못 찾겠다. 내가 스펠런키를 공개하지 않았다면 조나단이든 마이크로소프트든 누구든 관심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완성된 게임은 제 가치를 한다.

조나단은 우리에게 브레이드 엔진을 빌려줄 만큼 친절하기도 했다. 그는 엑스박스 360 초기의 개발자기도 했다. 결정하기 전에 몇달 동안 엔진을 써봤는데, 이 경우에는 우리가 직접 엔진을 만드는 게 나아보였다. 그래도 참고하면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렇다고 새 엔진을 만드는 데 시간을 너무 많이 흘려보내진 않았다. 한 번 기반을 다져놓으니 개발은 매끄러워졌다. 분명 스스로 코드를 만져야 할 때가 있다. 게다가 조나단이 우리 기술을 지원하는 것보단 신작 목격자(The Witness)를 만드는 데 시간을 더 들이는 게 낫지 않겠는가?

원작 스펠런키는 대단했다. 내가 XBLA판스펠런키를 만드는 데 흥미를 느낀 건 원작을 확장하고 새로운 것을 시험해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진정한 의미의 후속작은 아니지만, 리메이크나 이식도 아니다. 이 전환은 우리가 기본 게임에서 업데이트한 것들에 잘 녹아들어 있다.

이 비교 그림을 보자. 자신의 아트윅을 이렇게 베껴보는 건 흥미로운 과정이다. 독창성에 대한 죄책감 없이 뭔가를 리터칭하는 건 정말 재밌다! 물론 동굴을 탐험하는 사람이 독창적인 생각이란 뜻은 아니고.

픽셀 아트든 고해상도 아트든 둘 다 즐겁게 했다. 내가 상용 프로젝트 사이에 계속 게임 메이커를 가지고 노는 또 다른 이유다. 이제는 3D를 배워야 할 때인데...

원작 게임의 인터페이스는 그다지 매끄럽지 못 했다. 여러 상호작용에 필요 이상으로 버튼 입력이 필요했다. 가령 원작에서 아이템을 사려는 경우에는 아이템을 집어들려고 버튼 두 개를 누르고, 다른 버튼을 또 눌러야 아이템을 산다. XBLA 스펠런키에서는 아이템 앞에 서서 RB를 누르면 된다.

여기서 새로 추가된 것들을 살짝 공개했다! 그래픽이 고해상도가 되면서 더 큰 세계에서 더 재밌는 것들을 가지고 놀 수 있게 되었다. 재밌을거다!

마지막에는 XBLA판 스펠런키에 협동 멀티플레이어(오프라인)가 있을 거라고 발표했다. 멀티플레이어는 원작 게임에서 많이 요청받은 기능이지만 작업량 때문에 할 엄두를 내지 못 했었다. XBLA판은 그걸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작업했다.

지금 만들어진 멀티플레이어의 모습에 만족한다. 지금 말할 수 있는 건 네 명의 플레이어 = 네 배의 난장판이라는 것 정도...

우리 강연의 핵심 주제 중 하나는 원작 스펠런키가 나온 것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가다. 누군가 자신이 창작하는 삶을 2년 이상의 큰 프로젝트 단위로 생각한다고 해도, 작은 것들의 중요성과 그게 내게 미친 영향은 아무리 강조해도 여전히 모자라다. 거대한 게임을 만들면서 사이사이를 작은 프로젝트로 채우지 못할 이유가 없다. 가려운 곳은 한 군데가 아니다. 곳곳을 긁어줄 작은 게임을 만들자.

이게 강연의 끝이다! 즐거우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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